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일했는데 청주시에서 고용승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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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일했는데 청주시에서 고용승계 안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1.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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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백제유물전시관 시 직영전환, 한영희 학예사 해고 논란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사 한영희씨는 지난 1231일자로 해고됐다. 15년 일한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그는 이제 나오지 말라는 담당주무관의 말을 들은 게 전부였다. 하루아침에 박물관 잠금장치의 비밀번호 또한 바뀌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2001년 건립된 공공박물관(241)이다. 대표는 시장으로 돼 있고, 이사회는 따로 구성돼 있지 않다. 시는 전시관을 처음부터 위탁운영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맡아서 운영하다가, 2008년부터는 청주문화원이 넘겨받았다. 사실상 시가 직영하지 않고 형식적인 위탁운영을 하다 보니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백제유물전시관은 6명의 인력이 상주했다. 하지만 기획전시 예산은 1년에 2000만원이 전부였다. 관련 예산은 3억원대였지만 대부분 인건비로 쓰였다.

전체적인 관리가 느슨하다보니 백제유물전시관은 무덤 그 자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결국 직원들 간의 갈등이 빚어졌고 여전히 일부 직원 간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백제유물전시관 학예사였던 한영희 씨(사진 왼쪽에서 네번째)는 지난해 말 해고됐다. 그는 1월 2일부터 매일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용승계에 대한 유권해석을 두고 시와 법적다툼이 예상된다. 지난 6일에는 한 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백제유물전시관 학예사였던 한영희 씨(사진 왼쪽에서 네번째)는 지난해 말 해고됐다. 그는 1월 2일부터 매일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용승계에 대한 유권해석을 두고 시와 법적다툼이 예상된다. 지난 6일에는 한 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직영하면서 인력 축소

 

시는 201910월께 문제가 불거진 백제유물전시관을 직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운다. 그러나 기존 고용된 인력의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답을 주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2월 명예퇴직한 전 문화체육관광국장이 10월께 인사위원회를 열어 채용공고를 어떻게 낼지 상의하기로 했는데 아무런 진척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 지난 1231일자로 청주문화원의 위탁기간이 종료됐고, 시는 11일부터 직영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는 기존 6명의 인력을 재고용하지 않고, 설비 및 보일러 기사 1명을 제외한 2명을 새로 뽑기로 결정했다. 설비 및 보일러 기사는 청주시 퇴직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해 말 채용됐다.

이제 백제유물전시관 학예사는 기존 2(‘, 공무원 6급 수준)에서 신입 1(‘급 시간선택제 공무원)과 설비 및 보일러기사 1, 청원경찰 1명만 두기로 했다. 학예사 또한 1월부터 3월까지 기간제로 뽑은 뒤 4월에 인력을 새롭게 채용할 계획이다. 청주시는 13일 인사공고를 냈다. 임기 2년의 주35시간 근무하는 급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뽑겠다는 내용이다.

 

최저임금 받는 학예사 채용

 

이에 대해 한 씨는 “15년 전 백제유물전시관 공고를 보고 입사했다. 처음부터 , 6급 학예사로 입사해 일했다. 정규직으로 일했고 헌신을 다했다. 오랫동안 일한 사람을 나가라고 하면서 시에서나 청주문화원에서나 서류 한 장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뽑는 것은 자신을 배제하기 위한 시의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공립박물관의 경우 학예사(‘) 2명을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공립박물관에 정학예사가 2명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최근에 뽑은 청남대 대통령 기록관 또한 급 학예사를 채용했다.

이에 대해 강도연 노무사는 정규직으로 채용돼 일을 해왔지만 시가 민간위탁을 해지하면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민간위탁시설에 대해서도 정규직 고용을 약속한바 있다. 이 같은 청주시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해고는 정부의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한 씨는 12일부터 매일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용승계에 대한 유권해석을 두고 시와 법적다툼이 예상된다. 지난 6일에는 한 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 때 2010년부턴 백제유물전시관에서 월급을 받았다는 내용이 첨부된 월급명세서도 첨부했다.

한 씨는 해고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시 직영에 대한 기대감마저 있었다. 지난해 개관한지 18년 된 박물관을 스마트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세워 올해 국비 1억원의 설계비를 받았다. 송상현 충렬사 또한 유물을 3년에 걸쳐 보존처리하고 올해 2억원의 리모델링 예산을 따왔다. 어렵게 사업을 따왔는데 갑자기 그만두라고 하니 너무나 답답하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야간경비도 없는 전시관

 

이번 시의 백제유물전시관 직영 방침에는 이상한 점이 많다. 학예사 채용조건 뿐만 아니라 야간경비를 없애는 것도 그렇다. 전시 유물이 있는 박물관의 경우 24시간 야간경비가 지키는 것이 상식이다. 야간경비가 유물을 지키지 않을 경우 유물 대여기관에서 대여를 거부할 수 있다. 전시 기능 자체에 마비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인쇄박물관 이준구 운영사업과장은 예산 절감을 위해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인사부서에서 내린 결정이라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간경비가 없어 향후 전시가 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 이러한 분야는 잘 알지 못한다. 전시를 하게 된다면 대여를 받을 곳과 상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결국 그동안 시가 설립만 하고 방치했던 백제유물전시관을 이번에 직영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짜기보단 운영 축소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 과장은 부족한 인력은 고인쇄박물관 학예사들로 채울 것이다. 상시적으로 와서 일을 하기로 했다고 에둘러 답했다. 고인쇄박물관에는 7명의 학예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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