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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윤석열은 소영웅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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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윤석열은 소영웅주의자?
  • 한덕현
  • 승인 2020.01.08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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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안철수의 재등장은 충분히 예견되고도 남았다. 박지원의 지적대로 그가 정치판의 ‘냄새’를 맡고서 움직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무슨 선거때만 되면 나타나던 전례(?)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며 자신의 정계복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이 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정치철학만 들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뺌으로써 ‘철수(撤收)의 아이콘이 된 그가 한국정치의 폐해를 말한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떳떳하지가 못하다.

그래도 한 가지 기대되는 말은 했다. 자신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욕심이 있는 게 아니고 또 지금 야당한테 절실한 것은 통합보다도 혁신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흔들리지 말고 이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면 한다. 당장 구세주가 간절한 보수의 입장에선 안철수의 등장이 불감청 고소원이겠지만 여론은 녹록지 않다.

모 언론사가 급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1.4%가 안철수 주도의 신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밖에서 풍찬노숙 끝에 1년여만의 귀환인데도 대접이 너무 박하다. 그를 비판하는 댓글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단어가 있다. ‘소영웅주의자’이다. 굳이 안 나서도 되는데 또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대중앞에 서려는 건 그가 여전히 소영웅주의적 인성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들어 소영웅주의자로 자주 회자되는 사람이 또 있다. 윤석열이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집회에선 예외없이 이 말이 등장하면서 자진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서초동 집회에선 한 초등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배신하고 조국 전 장관님을 배신하고 국민을 배신한 윤석열 아저씨는 그만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해 언론을 탔다. 만약 그가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었다면 조국이 법무부장관을 사퇴할 때였지 지금은 하고 싶어도 어렵게 됐다. 그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한데 윤석열에 대한 소영웅주의자 딱지는 공교롭게도 2013년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으로부터도 붙여져 한바탕 논란이 됐다. 당시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이 윤석열을 향해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힌 정치검사가 검찰 사무법규와 절차를 무시한 검찰권 남용의 전례없는 사례다”고 규탄성명을 낸 것이다.

윤석열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활약하던 때로 그가 국정원 직원을 긴급체포하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에 보고도 안 했다고 해서 직무에서 배제될 시점이다. 윤석열은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상부로부터 외압이 있었다고도 폭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윤석열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 성향의 양 극단 세력으로부터 똑같이 소영웅주의자라로 취급된 것이다.

‘소영웅주의자’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더니 이런 해석이 달렸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 다른 조직원이나 구성원의 능력을 경시하거나 무시하고 자기가 영웅인척 행세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일컬음.’ 어감으로 보면 결코 영웅이 아님에도 자신을 영웅처럼 포장하는 사람이 소영웅주의자라는 뜻일 게다. 그러기에 영웅과 소영웅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영웅은 역사를 만들지만 소영웅은 역사를 만드는 척 하다가 고꾸라지기 일쑤다.

그렇다면....? 이런 추정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안철수와 윤석열은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척하다가 끝내 지고마는 인물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이를 가늠해 보기 위해선 역사적으로 ‘영웅’이란 것의 참 뜻을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웅을 제대로 알아야 그 반대 개념과 또 이를 자신의 처세에 악용하려는 소영웅주의자의 실체를 확인할 수가 있어서다.

 

영웅(hero)은 그리스어 헤로스(heros)가 어원이고 신과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半神半人)을 의미한다고 한다. 신화 속의 헤로스는 인간이면서도 신의 경지에 오른 절대적 능력자로서 궁극적으로는 ‘보호자’나 ‘방위자’로 해석된다고 하니 결국 영웅은 본인만 잘난 게 아니라 자기 조직이나 추종자를 지키고 수호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그는 소영웅주의자에 그치고 만다.

또 있다. 영웅은 조직을 새로 만들어 혁명까지도 불사하지만 소영웅주의자는 철저하게 조직에 안주하며 조직의 논리로 자신의 운신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직 기반형 소영웅주의자의 가장 큰 폐단은 그의 독선으로 인해 그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이 민폐나 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영웅주의자에 의해 비롯되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모든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거나 혹은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윤석열이 그가 말하듯 헌법주의자인지 아니면 검찰주의자인지는 이런 이유에서도 확실히 가릴 필요가 있다. 성격은 좀 다르겠지만 윤석열의 강공드라이브 이후 검찰 고위직들의 자진사퇴가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추세를 주목할 필요는 있다.

안타깝게도 안철수는 결정적일 때 “나를 따르라”보다는 슬그머니 잠수를 타는 데 익숙했다. 사람들은 정치가로서의 투쟁력 부족을 얘기하지만 단순히 이 걸로만 그칠 사안은 아니다. 정글과도 비교되는 살벌한 정치판에서 조직과 자기사람을 지키기는커녕 그냥 훌쩍 떠나는 것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면 이보다 무책임한 처사도 없다. 외국에 나가 고민을 많이 하고 인생공부도 많이 했다고 자평하기 전에 우선 이것부터 반성하고 해명해야 대중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본인은 새정치를 입에 올리지만 선거 때마다 그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의 분열만 초래한 꼴이 됐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한 가지는 선거때만 되면 불거지는 영웅 신드롬이다. 물론 정치와 선거에선 ‘스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왜곡돼도 크게 왜곡됐다. 인물을 억지로 만들어서 단기 효과를 보려고 늘 안달이다. 이런 해바라기 근성도 문제이지만 또 맘에 안 들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하루아침에 내팽개치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황교안의 위기론은 이런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 정치판에 소영웅주의자들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전을 제시하거나 견인하지 못하고 편의적, 단편적 지식과 현실에 매몰되어 목소리를 높이고 종주먹을 휘두르는 걸로 정치를 하려 한다. 뼛속까지 수구 인사가 졸지에 민주투사가 되고 같잖은 이단 종교인이 구국세력으로 둔갑한다.

정치를 바로 세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힘은 절대로 이들, 소영웅주의자들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정치를 할 뿐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주권의식만이 이 과업을 완수할 수 있고 오는 총선에선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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