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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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
  • 충청리뷰
  • 승인 2019.12.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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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 은 숙 시인
김 은 숙 시인

 

해마다 12월은 송년모임이며 성탄절 등으로 거리풍경이 다채로운 치장을 하고 조금 들뜬 분위기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12월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르면 지나온 걸음을 돌아보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길을 내고 살아왔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차분하게 성찰하게 된다. 이렇게 안으로 집중하고 돌아봄이 많은 시기, 불현 듯‘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문장이 반복해서 일어나 자꾸만 입에서 맴돌았다.

문득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이 있다는 게 떠올라 서가에 있는 책을 찾아내서 다시 손에 들으며, 오래전 읽어서 내용도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 책이 어떤 힘으로 나를 불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 톨스토이는 보통 ‘러시아의 대 문호’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붙어 다닌다. 특히 많이 알려져 있는『안나 카레니나』『전쟁과 평화』『부활』은 모두 장편소설로 이 작품들을 읽은 독자도 많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영화화되어 전 세계에 상영되어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로 다른 몇 개의 작품들과 함께 묶여 발간되었으며,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작품으로 줄거리 또한 단조롭지만, 내용의 깊이나 무게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질문에서 가늠할 수 있다.

소설 내용 속으로
구두수선공‘세몬’은 자기 집도 땅도 없이 오로지 구두를 만들고 고치는 것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가난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부인과 함께 입는 털가죽 외투가 딱 한 벌 있는데 그것마저 낡고 해져서 새로 만들 외투 양가죽을 사러 길을 떠나지만, 그의 계획과는 달리 헛수고만 하고 돌아오게 되어 그는 구두수선비로 받은 돈으로 보드카만 마시고 집으로 향한다.

귀가 길에 벌거벗은 채 교회 벽에 기대어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는 처음엔 외면하려 했으나 결국 자기 외투를 벗어주고 털 장화를 신겨서 집으로 데려온다. 양가죽은 사오지 않고 낯선 젊은이를 데려온 남편에게 투덜대던 아내‘마트료나’도 처음엔 경계하던 청년‘미하일’을 불쌍하게 여겨서 자신들의 집에 머물게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성혜영 그림 책만드는집 펴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성혜영 그림 책만드는집 펴냄

 

세몬이 하는 일을 배운 미하일은 솜씨가 좋아 결국 세몬의 수입도 늘어나는 가운데 미하일이 온지 1년 후쯤, 좋은 가죽으로 오래 신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 튼튼한 장화를 맞추고 가는 도중 마차에서 사망하는 거대한 몸집의 신사와 6년이 지난 어느 날 여자아이 둘을 데리고 와서 구두를 맞추며 다리를 저는 아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말하는 부인, 이 두 개의 상황이 전개된다.

이후 미하일은 자신이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여 지상에 내려와 인간의 몸으로 벌을 받고 있던 천사였음을 밝히며, 이제 하느님이 주신 세 가지 말의 뜻을 깨달아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하느님의 첫 번째 질문‘인간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는 어려운 여건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낯선 젊은이에게 눈길과 마음을 준 세몬 부부를 통해‘인간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는 몸집이 큰 신사를 통해‘인간에게는 자신의 육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지혜가 주어져 있지 않다’는 깨달음을,‘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고아가 된 다른 사람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던 부인을 통해‘인간은 사랑의 힘에 의해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천사 미하일은 두 사람과 작별하고 하늘로 올라간다.

사랑과 온정의 힘
제가 사람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제 힘으로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의 아내가 사랑과 온정을 베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잃은 그 아이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웃집에 사는 한 여인이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엾이 여기고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한 걱정과 보살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중에서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우리. 지금 우리 옆에 누가 있는가? 그들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고 있는가? 그것이 이왕이면 따뜻한 사랑이고 온정이면 좋겠다. 그 사랑과 온정이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주고 살아가는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진정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묵직하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 사랑과 온정의 힘과 삶의 지혜를 다시 새기게 하는 등불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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