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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거리시장에서는 고독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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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거리시장에서는 고독할 틈이 없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1.0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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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운 청주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장,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 자부심 가져
“3만평 부지에 점포 1250개, 손님 하루 평균 2~3만명 정도 다녀가”
성낙운 청주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장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면 즐거운 소식부터 전하는 게 인지상정. 그럼 활력이 넘치면서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 어디일까? 시장, 그 중에서도 청주육거리시장일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고독이 그치는 곳에 시장이 비롯된다”고 했다.

어쨌든 육거리시장은 시끌벅적하고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나서 좋다. 이 곳은 입구부터 부산하다. 여섯 갈래 길이 만나는 중심에 위치했으니 항상 북적거린다. 아마 유동인구가 청주시내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교통도 좋다. 동서남북에서 오는 시내버스가 모두 거쳐가기 때문에 옛날부터 문의, 미원, 오창, 내수 등지에서도 이 곳으로 물건을 사러 오곤 했다. 신탄진, 조치원 등지에서도 온다고 한다.

NH농협 석교동지점은 시장 입구 역할을 한다. 그 앞으로 가면 풍성한 먹을거리가 펼쳐져 기분이 좋다. 과일, 채소, 생선, 고기, 건어물, 그릇 등 없는 것만 빼고 다있다. 김이 무럭무럭나는 손두부, 신선한 제철 과일, 펄떡펄떡 뛰는 생선은 빠지지 않는다. 속이 출출 할라치면 먹음직스런 만두, 찐빵, 호떡, 오뎅에 손이 절로 간다. 덕분에 육거리시장 표 꼬마족발, 바삭바삭 김, 떡집, 방앗간 등은 대단한 인기를 끄는 곳으로 성장했다. 이런 식료품점을 웬만큼 벗어나면 옷가게, 혼수용품점, 농기구점 등이 이어진다.

육거리시장의 가장 큰 미덕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덤까지 듬뿍 얹어주니 싫어할 사람이 없다. 시장은 3만평 부지에 800개의 점포와 450개의 노점 등 총 1250개가 들어서 있다. 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에 따르면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만 3280명, 조직은 연합회 1개에 상인회가 10개, 손님은 하루 평균 2~3만명 정도가 다녀간다. 그리고 1년 매출액은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CCTV는 141대 설치돼 있고, 주차장이 두 개다. 가히 청주의 중심 시장이라 할 만하다.

대표 상인은 성낙운(61) 청주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장. 성 회장은 1987년부터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30년이 넘었다. 그는 육거리시장이 서울 남대문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포항 죽도시장 등과 함께 전국 5대 전통시장에 당당히 들어간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지난 2018년 임기 3년의 회장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았고, 청주신협 부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일 성 회장을 만났다. 그는 실명제를 실시하고 자신도 명찰을 달고 있었다.

- 육거리시장의 역사가 궁금하다.

“조선 말기에 형성된 자연발생적 시장이다. 무심천변에 우시장이 있었는데 근처에 농산물과 땔나무를 파는 상인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국밥집과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모른다. 육거리에 있다고 해서 육거리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한국전쟁이후 규모가 커진 뒤 나날이 발전했다. 시장에 상인회가 처음으로 생긴 것은 지난 1999년 10월이다. 점포수가 늘어나고 상인들 또한 많아지면서 상인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육거리시장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는데 이에 얽힌 얘기가 거의 전해지지 않아 아쉽다. 청주시청 홈페이지나 청주시 공식 블로그에도 나오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 아닌가. 육거리시장도 역사와 스토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청주문화대전에 따르면 1980년대에 ‘깡시장’이라고 불리던 남주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현재의 신봉동 자리로 옮기면서 육거리시장이 중심시장 역할을 하게 됐다고 한다.
 

육거리시장
육거리시장

-육거리시장 만의 특성을 소개해달라

“새벽시장이 있는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으로 특화된 거리가 있다. 떡집, 전집, 혼수, 닭전, 의류거리가 생겼다. 전에는 가구점골목, 이소아과 골목이 호황을 누렸는데 지금은 쇠퇴했다. 요즘은 떡집, 전집거리가 활성화 됐다. 명절이나 제사 때 떡과 전이 많이 팔린다. 전국 최초로 2003년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해 2008년 100억 판매를 돌파했고 상인조직 활동이 활성화된 곳이다. 새벽회, 무심상인회, 중앙상인회 등 10개의 상인회가 있고 부녀회, 청년회도 있다.” 성 회장은 이어 “주말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와서 물건을 사고 관광도 한다. 이들이 우리에게는 큰 고객이다”고 말했다.

- 과거에 비해 시장 환경이 많이 개선됐는데..

“2000년에 종합회관을 준공한 이래 주차장 두 개와 아케이드, 증발냉방장치, CCTV,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또 가로등을 재정비하고 쇼핑카트 비치, 멀티지원센터 준공, 무선화재감시기를 설치했다. 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돈을 들여 전통시장 환경개선사업을 했는데 이제는 지자체로 이관됐다. 육거리시장 내에 아케이드가 설치돼 눈, 비가 와도 손님들이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제2주차장 확장사업을 해서 주차면수가 대폭 늘어난다. 다만 아케이드가 낡아 교체해야 하는데 상인들의 자부담 없이 청주시에서 해 줬으면 좋겠다. 요즘 이것이 상인들의 최대 숙원이다.

- 육거리시장 발전을 위해 또 어떤 일을 해왔는가

“상인들의 서비스정신을 강화하고 경영능력을 높이기 위해 상인대학을 운영했다. 그리고 점포와 점포 사이에 놓인 노점을 규격화 했다. 노점 상인들에게 일정한 면적과 시설을 제공했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점포 사이에 노란 선을 그은 뒤 1주일에 한 번씩 노점 위치를 변경토록 했다. 우리는 해마다 남석교 지신밟기와 사랑의 김장담그기, 새해맞이 떡국 나눔행사를 열고 상인들간 친목도모와 지역봉사를 하고 있다.”

- 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상인과 고객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한다. 회원 관리와 친목도모에 힘쓰고, 고객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해결한다.”

- 상인회장이면 혹시 정치권에서 영입하려고 하지 않나? 정치에 관심없나?

“정치권에서 관심 갖는데 나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상인회장이 정치색을 띠면 절대 안된다. 그전에 더러 회장들이 정치 쪽으로 기울어 문제가 많았다. 나는 시장과 상인만 생각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손을 내저으며 강조했다. 상인들은 성 회장의 이런 점을 높이샀다. 그는 낯내기 행사를 매우 싫어하고 시장 상인들만 바라본다고 한다.

- 육거리시장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객에게 친절하고, 다시 찾고 싶은 시장이다.”

관광지로서의 육거리시장
고인쇄박물관·청남대와 어깨를 나란히

토요일에 출발하는 청주시티투어는 가경시외버스터미널-KTX오송역-한국교원대교육박물관-육거리시장-문의문화재단지-청남대를 둘러본다. 일요일에는 정북동토성-고인쇄박물관-용두사지철당간 등 역사문화 유적지를 관광한다.

육거리시장은 청주지역의 중요한 관광지다. 외지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청주시가 안내하는 곳은 고인쇄박물관, 육거리시장, 청남대다. 지난해 8월 청주에서 열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대회에 참가했던 교포 여성들과 국내 여성계 대표들은 행사 마지막 날 세 곳을 관광했다.

이들은 고인쇄박물관에서 현존하는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에 대해 듣고, 청남대에서는 옛 대통령별장 당시 가꿔놓은 수려한 자연을 감상한다. 그리고 우리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육거리시장에서는 한국내지 청주의 문화를 몸으로 느낀다. 한 나라의 생활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싶으면 시장에 가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청주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 측은 “우리 시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오는 내·외국인들이 연 20팀 정도 된다. 비공식적으로 와서 보고 가는 사람들은 뺀 숫자”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육거리시장의 운영 방법과 취급 품목 등을 주로 보지만 관광지로서의 시장 모습도 참고한다.

더욱이 육거리시장내 새마을금고 사거리에는 남석교가 묻혀 있다. 이 지점에 남석교 매몰지역이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남석교는 우리나라에서 조선시대 이전 다리로는 가장 긴 돌다리로 알려져 있다. 길이가 80m에 달한다고 한다. 일제가 ‘시가지 개정’이라는 미명아래 묻어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상인회는 외부 손님들이 오면 이런 사실을 알려준다.

남석교가 매몰된 지점 위에 걸어놓은 남석교 옛 사진
남석교가 매몰된 지점 위에 걸어놓은 남석교 옛 사진

정치1번지로서의 육거리시장
명절·선거철에 꼭 들르는 곳

청주의 정치1번지는 상당구다. 상당구 중에서도 육거리시장이 정치1번지다. 명절이나 선거철에는 그 어떤 곳보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 곳을 찾는다. 기관 단체장들의 방문도 잦다. 곧 있을 설이나 올해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과 기관 단체장들이 육거리시장을 방문할 것이다. 이들은 민생탐방을 한다며 전통시장을 가는 게 관례화 됐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시장인 이 곳으로 몰려온다. 여기 안오면 낙선한다는 말도 있다.

성낙운 상인회장은 “정치인들이 오는 이유? 아마 사람들이 많으니까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기관 단체장들은 육거리시장에 와서 공약도 내놓곤 한다. 하지만 지키는 건 거의 없다고 한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엇 무엇을 해주겠다고 하나 많은 것들이 구두선에 그친다는 얘기다. 상인들은 이들이 특별한 날에만 오지 말고 평소에도 전통시장에 관심 갖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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