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여직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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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여직원의 죽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2.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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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직원들 청와대 국민청원 요청하며 직장내 갑질 주장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이후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 대책 필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지난달 13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직원 A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남편과 자녀를 남겨 두고 떠난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안타까운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재단 내부에 만연한 갑질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17일에는 재단에서 근무했던 퇴사자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갑질 미투(#Me too)’를 추가로 폭로했다. 그는 청원글에서 “A씨와 같은 팀에서 일했고 본인도 온갖 괴롭힘과 음해로 퇴사했기 때문에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A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받고 있지 않다. 제 스스로가 증거 자체이다. B 팀장의 지시를 받아서 가짜 회의를 만들어 식대를 미리 결제했고, 연구비로 (팀장의) 헤드폰을 구매하는 등의 일을 직접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원이 100명이 넘자 정부차원에서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재단은 A씨가 사망한 지난달 13일 이후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다. 재단 관계자는 직장내 갑질과 관련해 감사실에서 내무감사를 하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 종료될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맹목적 따돌림 피해자 A

 

고인 A씨는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의 한 직원은 얼마 전 연구를 진행하던 두 개의 팀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내부에 적잖은 갈등이 있었다주변에서 고인을 목격했던 사람들은 고인이 최근 들어 혼자 다니는 것에 의아함을 갖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사내 커뮤니티에는 관련 제보들이 수백 건 올라왔다. 그 가운데는 해당 팀이 참여해 수행하는 연구에서 A씨만 배제한 채 진행된 뒤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A씨에게 결과보고서를 쓰라고 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전형적인 업무배제사례로 보인다. 주변 직원들은 당시 팀원들이 A씨의 후배를 시켜 A씨에게 각종 업무지시를 하는 등 노골적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증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부장과 센터장을 찾아가 자신의 힘든 상황을 보고했지만 소용없었다.

터져 나오는 제보들을 보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올게 왔다는 얘기들이 오간다. 재단은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 등에서도 수차례 제기됐다. 2018년에는 연구비 횡령 건으로 감사를 받았고, 직원채용과 관련된 비리도 늘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 청주시 서원구) 등이 채용비리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재단을 떠난 한 연구원은 직원들 가운데도 누가 누구편인지 모르기에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도 말을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구비 횡령 건으로 조사와 감사를 받으며 새바람이 부나 싶었지만 해당 팀장은 잠시 불이익을 받았을 뿐 결국 승진했다고 토로했다.

소수가 만들어 낸 카르텔의 영향으로 재단에서는 따돌림 문화가 만연했다. 무리에서 탈출을 꿈꿔도 결국 어디를 가나 그들의 손바닥 안이라는 인식 때문에 누구하나 속 시원하게 내부고발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런 가운데 A씨가 죽었고 이제는 바꿔야할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2월 18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2월 18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후 사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최근 청주지역에서 직장 문제로 인해 직원들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있었다. 고인들은 모두 폐쇄적인 조직문화의 피해자들이다“2·3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률적 환경이 바뀐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 716일 시행되며 노동현장이 크게 변했다. 법은 2016L사의 인턴 디자이너로 일하다 목숨을 끊은 원소연 씨의 유가족들이 그의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필요성을 제기해 논의되기 시작됐다. 이후 직장내 괴롭힘을 정의하고 예방조치, 발생 시 조치 의무 등을 명시했다.

법 시행이후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첫 사례는 지난해 129김상용씨 사건이다. 고용노동부는 조사 결과, 부서 과장과 고인의 카풀행위는 직위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내 재조사, 행위자 징계, 재발방지 등을 20일까지 이행할 것을 명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터진 A씨의 사건은 재단의 자성(自省)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재단에서 불거진 문제들 그리고 이에 대한 감사는 늘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결국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 이면에는 재단이 연구시설 특성에 맞지 않게 공무원 조직처럼 운영된다는 비판도 수차례 제기됐다. 내부에서 권력을 거머쥔 몇몇을 중심으로 파벌이 생겼다는 고발도 이어졌다. 종전에는 덮히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나서고 있다. 현재 A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재단 내·외부의 관심이 쏠려 있다. 내부에서는 앞으로 나올 감사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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