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회의가 아니라 마스크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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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회의가 아니라 마스크 회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3.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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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마스크가 이렇게 귀한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요즘에는 꼭 써야 한다.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사람들이 다소 모이는 장소에 들어갈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아예 출입조차 할 수 없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미세먼지 심했을 때 잔뜩 사다놓을 `걸 하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이겠는가.

9일부터 공적 마스크 판매 5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이면 월요일, 2와 7이면 화요일, 3과 8이면 수요일 이런 식으로 살 수 있다. 목요일에는 4와 9, 금요일에는 5와 0으로 끝나는 사람들이 사는 것이다. 주말에는 정해진 날에 사지 못한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지난 9일 저녁 신분증을 가지고 동네 약국에 갔다. 약사는 오전에 150매를 받았는데 금방 다 팔리고 없다고 했다. 약국마다 마스크를 받는 시간과 매수가 다르다고 한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마스크 품귀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요즘 이시종 도지사가 주재하는 코로나19 충북도 대책회의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전국 자치단체장 영상회의의 주된 주제는 마스크 공급문제다. 아니 요즘이 아니다. 마스크 대란이 생긴 2월부터 그랬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마스크 문제가 더 중요한 화두가 돼버린 것이다.

국민들이 마스크가 없어 아우성이고 새벽부터 줄을 서도 못 산다고 야단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연일 코로나회의를 열고 마스크회의를 하고 있다.

그런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마저 “이 바쁜 와중에 마스크 공급을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몇 시간씩 토론하다 결론도 내지 못하고 돌아서는 날이 많았다. 코로나19 극복보다 더 중요한 게 마스크 문제였다. 물론 지금도 해결된 건 아니다. 답답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2월 5일 0시부터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대상으로 매점매석하는 행위를 단속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월 19일이었다. 중국 우한에서 온 중국인이었다.

다음 날인 20일 지자체는 방역대책본부 가동을 시작했다. 시간을 따져보면 이로부터 14일만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매점매석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두 가지 생필품의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고 물건이 없어 난리가 난 뒤였다.

이 때문에 단속이 너무 늦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하려면 법제처 심사, 규제 심사, 예고 등의 절차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데 이것도 빨리 추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 얘기고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못내 아쉽다. 일각에서는 대량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흘러나가 품귀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하나 이는 떠도는 말에 불과하다. 확인된 건 아니다.

경찰청은 지난 5일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 1주일만에 639만장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2월 28일부터 이 날까지 72건을 적발해 151명을 검거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마스크가 이 정도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적발될지 모른다. 도처에서 매점매석 했음이 드러났다.

아무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고 해도 이렇게 사재기하는 나쁜X들이 없었으면 마스크가 이 정도 품귀현상을 빚지는 않을 것이다. 재난을 틈타 이익을 취하려고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가장 나쁘다. 이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 다음은 정부의 뒤늦은 단속을 지적한다. 좀 더 빨리 손을 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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