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사로잡은 ‘씨름의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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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사로잡은 ‘씨름의 희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2.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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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대회의 판도가 뒤집혔다. 씨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힘겨루기 스포츠로 2018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며 전통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때는 장사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씨름대회가 설날 최고의 볼거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인기는 시들해졌고 일각에서는 민화 속 전통놀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들도 나왔다. 그런 가운데 KBS에서 지난해 11월 말부터 씨름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씨름의 희열은 화려한 기술과 스피드를 앞세운 태백·금강급 씨름 선수들이 출연해서 체급별 혹은 체급간 승부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모래판의 샅바싸움을 예능으로 단련된 중계진들이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프로그램은 씨름대회의 부흥에도 크게 기여했다. 설을 맞아 개최된 홍성설날장사씨름대회는 씨름의 꽃이라고 불리는 한라·백두급 장사결정전보다 태백·금강급의 시청률이 훨씬 높게 나왔다. 씨름장에는 이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이나 선수들이나 모두 난데없는 인기에 당황스런 모습이었다.

씨름은 예능프로그램의 도움에 힘입어 바뀐 소비자의 욕구를 100% 충족시켰다. 인기의 배경에는 과감한 변화들을 접목한 것도 눈에 띄었다. ‘씨름의 희열에서는 씨름판에 얽힌 스토리도 담았다. 최상의 모래를 조달하기 위한 과정, ‘장사타이틀을 따고 은퇴한 뒤 씨름계에 몸담고 싶은 마음에 모래판 정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아냈다.

씨름의 희열은 바뀌는 소비자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총선을 목전에 둔 요즘에는 더욱 아쉽다. 각 정당, 많은 후보자들이 바뀐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채널에서 소통한다. 어떤 후보는 민생 공약을 하나 둘 발표하고, 또 다른 후보는 경로당 등을 순회하며 얼굴 도장을 찍고 있다.

후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활동하고 있지만, 과연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며 각 정당들이 인재영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정작 우리지역은 새로운 얼굴이 없다.

중앙정치권에서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인지 지역의 총선레이스는 구태의연한 선거 전략을 답습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 촛불정국을 거치며 시민의식은 상전벽해가 됐다. 이제는 높아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21대 총선에서는 유권자의 니즈(욕구)를 사로잡는 후보들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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