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싼 놈이 성내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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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싼 놈이 성내는 시대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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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필 호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실행위원
   
옛 말에 “똥 싼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알다시피, 제가 잘못하고 도리어 남에게 성을 낸다는 말이다. 옛 말 같지만 요즘 정치와 사회의 단면을 아주 잘 드러내보여 주기도 한다.

한 예로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보자. 문제의 발단이 된 술자리가 한나라당과 동아일보 관계자들의 회합자리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처음부터 한 의원 개인만의 문제로 개인적 결단과 탈당 문제로 몰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이미 탈당한 사람인데 왜 아직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너무 억울해 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의 최 의원 두둔 발언은 최 의원 사건의 충격을 넘어설 정도이다. “꽃을 보면 만지고 싶은 것이 순리”라며 “취중 실수, 희생양” 운운한 것이다. 한 의원은 어떤 취객이 자신의 부인이나 딸을 성추행해도 “꽃을 보면 만지고 싶은 것이 순리 아니냐”며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인가. 참으로 무서운 이야기다. 여성 비하 의식을 제처 두고라도 개인의 윤리적 문제를 넘어선 성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취중 실수로 합리화 하는 현실.

이러한 현실이 일부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불감증, 낮은 인권의식과 여성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는지. 물론 최 의원 부인의 말처럼 성추행 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져 남편의 명예가 회복될지 어떨지 국민은 끝가지 지켜볼 것이다.

정치와 재산과의 상관관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한나라당 대권주자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사이의 공방도 마찬가지다. 한 기자가 재산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명박 시장은 “재산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고 재치 있게 항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해 같은 당 대권경쟁자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오히려 돈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각을 세웠다. 이명박 시장의 재산 신고액은 178억 9905만원이고 손학규 지사는 2억9394만원이었다.

3월17일부터 진행될 새만금 최종 물막이 공사도 그렇다. 새만금 갯벌의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된 바다. 정치권과 전북도는 소외된 지역 주민의 개발 정서를 이용해, 농지를 조성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매립작업의 마지막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새만금이 ‘천지개벽의 새 땅’이라며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갯벌이 황폐해 진다면, 오히려 복원을 해서라도 미래세대에 넘겨주어야 할 땅인데, 왜 수 십년간 누적되어 온 전북 저발전의 책임을 새만금의 갯벌과 이와 함께 숨쉬는 무릇 생명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윤리 기준이나 법 감정은 도무지 도외시 되고, 생명의 패러다임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정치 현실이 서글프다. 세상이 많이 민주화되고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소수의 탐욕을 위해 정치와 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의구심을 가져본다.

똥 싼 놈이 성내고, ‘똥벌레가 제 몸 더러운 줄 모르는 세상’이라면 지나친 주장일까. 도대체 국민은 어떤 가치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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