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의 마지막 선택
상태바
영화 '블랙머니'의 마지막 선택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2.19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소영 기자의 '무엇'

영화 <블랙머니>70조 가치의 은행이 17000억으로 평가 절하돼 론스타라는 다국적 펀드회사에 매각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같은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외환은행이 외국자본에 의해 헐값에 매각됐다.

이 사실도 기가 막힌데, 알고 보니 론스타가 은행을 인수하는 자금에 국내외 유력자들의 돈이 함께 들어가 있었다. 결국 소수의 누군가는 은행이 매각되든 말든 정·재계가 거미줄처럼 얽힌 그들만의 리그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많은 여운을 남겼다. 어렵고도 복잡한 이야기를 아주 쉽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전달한 정지영 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쳤다. 사실 그동안 기사를 쓰면서도 복잡한 이야기일수록 대중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 참 답답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올 한해 지독히도 복잡하고 꼬여있는 기사들을 써내려갔고, 고백하건대 반응을 보면서 때로는 기사를 읽고 이해하는 자와, 못하는 자로 스스로 구분짓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뒤 새해에는 좀 더 재미있게 기사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영화에서 감독은 두 주인공의 각기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는 마지막에 진실을 폭로하는 선택을 한다. 엘리트 금수저인 김나리 국제통상변호사(이하늬 분)는 결국 진실을 폭로하지 못하고, 자신의 안위를 선택한다. 얼마 전 정의당 충북도당이 주최한 정지영 감독 초청상영회에서 감독은 영화가 끝난 이 후의 두 주인공의 삶에 대해 밝혔다.

양민혁은 아마 인권변호사의 삶을 살지 않을까 싶고, 김나리는 악과 물들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은 변질돼 있을 것이라고.

사실 이 둘의 선택은 극적인 상황에 놓인 영화 속 주인공에만 부여되지 않는다. 우리는 때때로 양민혁과 같은, 김나리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감독은 나와 먼 것 같은 이야기를 우리의 가까운 일상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관객에게 자꾸만 묻는다. ‘당신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정지영 감독은 원래부터 사회성이 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시대상황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19876월 항쟁 이후로 그는 사회를 고발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번 영화 또한 6년 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고쳤다고 한다.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그는 이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다 됐는데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해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시작하게 된 단초라고 밝혔다.

석교초, 청주중, 청주고를 졸업한 정지영 감독은 청주사람이다. 올해 직접 기획한 직지 관련 영화를 세상에 또 내놓는다고 한다. 영화감독을 넘어 그는 우리시대의 해결사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