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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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
  • 충청리뷰
  • 승인 2020.03.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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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순 충북도 여성정책관
박현순 충북도 여성정책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의 법원건물은 유리계단으로 만들어졌다. 계단아래에 서서 올려다보면 계단 위 사람의 치마 속이 보이는 문제가 발생했고 여성방문자들은 경비원으로부터 계단이용에 조심하라는 당부를 듣는다고 한다.(캐서린 H. 앤서니)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은 누군가가 만든 것들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것들이 어째서 그렇게 생겼으며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편하고 익숙해서 의식조차 못하고 지낼 수도 있고 고의적으로 배제하고 만들었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건물을 건축할 때 큰 길로 바로 나가는 차량출구를 마련하느라 인도를 침범한 부분이 더러 있는데 이는 분명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시가지 중심인데도 건물에서 나오는 차량을 주의해서 지나가야만 한다. 차량을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편할지 모르지만 걷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넘어 위험할 수도 있다.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설계되어 있어서 차들이 다니는 도로는 연결되어 있는데 인도는 중간 중간에 끊어지고 좁아지고 막혀있기도 한다. 이는 마치 자동차도로가 우선이고 인도가 보조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전에는 잘 맞는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로 지금은 다수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는데도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고 그러려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은 모두의 삶에 영향을 준다. 모든 종류의 공간은 남여 삶에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젠더효과를 가진다. 좀 더 나아가면 공간구성에 대한 젠더, 연령, 신체치수 등에 대한 편견과 편향이 우리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변 환경을 개선해서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어가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들이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모두의 공간을 위해 지역 내 단체들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도시재생, 주거환경개선, 시민안전 등 관련 사업수행에 다양하게 참여한다.

최근 연구에서 도시재생사업에 여성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고 보고한다(충북여성재단. 2019).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공간구성과 재배치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결정과정에 누가 참여하고 어떤 단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살피는 것도 젠더관점으로 보려는 것과 같은 방향일 수 있다.

미국에서 사탕처럼 생긴 알록달록한 캡슐형 세제가 편리해서 인기를 끌었는데 2년 만에 아동중독사고가 1만7000 건이나 발생해서 미국소비자연합이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어른들에게는 편리한 것이었지만 아동들에게는 위험한 제품이었다. 요사이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내게 좋아 보이는 게 나만 그런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없는지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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