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양준일’처럼
상태바
새해에는 ‘양준일’처럼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1.03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미교포 가수 양준일씨가 연일 화제다. 지난해부터 10대들 사이에서는 예전에 활동했던 가수가 유튜브를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말이 생겼다.

양준일 씨는 탑골GD(GD, 빅뱅의 맴버 지드래곤)로 통했다. 1991년 데뷔한 가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퍼포먼스에 GD를 연상시키는 외모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갑작스런 인기에 그는 옛날 가수들의 근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JTBC 슈가맨 시즌3'에 출연했다. ‘슈가맨2012년 개봉한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서 착안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서칭 포 슈가맨은 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는 미국에서 무명에 가까운 가수였다. 6장의 앨범을 냈지만 일찍이 가수생활을 접어야 했고 생계를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며 살았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건너간 그의 노래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현실적인 가사와 멜로디는 남아공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민가수가 됐다. 영화는 그로부터 십 수 년 후 식스토 로드리게스를 보고 싶은 팬들이 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양준일씨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주인공에 딱 맞는 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90년대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온갖 시련을 겪었다. ‘슈가맨방송에서는 출입국관리소의 누군가가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며 비자연장을 거부한 일화도 소개했다.

영어를 너무 많이 쓴다며 방송 출연이 정지되기도 했다. 온갖 고초를 겪었지만 가수로서의 끈을 놓지 않았고, 2000년대 초 새로운 이름으로 가요계에 재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 불합리했던 연예계 계약문제들로 인해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양준일 씨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선구자적인 삶을 살았지만 온갖 시기 질투를 정통으로 맞았다. 한국 생활에 지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식당서빙을 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슈가맨을 통해 그가 살면서 겪은 이야기가 알려졌고 이후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방송된 지 불과 10여일 만에 한국으로 복귀했고 팬미팅이 잡혔다. 앵커 손석희가 지난 몇 년간의 ‘JTBC 뉴스룸진행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 문화계 게스트로 양준일 씨를 직접 초빙했다.

진솔했던 인터뷰 이후 양준일 신드롬은 불길처럼 번졌다. 지난달 31일 열렸던 기자회견은 기자와 그를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사이 인기의 척도라는 제품광고도 찍었다.

인터넷 댓글에는 그가 견뎌온 30년에 대해 어떻게든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들이 가득하다. 양준일 씨가 겪은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사회 부조리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모두가 마음의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경자년은 양준일 신드롬처럼 누군가가 겪는 사회의 부조리가 한층 가벼워지기를 희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