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전쟁과 문화와 세계사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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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전쟁과 문화와 세계사 바꿨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2.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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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왜, 독감은~' '판데믹 히스토리' 등 관련 책 많아
전염병을 통해 본 세계사…하나의 질병 지나가면 또 다른 병 출현

 

국민들은 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에서 확진자가 나타났다. 주변 일대를 모두 폐쇄했다’는 가짜뉴스가 등장하면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 이럴 때 매스컴의 속보에 귀를 기울이면서 전염병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자. 그러면 도대체 전염병이라는 놈은 무엇이고, 전염병은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알게 된다.

지금 서점에는 미국의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 '총·균·쇠'가 쫙 깔렸다.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지난 1988년 우리나라에 소개된 뒤 꼭 읽어야 할 교양서가 됐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최근 다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책 외에도 전염병에 관련된 책은 의외로 여러 권 나와 있다. '세상을 바꾼 전염병' '전쟁의 판도를 바꾼 전염병' '왜, 독감은 전쟁보다 독할까' '판데믹 히스토리' '전염병 시대' '세상을 뒤흔든 질병과 치유의 역사' '전염병의 세계사' '전염병의 문화사' '전염병과 역사' 등이 그 것이다.

전염병은 단순히 병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염병은 전쟁과 문화와 세계사를 바꿨다. 그리고 하나의 전염병이 지나가면 새로운 질병이 나타났다. 때로는 이미 자취를 감췄던 전염병이 변이된 형태로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2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독감은 2009년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한다.

“미생물은 인류 탄생 이전부터 존재”

따라서 앞으로는 어떤 전염병이 나타날지 모른다. 전염병이 없었던 시대는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전염병'의 저자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는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은 인류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 인류가 전염병의 위험에 언제나 노출돼 있었다는 사실은 고대 유골이나 미라, 예술 조각품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우리들은 결코 병원성 미생물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공생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씻기, 마스크 착용, 일회용 주사기 사용, 조리한 음식먹기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면역기능을 강화하면 전염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공장화한 가축사육, 동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하는 개발, 교통발달로 인한 사람들의 잦은 이동과 접촉 등은 새로운 전염병 출현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현대의 전염병은 교통발달로 창졸간에 전세계를 전염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역사적인 사건 뒤에 전염병이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예병일 교수는 로마제국이 약 200년간 팍스 로마나라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으나 로마제국에 말라리아가 유행하면서 국력이 약해진 게 멸망의 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루키우스 베루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코모두스 황제는 두창에 의해 사망했다. 이보다 더 로마에 위협이 된 것은 말라리아였다. 말라리아는 모기의 증식만 막아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팍스 로마나 시대가 끝나면서 정치적인 혼란이 계속돼 하천과 해안 정비가 부실해졌고 전염병이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 교수는 십자군전쟁의 승패를 가른 전염병, 중세를 몰락시킨 흑사병, 아즈텍과 잉카문명을 멸망시킨 두창, 나폴레옹의 사전에 불가능을 만든 전염병 등에 대한 뒷얘기를 들려준다. 흑사병 대유행시 유럽 전 인구의 1/3인 2500~3500만명이 죽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130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중앙아시아 및 서남아시아에서도 약 2400만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는 흑사병의 발원지가 중앙아시아 및 서남아시아라고 썼다.

 

유럽인 아프리카 정복과 천연두

'왜, 독감은 전쟁보다 독할까'의 저자 브린 바너드는 흑사병이 봉건사회를 붕괴시키고 자본주의를 불러왔다고 했다. 이 병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상인, 무역업자, 은행가 등이 부유해지고 귀족들은 궁핍해지거나 몰살당하면서 자본가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질병이었다고 한다. 그는 “탐험가들의 몸은 병원균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들이 신대륙을 정복하기 위해 들어가자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은 대부분 희생됐다. 그 중 최악은 천연두였을 것이다. 이 천연두가 없었다면 영국과 프랑스는 북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황열병은 아메리카를 착취하려는 유럽인들의 노력을 막고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전염병이 됐다. 간이 약해지고 피부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이 병은 이상하게 아프리카 노예들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 프랑스인들은 전염병 때문에 더 이상 침략을 감행할 수 없었고 식민지인 아이티는 반란을 일으켜 독립했다. 이후 영국과 미국의 노예제도도 폐지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제1차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새로운 살인마가 나타났다. 스페인독감이다. 이 독감은 젊고 건강한 청년들에게 치명적인 특성이 있었다. 이 독감의 발원지는 스페인이 아니고 스페인 신문에서 최초 보도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발원지는 미국 캔자스 주의포트 라일리였다”고 밝혔다. 이후 독감 예방접종을 하게 됐고 항생제가 개발됐으며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고 한다. 이 독감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뇌염에 걸렸고 1928년 병이 퇴치되기 전까지 500만명이 죽었다는 것.

브린 바너드는 “일반적인 시민들은 손씻기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탓에 미생물에 전염된다. 고양이의 깔개를 바꾸고 바로 손을 씻지 않으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기 싶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진화하면 병원체도 진화한다고 한다. 균을 죽이는 약이 나와도 또 다른 질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옛날 전쟁시에는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 죽는 사람 못지 않게 전염병에 감염돼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위생적이고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염병에 쉽게 감염됐던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칼이나 총보다 바이러스가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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