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 대표(?) 대학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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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 대표(?) 대학과 기업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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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상 충북인뉴스편집장
   
세계 야구대회 덕분에 대한민국은 한동안 ‘시름’을 잊고 지냈다. 국회의원 성추행, 국무총리 골프파문, 서울시장 황제 테니스 등 국민 정신건강 ‘저해요인’들이 이승엽의 홈런볼에 실려 날라갔다. 하지만 4강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우리들의 ‘행복한 망각’은 채 10일을 넘기지 못했다.

5·31일 지방선거가 D-60일에 접어들면서 정치판이 한껏 달궈지고 있다.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는 하루에도 서너번씩 예비후보자들의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가 벌어진다. 도내 1천여명의 선량들은 지역언론의 조명을 받기위해 애를 태우고 각 언론사는 선거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정당과 후보자의 동향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신문방송의 핫이슈로 자리 잡을수록 지역의 다른 이슈들은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 세계야구대회가 전 국민에게 선사한 ‘행복한 망각’과 마찬가지다. 지역의 주요현안이 선거태풍에 휩쓸려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노사분규와 청주대 학내분규가 그런 지경에 놓여 있다. 2004년 12월 파업과 직장폐쇄로 시작된 노사분규와 2005년 12월 총장 직선제와 간선제로 맞선 대학분규가 고질적인 ‘지역 갈등’ 사안으로 남아있다.

청주대는 60년 역사를 지닌 지역의 대표적인 사학이다. 지금은 국립대인 충북대의 위상에 못미치지만 지난 시절 경영대, 법과대에서 배출한 걸출한 인물들이 충북인의 자긍심을 높여왔다. 하지만 80년대말 재단주인 김준철씨가 대학총장 취임을 강행하면서 학교는 20여년째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성적인 학내분규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도민들도 이젠 ‘만성피로증’에 젖었다. 총장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사태를 보며 ‘또, 때가 됐구먼’ 정도로 치부한다. 만성피로증은 사실상 희망접기, 기대포기에 따른 현실외면이다. 이런 ‘무관심’은 차라리 ‘비난’보다도 훨씬 못한 경우다. 그 존재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최근 도내 전문대는 신입생 정원미달로 폐과와 교수해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청주대도 대학 위기라는 ‘태풍의 눈’ 한 가운데 서 있다. 서둘러 태풍권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모두의 공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에는 가까스로 마련한 합의안이 최종결렬되면서 교수회의 투쟁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허심탄회한 위기탈출 방안을 공동논의해야 할 청주대가 서로간에 ‘기선제압’ ‘길들이기’만을 시도한다면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이같은 자해행위는 학교 구성원 뿐만 아니라 150만 도민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다. 대학과 교수회 모두 마지막 남은 인내심을 발휘할 시점이라고 본다.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로 간접대화가 시도된 하이닉스&매그나칩 노사분규는 ‘위로금’으로 해결하려는 회사측과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외국계 회사가 되버린 매그나칩이 대화에 불참한 상황에서 하이닉스만이 고용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전 하청회사 소속 노조원들을 원청회사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 원론적 이유지만) 그렇다면 하이닉스 하청회사 소속이었던 직원들에 대해서라도 적절한 고용대안을 내놓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최근 GM대우자동차가 5년전 정리해고했던 노동자 1천여명을 속속 복직시켜 답답한 노동계에 청량제가 됐다. 사회 양극화라는 공동의제 앞에 대기업의 책임의식을 보여준 모범사례였다. 충북의 대표기업인 하이닉스가 수십명의 하청노조원을 상대로 1년반 동안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아무래도 군색하다.

하이닉스가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하고 한해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남기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지금 충북의 거울에 비친 하이닉스의 모습은 노회한 스크루우지 영감이다. 이젠 산타 할아버지 역할을 할만도 한데, 왜 이리 주저하는지 답답하다. 눈썰매를 끌겠다고 나선 ‘도민대책위원회’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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