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의 시대, ‘스승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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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의 시대, ‘스승은 있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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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표 정치부 차장
   
우리사회의 교육열은 병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날로 높아가지만 더불어 교권 추락을 탓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수관계를 이루며 동반 고조되고 있다.

버릇없는 아이들도 문제지만 교권 추락은 교원들의 의욕 상실과 좌표 붕괴로 이어지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스승은 없다’는 자조섞인 체념을 비단 교육현장의 고민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격언이 그야말로 옛 말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김천호교육감 추모사업회’가 발족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월11일 발족한 김천호교육감 추모사업회는 그 성격상 제대로 이름을 붙인다면 ‘김천호 선생 추모사업회’가 더 정확하다.

‘교육감 김천호’를 기리기 위한 사업회라기 보다 ‘매를 맞지 않은 학생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제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던 김천호 선생님을 그리워 하는 제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6월20일 김천호 전 교육감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직후 추모사업을 준비하며 석교초 28회와 한벌초 21회 제자들이 붙인 모임의 이름도 ‘고 김천호선생 추모위원회’였다.

당시 추모위 관계자 Q씨는 “스승을 기리는 제자들의 순수한 뜻이 곡해되거나 변질될 수도 있다”며 언론의 취재에 대해서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Q씨는 또 “선생님은 지금도 우리를 가르치신다”는 한마디 말로 제자들이 추모위원회를 구성하려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히 애도하기 위한 추모사업회가 아니라 존경하는 스승의 모습을 사표로 삼고자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김천호교육감 추모사업회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천호 전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사랑의 매’를 드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면서도 그늘진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유난히 따뜻한 관심을 보였던 양면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캐나다 한국교육원장으로 일했던 독특한 경력과 영어 번역서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낸 것에서도 드러나는 ‘도전정신’이다.

추모사업회는 앞으로 ‘김천호 장학기금’ 조성사업, 흉상건립, 유고집 출간, 추모음악회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또 김 전 교육감의 유족들도 고인이 소장하고 있던 3000여권의 각종 서적과 자료집을 도교육청에 기증했고, 도교육청은 이를 올 상반기에 개원 예정인 교육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당초 김천호 선생 추모위원회에서 김천호교육감 추모사업회로 조직의 명칭이 바뀌면서 이름에 걸맞게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이 추모사업회장을 맡고 이원종 충북지사, 임용우 청주교대 총장, 이용희 국회의원, 고규강 충북도교육위의장 등이 고문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추모사업회의 정신만은 추모위원회가 출발할 당시의 초심을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김천호교육감 추모사업회가 ‘스승은 없다’는 체념이 잡초처럼 우거진 자기 비하의 황무지를 갈아엎는 날 선 보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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