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인운동 벌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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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인운동 벌이자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3.05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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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급락에 상인들 울상, 임대인·가맹본부 “고통 분담하자”
남모르게 임대료 내린 경우도 여럿, 동참위해 정부대책 절실
코로나19 사태 전 성안길 상점가 /육성준 기자
코로나19 사태 전 성안길 상점가 /육성준 기자

 

청주시상점가연합회 관계자는 요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진흥원, 지자체 등에서 착한 임대인을 찾아달라고 한다파악 결과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50%씩 내린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요즘 상점가에서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열풍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자 대구, 전주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임대인들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움직임을 통칭한다. 지역 상인조직들이 자신들의 동네상황을 취합해서 SNS, 언론사 등에 알리며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지역에서도 착한 임대인 찾기에 여념이 없다. 충북도 관계자는 청주 성안길 상점가, 충주 연수동 등의 임대인과 점포 53곳에서 임대료를 할인해주기로 했다전통시장인 청주 사창시장, 충주 자유시장 등에서도 100여개 상가가 동참해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10%에서 50%까지 임대료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착한 임대인은 700여명이다. 이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말 300여명이었던 착한 임대인은 2일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들의 도움에 힘입어 임대료를 내린 점포수는 전국 1만 곳이 넘었고 평균 20% 인하했다.

 

 

 

 

 

 

 

 

 

 

 

 

 

 

 

 

 

 

 

 

 

 

 

 

 

 

 

임대료 내렸지만 공개 꺼려져

 

청주 성안길에서도 적잖은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내렸다. 그렇지만 나서기는 꺼리고 있다. 건물주 K씨는 우리 건물은 임대료를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나도) 장사하기 때문에 지금의 어려움을 잘 안다. 그런데 이를 공공연하게 떠들면 왠지 내가 지금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임차해 쓰고 있는 건물주에게 부담만 지우는 일이다건물주라고 다 돈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나도) 건물이 은행 소유지 내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서서 동참하자고 떠드는 게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임대료 인하는 상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성안길 중심가에 있는 B의류매장 점주는 우리 가게 월세는 월 800만원이다. 건물주는 서울사람인데 2월부터 4월까지는 임대료를 200만원만 받겠다고 했다. 덕분에 한숨 돌렸지만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B의류매장의 손익분기점 매출은 월 약 1억 원이다. 매출에서 본사납입금으로 65%를 송금하고, 남은 35%의 수익인 3500만원에서 부가세(매출의 10%), 종합소득세를 납부하고 고정비용을 지출한다. 고정비용은 직원 4명의 인건비(1000만원), 임대료, 4대 보험료, 행낭·택배비, 부자재비, 관리비, 카드수수료, 은행이자 등이다. 이후에 점주에게 남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다.

점주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지만 지금은 길거리에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점포는 사정이 조금 나은데 주변 점포들 중에는 겨우 개시만 하는 곳도 상당수다. 이 분위기가 4월말까지 간다면 문닫아야할 곳도 여럿이다고 말했다.

 

임대인·가맹본부 독려 중

 

대전 은행동상점가상인회는 지난 1일 회원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상인회장은 무섭다. 장사30년에 이런 경험 처음이다. 어제는 운동화 한 켤레 팔았다. 손님 한 팀도 못 받았다는 회원도 여럿이다. 누군가는 남는 식자재가 아까워 어디 시설 좀 알아봐달라는 분도 있다. IMF, 사스, 메르스 다 겪어 봤지만 지금 상황은 소름이 돋는다며 착한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분위기는 전국적이다. 청주시상점가연합회에 따르면 성안길상점가 등 지역 10여개 상인조직들이 회원들에게 독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미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린 곳들도 여럿이다. 청주시상점가연합회 관계자는 상점가별로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가 30%이상 된다고 전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프랜차이즈 본사(가맹본부)들도 동참하고 있다. 가맹료, 로열티 등을 면제하고 식자재비용 등을 인하했다. P음식브랜드 관계자는 온라인 배달 매출은 유지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 수익은 크게 줄었다. 본사차원에서 매장 손님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조치들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직 본사차원의 대책을 내놓지 않은 곳도 상당수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대책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시장, 상점가를 구분해서 상점의 50% 이상은 가맹업종이다. 이들 점포는 총 매출에서 적게는 40% 많게는 70%까지 본사에 납입한다.

정부에서는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임대인에게는 임대료 인하액 50%에 대한 소득·법인세를 감면하고, 한 상권에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점포 규모가 20%를 넘는 경우 노후전선 정비, 스프링클러 설치 등 화재 안전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맹본부에게는 가맹수수료를 3개월 또는 10%이상 인하할 경우 정책자금 지원시 금리우대, 지원한도 확대 등의 혜택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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