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도 바이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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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도 바이러스가 있다
  • 한덕현
  • 승인 2020.03.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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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한국기자협회와 조선일보가 티격태격했다. 한국기자협회가 기관지인 기자협회보를 통해 조선일보의 코로나 보도를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됐다. 기자협회는 최근 ‘우리의 주장’이라는 편집위원회 명의의 사설에서 ‘선 넘은 조선일보의 코로나 보도’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를 ‘전략적’ ‘정파성’ 등의 단어로 비난했다.

기자협회가 사설에서 지적한 조선일보 기사와 칼럼은 대략 이렇다. △2월27일 김창균 칼럼의 “시진핑의 방한 성사를 위해 국민을 코로나 제물로 바친 문 대통령이야말로 큰 나라에 굽신거리는 것 아닌가” △2월24일 사설 ‘中감염원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왜 열었나 밝히라’ △2월26일 사설 ‘중국은 안 막는 정부 여당이 회의 뒤 대구봉쇄 언급’ △ ‘대구 코로나’ 보도자료 비판 보도 △대통령 부부의 영화 ‘기생충’ 스태프 접견을 문제시한 보도 등이다.

조선일보는 시종일관 정부가 초기에 중국을 봉쇄하지 않은 것이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그 이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총선에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논지를 폈다. 중국인 입국금지론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 한국역학회, 대한감염학회 같은 전문가단체조차 제각각 다른 의견을 낼 정도로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인 봉쇄론은 신천지 사태로 이미 설 땅을 잃었다. 신천지 때문에 코로나의 숙주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황당한 말까지 나온다. 기자협회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더구나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오해받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언론이 이처럼 정파성을 드러낸 적이 또 있었던가”라고 지적했다.

꼭 조선일보가 아니더라도 이른바 코로나 정국에서 보수언론들은 가히 물만난 물고기가 됐다. 무슨 문제가 발생하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현 정부와 대통령을 난도질한다. 얼마나 과감하고 민첩했는지 마치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같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물론 지금과같은 상황에서 대통령과 그 정부는 모든 책임의 정점에 설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방역과 예방에 있어서도 백번을 잘 한다 한들 단 한번의 실수가 나온다면 언론의 입장에선 당연히 질타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목적성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니 논리는 커녕 과장과 억지,궤변이 판을 치게 됐고 이것들로 인해 국민여론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크다. 그 압권이 마스크 품귀와 대통령 탄핵을 연결짓는, 세계사에서도 전무후무한 4차원의 정치논리다. 물론 갑작스런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생긴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는 건 최악의 넌센스다. 고작 마스크로 인해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호들갑이다.

이런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설파하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이다. 잊을만 하면 야당에선 언론탄압을 들고 나오지만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보수언론으로부터 과거 전두환과 김영삼이 서로 말폭탄으로 주고받았던 동네 주막강아지나 골목강아지 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다. 특정 신문의 광고엔 아예 미친개, 미친XX 등으로 표현될 정도다. 그동안의 경험칙상 요즘처럼 언론이 국가권력을 제 멋대로 조롱하며 가지고 논 적도 없다.

이번 기자협회의 조선일보 비판이 단순히 두 기관 사이의 공방이나 감정싸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부턴가 사회개혁의 뒷전으로 슬그머니 밀려나고 있는 ‘언론개혁’이라는 화두를 다시 적나라하게 끄집어 내는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실 정치개혁, 사법개혁, 검찰개혁이란 것도 언론의 개혁 없이는 허상에 불과하고 우리는 지난 한일 무역분쟁과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를 똑똑히 목격했다.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규제로 나라경제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메이저라는 언론사들은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아베의 일본논리를 전파하는 데 더 열을 올렸다. 목하 코로나 보도에 있어서도 그 궁극적 지향점은 방역이나 예방이 아니라 오로지 현 정부를 흠집내어 부정적 여론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그토록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국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요즘은 언론에 견제장치가 없다고 한다. 지난날에는 언론이 권력에 거슬리면 세무조사를 하거나 검찰 등 수사기관을 동원해 길들였지만 이젠 이런 방식은 어림 택도 없다. 언론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물리적 힘을 향수하는 게 아니다. 전통 매체라는 레거시 언론은 고사하고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득세속에 여론의 왜곡과 조작문제가 나라의 화급한 이슈로 대두됐는데도 이를 견제하거나 감시할만한 장치는 좀체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갈증을 풀어주는 건 언론매체간 상호 미디어비평으로, 최근 언론종사자와 식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KBS의 ‘저널리즘 토크쇼J’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밤의 대통령이 조선일보 방우영 혼자였다면 지금은 스마트폰 대통령이 전국에 널려 있다고 한다. 맘만 먹으면 누구라도 방안에 틀어박혀 디지털 콘텐츠 하나로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왼손 국민의례라는 가짜 사진 한장이 내가 보기엔 보수층에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도 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극대화되고 있는 반면 언론의 기본과 책임은 시나브로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코로나 보도는 차라리 일관성(?)이라도 있다. 흔들리지 않고 현 정부와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역시 출처도 모르는 1인 미디어의 콘텐츠 난립으로, 그 양태를 보면 꼭 코로나19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슬그머니 스며드는 것 같은데 그 피해는 엄청나다.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궁극적으론 국가의 정체성까지 망가뜨린다.

이 것들에 대한 대응책은 딱 하나, 뉴스 수용자의 깨어있는 시민의식 밖에 없다.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팩트(사실)보다는 정략(政略)으로 기사를 쓰는 언론사가 있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속지 않으면 그만이다. 언론을 빙자해 오염된 여론을 전파하려는 바이러스의 접근에 대해선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마스크로 눈과 귀를 막아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것이 참 어렵다는 사실, 하여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고’ ‘민주주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을 오늘도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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