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은 책임지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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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은 책임지는 자리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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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경 자 충북도 여성정책관
   
지방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지역의 정가가 뒤숭숭하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적나라하게 재연되는 구태와 악습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보고 있다. 각 당이 민주적 경선을 통해 후보를 내겠다는 약속은 종종 지켜지지 않고 여전히 전략적으로 당선 가능한 사람 찾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후보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당의 입장에서는 잘 알려진 ‘당선가능한’ 사람을 우선시 하고 있다. 당의 목적은 ‘당선’을 통한 ‘집권’이기 때문이다.

요즘 여성들도 바쁘다. 기초단위까지 당의 지배를 받게 되자 정치에 뜻을 둔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당을 선택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든 당이 조직의 민주화와 양성평등을 내걸고 있기는 해도 당내 민주화와 양성평등이 아직은 요원한 현실에서 소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정말 의회에 들어가야 할 여성들이 그저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들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면서 그저 지역의 돌아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볼 뿐이다. 넌지시 그들에게 정치 참여를 언급하면 모두들 한결같이 ‘나는 아니에요’한다. 뭐가 아니란 말인가. 정치를 하기 싫다는 말인가. 아니다. 그들은 역할은 충실히 하겠지만 그 자리에 가기까지의 길이 싫다는 것이다.

사람 모이는 곳을 찾아다녀야 하고 때로 상대방을 비방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과장되게 드러내야 하고, 끊임없이 경계하고 전략을 짜야 하는 그 여정이 싫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자란 어느 여성도 그렇게 할 배짱과 뻔뻔스러움을 기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어느 노 정치인이 선거 운동과정에서 길에서 젊은 운동원 몇 명과 함께 쳐다보지도 않고 가는 행인들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정치로의 길이 매우 험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여성과 남성이 다른 행동양식을 배우며 자란 우리의 현실에서 여성이 정치영역에서 소외된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이다.

정치 입문이 좀더 쉬웠으면 좋겠다. 아니 좀 더 세심하고 까다로웠으면 좋겠다. 자리를 차지할 능력이 아니라 그 자리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낼 능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선정하는 그런 선거였으면 좋겠다. 단체장이나 의원의 자리는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책임의 자리여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권력은 주민에게 있는 것이고 그들은 단지 권력을 위임받았을 뿐이다. 그 위임은 책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민주사회의 권력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 혈안이 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책임감에 중압감을 느껴야 한다.

역량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어찌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겠는가.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정치인에게 달린 현실에서 이런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통해 여론을 통해 정치인을 압박하여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는 듯 하다. 이는 현재의 상황에서 매우 요원해 보이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닌 듯 싶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복지국가에서는 의원이 자기의 직업을 갖고 있고 의회는 저녁에 열린다고 한다.

저녁시간에 관계공무원에게 자료를 부탁하고 궁금한 것을 묻는다는 것이다. ‘권위’보다는 ‘역할과 책임’이 앞선 사회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의사당 옆을 지나면서 본 가지런히 놓인 자전거가 의원들의 출퇴근용 자전거라는 안내자의 말에 느꼈던 신선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위에는 정말 성실하고 똑똑하며 사심없는 여성지도자들이 꽤 있다. 이 여성들이 정치를 한다면 분명 사회는 덜 소비적이고 덜 부패하며 양극화 현상이 많이 둔화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집단적으로, 집단을 통해 성장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성장해 왔고 덜 권력지향적이다. 이것이 현실에서 여성들의 정치참여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여성으로 하여금 야합과 부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역량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시스템이 작동된다면 이러한 여성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이 사회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권력’이 아닌 ‘책임과 역할’ 개념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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