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농부는 코로나19를 어떻게 보나?
상태바
자연농 농부는 코로나19를 어떻게 보나?
  • 한덕현
  • 승인 2020.03.18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성현 농부 작가
최성현 농부 작가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3월 12일에는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더믹을 선언했다. 팬더믹이란 코로나19가 몇 개의 나라 정도가 아니라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걸 말한다. 그렇다면 세계대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전쟁만큼은 아니겠지만, 살기가 너무 어렵다. 박쥐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우리는 이 신종 바이러스의 대확산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자연농 농부인 나는 자연농의 눈으로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잘 아시다시피 세상 사람들은 모두 벌레와 싸운다. 해충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자연농에서는 해충이 없다.

왜 그런가? 먹이사슬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천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고리처럼 이어져 있다. 그림으로 그리면 동그라미가 된다. 이 동그라미가 자연 안에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원이 있어 뱀이나 쥐로 온 세상이 가득 차지 않는다. 어느 한 종류의 벌레로 뒤덮이지 않는다.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고, 행여 그런 일이 있더라도 곧 가라앉는다. 그 원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과 조화가 원의 일이다.

생태계라고도 하는 이 원에서 보면 해충도 없고 익충도 없다. 둘을 나눌 수 없다. 해충이 있어 익충이 있을 수 있다. 해충이 있다 여기고 죽이면 원에 흠이 난다. 그럴 때 해충이 창궐한다. 그것이 자연의 본디 모습이다.

자연농에서는 이런 이유로 농약 대신에 숨은 원(먹이사슬, 생태계)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 그 길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땅을 갈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땅을 갈면 땅에 사는 수많은 동물과 미생물이 죽으며, 먹이사슬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무투입이다.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도 쓰지 않는다. 그런 걸 쓰면 벌레도 따라서 많아진다. 병도 쉽게 걸린다. 과식이 만병의 원인인 것과 같다. 자연농에서는 그 대신 갈지 않고, 난 것은 무엇이든 모두 난 자리로 돌려준다. 자연농의 논밭에는 그래서 벌거숭이 땅이 없다. 모든 곳이 식물의 짚과 그것이 썩어서 된 부엽토로 덮여 있다. 논과 밭은 그 속에서 해마다 비옥해진다.

다음은 김매기다. 자연농에서는 풀이 원수가 아니다. 원수는커녕 고맙게 여긴다. 왜 그런가? 풀은 하늘이 주는 천연 거름인 동시에 먹이사슬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벌레마다 좋아하는 풀이 다르다. 풀이 많으면 그만큼 벌레도 많고 다양해지며, 그에 따라 먹이사슬도 더 튼튼해진다.

이런 이유에서 자연농에서는 풀을 뽑지 않고 베어서 그 자리에 펴 놓는다. 베되 한꺼번에 베지 않고 한 줄씩 건너 뛰어 벤다. 안 벤 줄은 벤 줄의 풀이 벌레들이 살만큼 자랐을 때 벤다. 왜 그렇게 하나? 그곳의 원래 주인인 벌레와 미생물과 소동물 등을 위해서다.

이 세 가지 위에서 자연농의 논밭에서는 농약을 칠 일이 생기지 않는다. 자연농의 논밭에서는 해충조차 마음 편히 살다 죽는다. 산이 그런 것처럼 평화롭다. 싸움이 없다. 코로나19만이 아니다. 2013년부터 해마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힘들었다. 2012년에는 메르스로, 2002년에서 2003년까지는 사스로 고통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의 경고다. 인류 문명과 현대 농업은 이제까지 사람만을 생각했다. 나머지 생명체는,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미생물이든, 어찌 돼도 좋다 여겼다. 멸종이 돼도 좋다 생각했다. 공기와 물과 땅의 오염 또한 내가 알 바 아니었다. 그 속에서 생태계는 깨질 수밖에 없었다. 지구는 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가 코로나19다. 사스에서 메르스, 조류 인플루엔자로 이어지고 있는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그러므로 사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해충이 있는 줄 아는, 박쥐가 원인이라고 아는 정도의 눈으로는 이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진짜 원인은 지구가 인간만을 위한 별이 아니라는 걸 인류가 모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