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림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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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1.1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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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일러스트레이터 이혜영 양을 지원하는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

 

이혜영(18, 가명, 사진) 양은 4남매 중 첫째로 조부모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에 대해서 잘 모른다. 어느 순간 동생들과 함께 조부모의 집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어린나이부터 장녀라는 책임감에 늘 의젓하게 행동해야 했다.

그에게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이하 센터)는 같은 처지의 또래 아이들을 연결해준 고마운 곳이다. 할머니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가정위탁지원제도를 알게 됐고 3년 전부터 참여했다. 현재그의 주거방식은 조부모 집에서 자라며 보호받는 대리위탁가정 사례로 생활비 일부를 정부에서 받는다.

가정위탁지원제도는 아동은 가정환경에서 양육되어야 한다UN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시작됐다. 충북에서는 2003년 센터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 양은 “4남매로 형제가 많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건강문제로 일을 할 수 없어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어쩌면 생활에 치여 꿈이 무엇인지 고민할 새도 없었을지 모른다다행히 센터를 통해 생활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양에게 센터는 또 다른 가족이다. 어려울 때 기댈 수 있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다. 그는 부모의 품에서 어리광부릴 틈도 없이 진로와 꿈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섣불리 말하기도 어려운 고민들을 홀로 짊어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다행히 센터를 통해 또래 친구들을 알게 됐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년배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몇 의젓한 또래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웠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용기도 얻었다.

 

위탁아이들과 교류하며 성장

 

이 양은 센터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정말 성실하고 어른스러운 친구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며 이 양의 꿈도 공고해졌다. 미술공부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현재 센터의 지원으로 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 양에게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대학진학과 취업준비를 고민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최근에 진행한 자립지원 프로그램 함성 프로젝트는 그에게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꿈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함성 프로젝트는 전국 지역별 센터들에서 진행하는 자립지원 프로그램이다. 효과적인 자립을 위해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문화체험, 자립캠프 등을 운영해 또래 아이들과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양은 전북, 부산 등 타지의 친구들을 사귀었다. 서로 전화번호도 주고받아 지금은 진학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있다비슷한 꿈을 갖고 있는 친구들과 한국 잡월드에 가서 직업체험도 했다. 꿈에 대한 시야도 넓어지고 진로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래와 교류하며 그의 꿈도 세분화됐다. 좋아하는 미술을 전공해서 졸업 후에는 일러스트레이터(삽화 화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의 롤모델은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이다. ‘퍼엉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로 따뜻한 색감을 잘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양이 꿈을 키우며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
이 양이 꿈을 키우며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

 

 

모범사례로 국회의원상 수상

 

이 양은 제가 그린 일러스트를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선물했을 때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을 그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고3인 그는 D고등학교 입시미술반에서 충북대 서양화과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실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서울로 가서 더 큰 꿈을 펴보라는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집 근처에서 편찮으신 조부모님 그리고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생활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했고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또래들과 함께 성장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꿈을 공고히 했다. 덕분에 뜻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목표를 잃지 않았고, 그 공로로 지난해 517일 가정위탁지원의 날을 기념해서 모범위탁아동으로 국회의원상을 받았다.

센터에서는 앞으로도 위탁아동들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회를 지원할 예정이다. 충북에서만 지난해 352세대에서 442명의 아이들이 위탁보호를 받았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에게 선택지는 별로 없다. 그들에게 가정위탁제도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위탁가정을 통해 성장한 아이들은 위탁부모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다. 이 양의 성장기는 제도의 취지에 딱 맞는 대표적 사례다.

전국적으로 1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가정위탁보호를 받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은 15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시설보다는 위탁가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조건이다.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는 가정위탁제도가 좀 더 자리잡아 더 많은 아이들이 위탁가정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양은 지난해 5월 17일 가정위탁의 날 기념식에서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사진 왼쪽)으로부터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이 양은 지난해 5월 17일 가정위탁의 날 기념식에서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사진 왼쪽)으로부터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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