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혁신도시, 코로나가 오히려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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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혁신도시, 코로나가 오히려 효자?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0.02.1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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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주민 한마음 "응원‧감사"…진천‧음성 생동감 얻어
퇴소하는 우한 교민들을 격려하는 주민들.
퇴소하는 우한 교민들을 격려하는 주민들.
"진천.음성군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역 주민들에게 남긴 감사 메시지 쪽지.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충북 진천‧음성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와 관련한 보름 간의 뉴스 중심에서 벗어나면서 오히려 활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충북혁신도시 등 진천‧음성 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피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에서 입국한 173명의 우리 교민을 품어 보듬고 환송까지 마쳤다. 격리 생활은 정부합동지원단 등 35명의 관리 인원을 포함해 총 208명이 한 셈이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우한 교민 수용 소식을 듣고 지역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우려해 반대 시위까지 펼쳤다. 반대 주장 이틀만인 수용 당일 아침, 자발적으로 교민 수용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주민들의 현명한 판단은 빛을 크게 발휘했다.

물밑에서 찬반으로 나뉘던 주민 여론은 전국에서 쇄도하는 격려와 위문품은 물론 수용된 우한 교민들의 고마운 마음이 전해지면서 우려감이 사라졌다. 이런 반전은 충북도와 진천‧음성 공무원들의 헌신과 지역 시민단체, 경찰, 소방 등의 앞장선 봉사가 바탕이 됐다.

특히 혁신도시 주민들의 이번 우한 교민 수용 및 지원은 훈훈함을 넘어 새로운 활력을 찾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지역주민들 말에 따르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충북혁신도시 상가번영회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새롭게 확대 재편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유료 회원제로 변화하면서도 250명에 가까운 회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창립 준비에 미진하던 로타리클럽도 회원 수 증가에 힘을 얻는 등 여러 봉사단체에도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한다.

김춘빈 충북혁신도시통합이장은 “코로나19가 혁신도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다”면서 “참여율이 저조하던 상가번영회 등이 자발적으로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단체에서 최근 자문위원이나 고문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다고 귀띔 했다.

상가번영회 등 참여율 폭증

충북혁신도시발전실무위원회 주민대표이기도 한 김춘빈씨는 “상권이 많이 위축이 되어있는데 이번 코로나 계기로 (주민들이) 단합된 것 같다”며 “그동안 주민들은 온라인 위주 활동을 하면서도 오프라인 참여율은 상당히 저조했는데 이번 계기로 상당히 많은 단체가 구성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곳 주민들은 교민 입소일과 퇴소일에도 교민들에게 힘을 실었다. 입소일에는 환영 현수막이 게시됐고, 퇴소일에는 현수막은 물론 손팻말까지 동원해 교민들을 격려했다. 이런 주민들의 온정의 손길에 교민들도 고마운 마음으로 답했다.

교민들의 임시생활은 격리 시설인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철저한 검역 및 방역 시스템에서 이뤄졌다. 교민들은 문 밖에 나갈 수 없을 뿐, 1인 1실에서 제공되는 식사와 함께 개인 휴대폰 사용과 쪽지를 통한 소통도 자유로웠다고 한다.

이를 통해 간간히 그들의 심경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시설을 나가던 날 교민들의 쪽지가 주민들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공개됐다.

환송 당일 시설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교민과 지역주민들을 격려하고 쪽지가 붙은 가설 게시판을 찾아 다가섰다. 정 총리는 노란색 포스트잇 쪽지에 “진천‧음성 군민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정세균.”이라고 써서 게시판에 붙였다. 정 총리의 메시지는 지역 주민들과 봉사자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특히 더 큰 감동은 같이 붙어있는 교민들의 손글씨로 된 다양한 ‘감사의 글’이었다. 그들의 겪고 느낀 짧은 글들은 A4 용지 밑 작은 쪽지에 적혀 2주 동안 임시생활을 하는 동안 음식 등을 제공한 정부합동지원단 일원을 통해 전해진 것들이다.

이들 쪽지에는 어린 아이가 쓰고 그린 것도 있다. 검역복을 입고 긴 칼을 들고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모양 등의 그림과 적힌 각각의 글은 14일 동안 격리된 아이들의 마음을 넘어 부모의 간절함도 함께 읽힌다. 일부를 소개한다.

“모든 분들에게. 수고 많으셨어요. 우리를 지켜줘서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가 가면 건강하게 잘 있으세요.537호.”

“저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ㅇ입니다. 저희를 위해 맛있는 밥이랑 과자, 과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클레이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찰 아저씨들은 우리들 때문에 매일매일 밖에 서있고 힘드시죠? 저희가 여기 있는 동안 힘을 내주세요! 아저씨들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자신이 생활한 방 호실까지 적힌 것도 많았다. 격리 생활을 하면서 남긴 교민들의 마음에서 가슴 뭉클함이 전해온다.

“관계자분들과 지원단 분들 수고 많으십니다. 저희는 정말 좋은 숙소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 없이 세심하게 필요로 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밖으로 보이는 경찰분들, 추운데 경비 서시느라 수고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310호.”

“아이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잦은 요구에도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민들 “고마움 잊지 않을 것”

“여러분들의 희생과 수고로 건강하게 퇴소할 날을 목표로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 그저 송구하고 미안한 마음도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건강 잘 챙기시고 감사함과 격려를 전합니다. 541호.”

“항상 감사합니다. 바나나 귤 라면 쓰레기봉투 너무 풍족합니다. 속옷은 저희가 갖고 온 것으로 입겠습니다. ^-^229호.”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허무맹랑한 소리에 상처 받지 마세요. 입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세심한)보살핌을 받고 있어요. 저희가 그거 다 알고 있어요. 살면서 꼭 베풀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316호 드림.”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인데 여러분들 덕에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마음을 갖습니다. 몇몇 상식 이하의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힘내세요.331호.”

코로나 감염 우려로 반대 집회에 나섰던 혁신도시 주민들. 그들의 첫번째 집단 움직임은 2개월여 전부터 본성고 설립을 위한 학부모연대였다. 학령인구 감소로 미뤄지면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가 불투명해지면서 단체 행동에 나선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 교민 수용 사태가 퍼졌고, 이들도 처음에는 반대에 힘을 실었다. 찬성으로 돌아선 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코로나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 때 본성고 설립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후 2월초에 열린 교육부 중투 심사에서 본성고 설립안이 통과됐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한 각각의 주민들은 행동하는 양심이 모여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듯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의 생활 양태에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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