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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신화를 모아 100권짜리 책으로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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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신화를 모아 100권짜리 책으로 내고 싶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3.11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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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온누리 출판사’ 김용항 대표의 40년 올곧은 출판인생
1940년대 을유문화사에서 펴낸 '임꺽정'초본 최근 재출간해

[충청리뷰_박소영 기자] 그는 한 때 우리 지역 운동권 학생들에겐 든든한 후원자였다. 쫓기는 학생들에게 그는 기꺼이 출판사의 방 한 칸을 내주었다. 김용항 대표는 늘 자기의 것을 챙기지 않았다. 출판인으로서도 성공보다는 가치를 추구했고, 상업적인 성공보단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힘썼다.

김용항 온누리 출판사 대표는 지난해 12월 다시 '임꺽정'을 펴냈다. 온누리 출판사에서 낸 '임꺽정'은 을유문화사가 펴낸 48년 버전을 그대로 옮겨왔다. 40년 출판인생에서 '임꺽정'은 그에게 아프면서도 소중한 책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김용항 온누리 출판사 대표는 지난해 12월 다시 '임꺽정'을 펴냈다. 온누리 출판사에서 낸 '임꺽정'은 을유문화사가 펴낸 48년 버전을 그대로 옮겨왔다. 40년 출판인생에서 '임꺽정'은 그에게 아프면서도 소중한 책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82126일 김 대표는 청주에 온누리 출판사를 처음 차렸다. 당시만 해도 지역은 인쇄기술이 미천해 책을 제대로 찍기가 어려웠다. 이듬해 서울에 지역사무소를 냈다. 첫 책은 신경림 선생과 논의한 뒤 운동권 학생들을 위한 교양서적인 <농민문학론>를 펴냈다. 이후 <신동엽, 그의 삶과 문학>를 냈는데 사실 신동엽 시인은 판금작가여서 출판이후 논란이 일었다.

곧 바로 펴낸 <7개국 노동운동>은 프랑스 저자의 책인데 7개국 노동운동사를 다뤘다. 소야일일랑의 <남북문제의 경제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택한 이른바 새마을 운동과 같은 경제성장에 대한 비판서였다. 84년엔 <러시아혁명사>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환단고기> <원초적 반란>등을 펴냈다.

 

<임꺽정>초판본 사계절에 양보해

 

김용항 대표는 48년 을유문화사에서 펴낸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원본을 갖고 있었다. 당시 단 6권만 찍었었다. 그는 853월 임꺽정을 온누리 출판사에서 펴낸다. 을유문화사가 냈던 표지그림과 글씨체까지 그대로 옮겨왔다. 그는 페이지마다 사진을 찍어 다시 보정을 거쳐 만들었다. 1000만원이 책 찍는데 들었다. 500지를 찍었다.

하지만 <임꺽정>858월 사계절 출판사 김영중 사장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조판소에 맡겼던 <임꺽정>원본을 보고 사계절 김 사장이 편집국 직원을 시켜 쉽게 해설을 써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는 약속에 없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월북작가였던 홍명희의 책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는 소위 대박이 났다. 이 일로 사계절 출판사 김영중 사장의 어머니인 김마리아 여사가 잠시 고초를 받기도 했다. 서류상 대표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난 일이고 지금에 와서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당시에는 서운한 맘이 컸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사계절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노이즈 마케팅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다시 <임꺽정>을 펴냈다. 온누리 출판사에 낸 <임꺽정>은 을유문화사가 낸 48년 버전을 그대로 옮겨왔다. 40년 출판인생에서 <임꺽정>은 그에게 아프면서도 소중한 책이다.

2019년 12월 온누리출판사가 재출간한 '임꺽정'책
2019년 12월 온누리출판사가 재출간한 '임꺽정'책

 

세상에 처음 알린 진실

 

김 대표는 88년엔 <4.3항쟁 잠들지 않는 나날> <거창양민학살사건>등을 펴냈다. 우리나라 최초로 4.3항쟁과 거창양민학살사건을 알린 출판물이었다. 그는 1년에 10, 지금까지 400권의 책을 엮었다.

김 대표는 89년 김일성 연설문을 모아 <북한 통일 정책 변천사>를 펴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철희 국회의원이 당시 고려대 박사과정일 때 원고를 가져와 책을 내게 됐다.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이미 4개월 전부터 뒷조사를 하고 다녔더라. 105일 정도 수감됐다.”

이후 도종환, 배창환, 정대호 등이 동인으로 참여했던 시집 <분단시대 1>을 온누리 출판사에서 낸 뒤 개별 시인의 시집을 다시 이어서 내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잘 안됐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시집도 이미 실천문학사에 양보한 상황.

출판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상업성이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그는 늘 자기 몫을 챙기는 데는 미숙했다. “아내가 교사여서 난 내 맘대로 내가 내고 싶은 책을 낼 수 있었다. 그건 지금도 고마운 일이다.”

 

김종대 의원과 오랜친분

 

김용항 대표의 책들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김 대표를 20대에 만나 연을 맺었다. “83년 출판계에도 한국출판운동협의회를 중심으로 수요회’ ‘금요회모임 등이 있었다. 6월 항쟁이 일어났을 때 출판인들 300여명이 모이기도 했다. 출판인들이 언론노조 초창기 기자들을 돕기도 했다.”

출판인으로서 지금 시대 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읽힐까. 그는 이명박 정권 때 학교예산의 몇 %를 할당해 책을 구매하는 정책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사스가 닥치면서 학교 예산으로 손소독제나 열감지기설치 등을 할 수 없으니 책 구입예산을 먼저 삭감한 것이다. 이후 학교 도서관의 책 구입비가 부활하지 않았다면서 도서관에서 좋은 책들을 일정비율로 구매해야 출판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이책을 넘어 전자책, 오디오가 장착된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활판인쇄로 새긴 활자는 기억이 오래간다. 오전에 봤다면 저녁까지 기억이 난다. 옵쇄인쇄는 뜬 그림이다. 요즘 책은 다 옵쇄인쇄인데 종이와 글씨의 간격이 있어 책을 봐도 뇌에 저장되는 시간이 짧다. 전자책과 같은 컴퓨터 화면의 글씨는 화면과 활자의 간격이 더 크다보니 바로 잊게 된다. 활자가 지면에 어느 정도 간격으로 붙어 있느냐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40년 출판인생에 대해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다만 그는 세계의 신화를 엮어 100권짜리 책을 내고 싶다. 93년부터 구상했던 일인데 자료구입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꿈만 꾸고 있다. 그래도 꼭 하고 싶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거기서 모든 서구문화의 경제용어, 심리학 용어 등이 파생됐다. 신화는 상상력의 보고이고 창조력의 근간이다. 정부에서 이러한 일을 하면 좋은 데 너무 안타깝다. 우리나라 신화도 아직 정리가 안 돼 있다. 후세대들에게 유산으로 세계의 신화를 꼭 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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