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테이젼과 9년 뒤 ‘신종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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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테이젼과 9년 뒤 ‘신종 코로나’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2.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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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전염병 관련 콘텐츠
신종플루 모티브지만 박쥐매개, 슈퍼전파 등 신종코로나와 닮은꼴

영화 컨테이젼이 인기 역주행을 하고 있다. ‘컨테이젼(contagion, 접촉성 전염병)’20119월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로 세계를 뒤흔들었던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 신종플루 등을 참고해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광범위한 전염병 사태를 예측했다. 사람들은 영화 속 세상이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우한 사태와 너무도 흡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는 흥미 위주의 소재가 아니다보니 개봉당시 우리나라에서 약 20만 명 정도가 관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9년이 지난 요즘 보름 넘게 개봉작들을 제치고 영화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관심을 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닮았는지 짚어 본다.

 

#박쥐가 범인이다

 

컨테이젼의 전염병은 박쥐에서부터 시작했다. 홍콩 인근의 대나무 숲을 인간들이 벌목하면서 터전을 잃은 박쥐는 인근으로 밀려났고 한 무리가 돼지축사에 자리잡았다. 돼지와 박쥐가 때 아닌 동거를 하며 돼지들은 천장에서 떨어진 박쥐들의 배설물을 먹고 박쥐가 갖고 있던 균을 보유하게 됐다. 첫 번째 감염자는 축사에서 자란 새끼돼지를 도축한 홍콩의 한 카지노 주방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추정된다.

 

#걷잡을 수 없는 접촉감염

 

영화 속 등장인물은 인간은 하루에 3000번 얼굴을 만진다. 그 손으로 문 손잡이, 식수대, 엘리베이터 버튼 등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 있는 곳은 많다고 자신의 연구내용을 설명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바이러스 예방의 가장 큰 적은 접촉이다.

영화에서 첫 번째 감염자는 홍콩의 한 카지노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그와 만난 상당수의 사람들이 2차 감염자이자 전파자가 됐다. 비즈니스를 위해 모임장소로 활용되는 홍콩의 특성상 외국인들도 많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며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졌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중국의 춘절연휴와 맞물려 중국전역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또한 연휴를 맞아 외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도 적지 않아서 초기 전염병 통제가 어려웠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전염병 공포를 우려해 감염자 수를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슈퍼전파자

 

영화 속 슈퍼전파자는 첫 번째 감염자다. 그는 사업차 홍콩에 갔고 균을 전 세계로 옮기는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슈퍼전파자를 감염자 1명이 10명 이상 감염시킨 경우로 정의하고 있지만 보통 4~5명을 감염시키면 슈퍼전파자로 불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며 우리나라에서는 3번 확진자가 6, 10, 11번으로 이어지면서 슈퍼전파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어 12번 확진자의 동선이 전국을 누비면서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달 23일 입국한 그는 11일 동안 서울의 음식점, 군산의 대중목욕탕, 의료기관, 대형마트 등을 돌며 140여명과 접촉했다고 알려졌다. 그의 부인은 14번째 확진자가 됐다.

추가 확진자가 나오며 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5일 확진된 16번 환자도 광주인근에서 291명과 접촉한 사실이 파악됐다.

 

#개나리 추출액이 효능?

 

영화 속에서는 나이팅게일, 남수단의 이태석 신부처럼 현장을 뛰어다니며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다가 본인의 병을 돌보지 못하고 죽는 연구진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치료제를 만들었지만 영화 속 한 유튜버는 치료제는 소용없고 개나리액으로 만든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린다.

영화에서는 음모론에 불과했지만 지난 1일 중국관영 신화통신이 개나리 등을 주성분으로 만든 솽황롄이라는 의약품이 신종 코로나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솽황롄 품귀현상까지 벌어지며 중국내에서 난리가 나자 다른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등에서 부작용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짝퉁 솽황롄이 유통되는 등 중국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불안·공포의 세상

 

영화에서는 2000일을 훌쩍 넘어서 백신이 개발됐고, 전 세계 인구가 필요한 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사이 부자들은 초도 물량을 먼저 구매했는데, 이게 단초가 되어 폭동이 일어났다.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는 둘째 치고 백신이 나왔음에도 어쩌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결국 정부는 태어난 달을 추첨해 백신을 순차적으로 제공했고 영화는 마무리 된다.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검색어 상위권은 늘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소식들이다. 이런 가운데 가짜뉴스도 판을 치고 있어 정부가 엄정대응을 천명했다.

문제의 본질은 불안감이다. 공식채널을 통해 정보가 공개되지만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전파되는 영상 혹은 찌라시는 더 빠르다. 불안감은 퍼졌고 이대로라면 상반기 경제상황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지만 아직 바이러스를 진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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