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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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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만 같아라
  • 한덕현
  • 승인 2019.12.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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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작고한 기업 총수들 중에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만큼 언론의 호감을 받은 것도 전례가 없는 듯하다. 4일동안의 장례기간 내내 중앙, 지방언론 할 것 없이 숱한 긍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보도의 요란함과는 다르게 막상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검소하게 치러졌다.

1970년에서 1995년까지 LG그룹을 이끌었으니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최고 격동기를 거쳤던 만큼 사후 평가 또한 공(功)과 과(過)로 엇갈릴 수밖에 없을 텐데도 그는 달랐다. 바로 직전의 김우중 부음기사에서 우리나라 최고 기업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비위행위로 인한 사법처리와 해외도피 등 부정적인 면이 꼭 사족으로 달리던 것과도 당장 비교된다.

오래 전, 그룹 회장직을 장남에게 물려주어 남들처럼 유고(有故)가 아닌 무고(無故)승계를 해줬다고 해서 언론을 탔던 고인이 천안 성환 농장에 정착해 버섯을 직접 기르며 전통 된장과 청국장 연구에 몰입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화제가 될 듯싶어 취재 욕심을 부리며 사람까지 내세워 집요하게 접근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비록 취재거부였더라도 아주 정중한 사절이 인상적이었다. 그 때 나름 알게 된 것이 언론에도 자주 등장한 구자경의 ‘인간 존중’이라는 경영 이념이다. 이는 초창기만 해도 생경하던 연구 개발(R&D)에 대한 열정으로 그가 재임동안 70여개의 연구소를 지은 것이나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라. 이것이 혁신이다’ ‘사랑해요 LG’ 등의 슬로건으로 대표된다.

개인적으로 LG에 대한 구체적인(?) 첫 기억은 80년대 기자 초년병 시절로 올라간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도내에 신문사가 하나일 시절, 기자협회 축구시합을 앞두고 당시 청주산업단지의 금성계전 잔디구장을 찾아 땀을 흘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만 하더라도 청주산업단지가 지역의 최고 경제성장 엔진이었고 그 핵심이 ‘금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회사였다.

사실 LG와 청주는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다. 청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실질적으로 이끈 주역이 1970년대에 조성된 청주산업단지이고, 이 산업단지 발전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 80년대 초 ‘럭키 치약’으로 상징되는 공장의 입주다. 과거 가마솥으로 크림을 만들어 팔던 ‘동동구리무’라는 화장품이 지금의 세계적인 화장품으로 우뚝서기까지 그 전진기지도 청주산단에 둥지를 튼 LG다.

지금도 청주권에만 LG화학, LG전자,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이노텍, LG생명과학 등 대규모 계열사들이 이른바 ‘LG타운’을 이루고 있듯이 지난 40여년동안 청주의 산업지도를 좌지우지한 건 단연 LG다. LG 직원들이 보너스라도 타는 날이면 지역 상가들이 꿈틀거렸고 LG관련 회사가 들어서면 그 것이 곧바로 지역경제의 청신호로 통했다. 이래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게 ‘LG 효자론’이다. 청주의 가장 큰 미래 먹거리라는 지금의 반도체산업도 그 시작은 LG였다. 1979년 금성반도체(주) 구미공장에 이어 청주공장이 들어섰고 이후 기업간 인수, 합병등 숱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청주 반도체산업’을 일군 것이다.

 

또 한가지 LG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토록 오랫동안 청주에서 사업을 해 오면서도 지역사회와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는 점이다. 경쟁사들이 노사간 분규로 심한 몸살을 앓을 때도 LG는 무분규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리기 일쑤였다. 물론 노사간 다툼이 있었다 하더라도 도내에선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것이다.

LG에 대한 지역민들의 긍정적 평가는 지난 2016년 9월의 LG로(路) 개설로 상징된다. 청주산업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를 잇는 총연장 4.87km 구간을 LG로로 명명한 것이다. 도내에서 특정기업을 도로명에 사용한 사례는 이 것이 처음이다. 지역 산업벨트의 중심 축이라는 이 곳에 LG이름을 달아줌으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지역사회에 안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역민들은 LG를 향토기업으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래 토종기업과 기업인들한테까지도 LG를 배우라고 주문할 정도다. 그만큼 LG는 청주라는 지역사회에 토착화됐고 그러기에 이번 구자경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이 각별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매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살신성인한 사람들을 찾아 수시로 시상하는 LG의인상도 고인의 인간존중 경영이념을 돋보이게 한다.

그는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본인은 부친의 유고로 갑자기 큰 조직을 맡는 것에 심적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만 숙부들의 거국적인 추천과 추대로 그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남들은 형제지간에 싸우고 부모 자식간에도 다투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아름다운 선례도 없다.

이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그는 그룹이 가장 잘 나갈 때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자리를 물려줬고 은퇴 이후에는 자연에 묻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갔다. 구자경이라는 대기업 총수의 휴머니즘, 그리고 그 삶의 소박함이 LG의 기업정신을 대변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적어도 청주에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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