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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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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그립다
  • 충청리뷰
  • 승인 2020.02.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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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농부 작가
최성현 농부 작가

 

‘지구학교’에서는 자연농의 철학과 실제를 가르친다. 1년 과정이다. 나도 안내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 학교 2017년 수강자 중에는 어느 대안학교 학생들도 있었다. 인솔 교사는 여성이었는데, 학생들은 그녀를 ‘늑대’라 불렀다. 여성의 닉네임이 여우라면 몰라도 늑대라니?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늑대를 좋아해요.” 나는 놀라며 다시 물었다. “아니, 남자는 다 늑대라고 할 때의 그 늑대를?” 늑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하. 아니, 그냥 늑대요. 산에 사는 야생의.” “그 늑대의 무엇을요?” “‘철학자와 늑대’라는 책이 있어요. 늑대와 20년을 함께 산 한 철학교수가 쓴 늑대 이야기예요. 우리는 늑대에 대해 잘 못 알고 있어요. 그걸 알려준 책이에요.”

나는 그 책이름을 받아 적었다. “하나 더 있어요. 보셔야 할 것이.” ‘14마리의 늑대가 지구에 가져온 기적’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다. 유튜브를 통해 쉽게 볼 수 있었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미국 북부에 있다 했다. 옐로스톤이라 불리는 지역이었다. 90만ha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다. 그 지역 사람들은 가축을 물어가는 늑대가 성가셨다. 사냥이 시작됐고, 그들은 10만 마리에 이르는 많은 수의 늑대를 죽였다. 늑대는 그렇게 옐로스톤에서 사라져갔다.

그것으로 다 좋았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늑대가 사라지자 엘크라는 사슴과의 초식동물이 늘어났다. 그들의 숫자가 불어나며 나무와 풀이 줄어들었다. 나무가 줄어들자 강 주변의 흙이 강으로 흘러들었다. 산사태도 났다. 그렇게 강물이 오염되며 물고기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 모양도 바뀌어갔다. 물고기만이 아니었다. 새들도 떠났다. 물고기와 나무 없는 곳에서는 새들도 살 수 없었다. 엘크는 대단한 파괴자였다. 옐로스톤은 그렇게 황무지가 돼 갔다. 사막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은 놀랐다.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여러 해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노력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때서야 사람들은 알았다. “어쩌면 늑대가 답일지 모른다.” “그래, 늑대에게 맡겨보자.” 사람들은 1995년 캐나다에서 14 마리의 늑대를 데려다 옐로스톤에 풀어 놓았다. 70년만의 일이었다. 어떻게 됐을까?

엘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나무와 풀이 나서 자라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놀라웠다. 버드나무와 사시나무는 6년 만에 다섯 배로 성장했다. 그렇게 숲이 되살아났고, 그 안으로 다양한 생물들이 돌아왔다. 떠났던 새들이 돌아왔다. 토끼와 다람쥐와 들쥐가 돌아왔다. 그 뒤를 따라 여우, 족제비, 오소리, 그리고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가 돌아왔다.

숲과 함께 강이 살아났다. 돌아온 풀과 나무가 강으로 흘러내리는 흙을 붙잡아주었기 때문이다. 강물이 다시 맑아지고 웅덩이가 늘어나자 물고기가 불어났다. 그 뒤를 따라 야생 오리와 수달과 비버가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강은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되찾았다.

이 기록 영화는 그녀가 왜 자신의 닉네임을 늑대라 지었는지 일러주었다. 그녀는 늑대처럼 살고 싶었던 것이다. 헐벗어 가고 있는 지구를 다시 푸르게 가꾸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옐로스톤만이 아니다. 그런 피해를 우리도 입고 있다. 해마다 멧돼지, 노루, 고라니, 너구리와 같은 산짐승들이 우리 논밭을 많이 망가뜨리고 있다. 우리 집만이 아니다. 그들은 온 나라의 거의 모든 농가에 해를 미치고 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옐로스톤과 같다. 숲이 줄어들고, 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다.

늑대가 그립다. 그런 뜻에서도 남북통일이 되고, 38선에 가로놓인 철책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 길로 만주나 시베리아로 떠났던 늑대를 비롯하여 호랑이와 여우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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