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파이어킴’
상태바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파이어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3.12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터리폭발, 2018년 KT아현지사 화재 나며 자동소화기 필요성 증대
美안전인증기관 UL 큰 관심, 하지만 우리인증기관은 2년째 차일피일
김병열 ‘파이어킴’ 대표 /육성준 기자
김병열 ‘파이어킴’ 대표 /육성준 기자

 

우리나라 소방업계는 세계적으로 보면 변방국이다. 소방밸브 등은 잘 만드는 편이지만 소화기 자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무것도 모르고 스타트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소화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김병열 파이어킴대표는 말했다.

파이어킴201612월에 창업한 소화기 제조사다. 소화기가 터짐과 동시에 액체상태의 약물이 기체로 바뀌어 산소를 차단하고 주변을 냉각시키는 원리를 적용했다. 핵심기술은 110에서 자동으로 터지는 합성소재다.

창업 이전에 김 대표는 청주의 한 기업에서 소재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차별화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창업을 꿈꿨지만 처음부터 소방 관련은 아니었다. 그는 2014, 9년 넘게 일한 회사를 그만두고 실버산업을 배워 관련 회사를 창업하겠다고 마음먹고 일본으로 갔다.

그런데 그해 5월 장성 요양병원 화재소식을 일본에서 접하게 됐다. 화재의 끝은 참혹했다. 요양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해 침대에서 생활하던 노인들은 천장부터 차오르는 연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환자 20명이 사망했고 불을 끄던 간호조무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 허술했던 시스템이 화재원인으로 꼽혔다. 이후에 요양병원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김 대표는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들도 사용가능한 안정적인 소화기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부분 소화기는 철제 통에 약품을 압축해서 담고 사람이 인위적으로 터트려야 한다. 그는 불이 나는 위치에 소화기를 달고 열이 차면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

 

심사위원· 담당기관 뒷짐만...

 

김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계획을 짜고 창업을 지원하는 여러 기관을 찾아 다녔다. 유튜브에 올라온 배터리 폭발영상 등을 소개하며 사고가 날 경우 시발점부터 진화해야 큰불로 번지지 않기 때문에 그가 개발한 소화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충북에서도 창업지원센터의 문을 몇 번이나 두드렸지만 모두 탈락했다. 대부분 심사위원들은 이로 인한 사고율이 1%를 넘지 않는다며 그의 아이디어를 외면했다. 하지만 2016년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그해 겨울 김 대표는 천안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지원을 받아 파이어킴을 설립했다.

이후 201811KT아현지사 통신고에서 불이나 통신장애 사태가 벌어지며 사회적 심각성이 더욱 확산됐다. 피해는 이틀이 지나 겨우 복구했고, 일주일 후에야 정상수준을 회복했다. 사상초유의 사태로 기록되며 피해비용이 1000억 원에 달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김 대표는 “KT아현지사 화재의 시발점은 지하 통신구였다. 사람이 다니기 힘든 곳으로 스프링클러도 여의치 않다. 이런 곳에 자동소화기가 있었다면 피해규모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파이어킴직원들은 이제 자사의 제품이 널리 쓰일 시기가 왔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상용제품이 되기 위한 국가인증을 받는 길부터 막혔다. ‘파이어킴의 소화기는 우리나라 소방안전기준을 통과해 소방제품으로 등록되는 절차를 2년 넘게 진행 중이다. 사회적으로는 악재이지만 파이어킴으로서는 호재인 대형 화재사고들이 터졌음에도 우리사회 인식은 답보상태였다.

이명진 이사는 시중에 나와 있는 소방제품과 다르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우리제품을 바라본다. 2년 넘게 발이 묶이다보니 영업에도 지장이 크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반응이 좋다. 글로벌 안전인증 기업인 UL의 관심은 우리제품이 해외시장 판매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해외시장에서의 온도차를 설명했다.

배전판에 불이나면 ‘파이어킴’에서 개발한 110도에서 터지는 소화기가 작동한다. 소화기가 작동하면 액체상태의 물질이 기화하여 내부를 냉각시키고 공기를 제거한다. 유류화재는 40초, 목자재는 10분 내에 완전소화 했을 경우 UL인증기준을 맞출 수 있다.
배전판에 불이나면 ‘파이어킴’에서 개발한 110도에서 터지는 소화기가 작동한다. 소화기가 작동하면 액체상태의 물질이 기화하여 내부를 냉각시키고 공기를 제거한다. 유류화재는 40초, 목자재는 10분 내에 완전소화 했을 경우 UL인증기준을 맞출 수 있다.

 

외국선 파이어킴예의주시

 

UL은 미국의 공식 인증기관이다. 직접생산, QC설비마련 등의 기준을 충족한 제품들에 한해 UL마크를 부착한다. 2019년 기준으로 약 143개국에서 230개의 시험 인증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UL마크를 붙여야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 이사는 최근 허니웰’, ‘지멘스등이 관심을 보인다. 이들은 화재감지장비 생산업체들로 몇 해 전부터 소화기회사들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며 자동소화기 시장이 태동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중에서도 파이어킴의 기술은 소형화로는 으뜸이다. 현재 11건의 국내·외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그럼에도 우리시장에서는 외면 받고 있다. ‘파이어킴이 스타트업으로는 조금 빠르게 UL인증을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이 37000만원이었던 업체에게 UL인증비용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인증이 진행될수록 기술력도 인정받게 돼 대기업들에서는 파이어킴과 산업용 소화기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을 빼가려고 접근하는 이들도 적잖다는 것이다. 관련 특허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런 가운데 투자할 테니 본사를 해당지역으로 옮기라는 제안도 받는다.

김 대표는 고향은 부산이지만 청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터를 잡았다. 지역에서 인식은 부족한 편이지만 어차피 어디서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청주에 본사를 두고 운영하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이런 지역 기업들은 지역 공공기관 등에서 작게나마 판로를 마련해 성장을 도와야 한다. 외부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지역기업의 성장을 돕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지역에는 파이어킴과 같은 업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역에서부터 우선 우리 기업체를 키워야 한다.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청주 오창공장에 위치한 파이어킴 연구소 /육성준 기자
청주 오창공장에 위치한 파이어킴 연구소 /육성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