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이 대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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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이 대체 뭡니까?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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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태 제 (직지포럼 대표)

   
지난 7일 국립국어원이 <일본어투 용어 순화 자료집>을 발간했다. 우리사회에는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일본어투 용어들이 일상생활에서, 전문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이런 용어는 대개 이해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속어화해서 우리의 언어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의사소통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일본어투 용어 순화 자료집>은 1995년 문화관광부가 펴낸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집>과 1996년 <일본어투 생활용어 사용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어원과 용례를 보완해 한데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자료집은 문화관광부의 2005년 광복 60년 기념 문화사업인 <일제 문화잔재 지도 만들기>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직접 제안한 의견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 자료집에 수록된 일본어투 용어는 총1171개이며, 순 일몬어,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가짜 영어로 나눠 정리했는데, 순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의 비중이 전체의 77.7%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몇 가지 예시된 용어 가운데 <닭도리탕[-鳥(とり)湯]>을 <닭볶음탕>으로 바로 잡도록 한 것은 다른 경우와 달리 좀 어색해 보인다. 우리말 '닭'과 한자 '鳥(새 조)'의 일복발음 그리고 국물이 있는 음식인 '湯(탕)'이 조합된 국적불명의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이라고 한것은 <역전(驛前)앞>처럼 닭과 새가 겹친 부분을 닭으로 바로 잡아놓은데 불과할뿐 음식에 대한 관찰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소위 닭도리탕이라 불리는 음식은 닭을 토막 내어 데치고 양념한 것으로서 탕과는 거리가 있다. 탕은 제상에 올리는 탕국이나 설렁탕, 도가니탕 등처럼 탕의 재료를 푹 삶아서 만든 국을 일컫는다. 닭도리탕은 탕이라기보다는 음식재료를 데쳐서 양념하는 <두루치기>에 가깝다.  하여 굳이 우리말로 순화하자면 닭볶음탕보다는 <닭두루치기>가 더 근접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춘천(春川)의 명물로 알려진 <닭갈비>야말로 <닭볶음>이라야 옳지 않을까?

무려 1171개의 일본어투 용어로서도 집어내지 못하는것이 있다. 이원수의 시 <고향의 봄>의 첫머리 "나의 살던 고향은 ㆍㆍㆍ"에서 '나의 살던'이라는  표현은 우리말에는 없는 것이다. 일본어투 표현방식인 <私の(아노)=나의>이다.

이시는 이원수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1926년 소파 방정환이 펴낸 <어린이>라는 잡지에 게재된 것으로 이제는 국민애창곡이 되었지만, 일제치하에서 독학으로 문학공부를 하던 이원수 소년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어투의 표현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어투만 문제인가? '보여 지다', '되어 지다', '하여 지다' 등과 같이 무차별적으로 갖다 붙이는 <~지다>라는 이중피동 표현이 만연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영어사용권에서 공부한 지식인들이 쓰기 시작해 이제는 너도 나도 따라하고 있다. 마치 그래야만 지식인인 것처럼.

또 있다. 전달(傳達)이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오남용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서 심하다. 전달이란, 전하여 이르게 한다는 말이지만, 직접 수여하는 경우에도 전달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가장 흔한 사례가, 본인이 직접 당사자에게 건네주었는데도 ' ㆍㆍㆍ위문품을 전달했다'거나 'ㆍㆍㆍ장학금을 전달했다'라고 마치 다른 사람이 대신 전해준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가령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을 지방에 내려 보내 도지사가 대통령을 대리하여 수여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때에도 전수(傳授)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이고, 만약 그자리에 훈장을 받을 사람이 출석하지 않아 담당공무원이 찾아가서 전해 주었다면, 그것이 전달이 것이다.

그동안 <본정통(本町通) → 성안길>, <오정목(五町目) → 방아다리>처럼 일제 때 지명을 바로잡아 정착시킨 <문화사랑모임>은 금년에 잘못된 용어 바로잡기, 좋은 우리말 퍼뜨리기를 계획하고 있다.

대학의 국어연구소, 관련 전문가 단체 등과 협의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 널려있는 잘못된 말과 글을 바로 잡고, 좋은 우리말을 찾아내 가꾸는 일은 대단치 않은 일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고,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차제에 정치판에서 난무하는 막말도 함께 순화시밀수는 없을까. 또한 점차 중앙의 정치판을 닮아가는 지방자치판의 순화도 미룰 수 없겠다. 특히 이제 눈앞에 다가온 5ㆍ31 지방선거판에서는 막말은 물론 허언(虛言)과 공약(空約)까지 모두 다 걸러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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