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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서로를 건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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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서로를 건너는 것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20.01.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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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보았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배경 다리에서

 

퐁네프 다리
퐁네프 다리

 

퐁네프. 프랑스의 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이름이다. 퐁(Pont)은 ‘다리’, 네프(neuf)는 ‘새로운’이라는 뜻으로 ‘새로운 다리’를 의미한다. 센 강에 건축된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지만 돌로 된 최초의 다리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시테(센 강 중심에 있는 섬)를 중심으로 일곱 개의 아치와 다섯 개의 아치로 나누어져 있다.

퐁네프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퐁네프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퐁네프 밑으로 유람선이 지나며 일으키는 센 강의 물결이 불빛에 어룽거렸다. 밤바람이 차가웠지만 나는 한참동안 강가를 걸었다. 사실 내가 퐁네프에 오고자 했던 것은 다리의 건축학적 가치나 미학적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젊은 날 보았던 『퐁네프의 연인들』이란 영화 때문이었다. 그 영화의 배경이 바로 이 다리였던 것이다. 그 자리에 나도 한 번 서보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 캡쳐
영화 캡쳐

 

영화 속의 주인공은 알렉스(드니 라방)와 미쉘(주리엣 비노쉬). 그들의 사랑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알렉스는 거리에서 불쇼를 하면서 살아가는 노숙자이고, 미쉘 역시 첫사랑을 잃고 시력을 잃어가며 거리를 헤매는 화가이다. 그들이 만난 곳이 바로 퐁네프였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걸 배경으로 펼치는 두 남녀의 사랑은 한마디로 광기였다. 술병을 나발 불며 미친 듯이 춤을 추고 권총을 난사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그 사랑의 광기에 그만 소름이 끼치고 만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런 광기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일까? 그리고 감독(레오 카릭스)은 어떤 의도로 그 둘의 광기 어린 애증을 퐁네프를 배경으로 펼쳐놓은 것일까?

퐁네프는 말 그대로 새로운 다리란 뜻이다. 다리는 건너는 것이다. 건넌다는 것은 사이를 전제로 한 말이다. 우주 삼라만상은 모두 사이를 가지고 있다. 그 사이를 건너는 것이 바로 다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다리가 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너와 나 사이에 새롭게 생긴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늘 아픈 것이다. 겨울의 퐁네프. 센 강의 잔물결이 일으키는 밤바람이 차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 퐁네프를 건너고 있다.

난 다리로 가야 해요
-퐁네프

난 다리로 가야 해요
그녀가 거기에 있어요
이 소리 들려요?
강물이 살아나는 소리예요
내가 구름이 검다고 했더니
그녀가 하늘이 하얗다고 했어요
사랑을 하면 그런 말
주고받기로 약속했거든요
이젠 약을 먹지 않고도
서로의 팔베개로 잠들 수 있을 거예요
잊는 법은 배우는 게 아니에요
그런 법은 아예 없거든요
그래서 난 또다시 다리로 가야 해요
그녀에게 어둠이 오고 있어요
어서 빨리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그녀의 빛이 돼야 하거든요
사랑은 침대가 아니라
서로를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필요한 거예요
포도주 한 병 주세요
우리 불꽃놀이할 거예요
불꽃놀이는 참 아름다워요
순간적인 명멸이 천년을 흐르거든요
사랑도 그런 거예요
미친 듯이 마시고 노래하고 춤출 거예요
깨물고 할퀴고 빨고 삼키고……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마지막
마지막 이미지가 될 거예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 나오는 대화 몇 부분을 차용함

/장문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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