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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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아무나 하나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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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 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그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으며, 내기 골프도 황제 테니스도 치지 않았다. 다만 “늘 해왔던 방식대로” 기자들을 대해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잘못했다고 사과하라는 요구에 그는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불거진 충주시청 촌지사건 때문에 그는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는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닌데, 왜 나만 문제 삼느냐’ 라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금도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촌지 사건과 관련하여 그를 검찰에 고발했고, 3월20일 세 번째 재판이 이어졌다. 그는 “직원들이 한 일이다” “나와는 상관없다”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도 조금의 양심은 있는지 결백을 주장하지 못하고 ‘기억나지 않는다’ 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뭔가 구린(?) 구석이 있기는 한가보다. 어쨌든 그는 시간을 끌어야 한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지 않았는가. 이 사건은 벌써 몇 달이 지나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를 파헤치는 지역 언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더구나 그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알아서’ 해주는 직원들을 두기까지 했다. 사실 사람들은 이를 그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가 말한 대로 “늘 해왔던 대로” 관행에 가까운 행태였을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 말이다.

그가 절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그를 보좌하는 비서관은 추석 명절 선물로 시의원들에게 (그의 이름이 붙은) 갈비세트를 보냈고, 공보관실 직원은 기자들에게 촌지를 전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집무실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촌지가 주어졌고, 촌지를 받은 기자가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기자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서는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겠다. )

그가 재판정에 선 날 지역의 한 일간지에는 그가 펼치는 ‘위민행정’을 칭찬하는 기자칼럼이 실렸다. 공직자라면 당연히 친절과 정성으로 위민행정에 나서는 것이 본분이다. 당연한 일을 두고 지면까지 할애해 칭찬하고 있다. 이튿날에는 그의 선거출마선언이 정치면을 장식했다.

성추행을 한 국회의원도, 내기 골프를 친 국무총리도, 황제테니스를 즐긴 서울시장도 사과는 했다. 그 과정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성에 안차지만 말이다. 그런데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추하기까지 하다. 그는 ‘아무나’가 아니라 시장이다. 아무리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잘못이 지적되었을 때 인정할 줄 아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가 그에게 있다. 그때 시장님이라고 떳떳하게 불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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