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오슬람’ 꿈꾸는 ‘대운엘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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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오슬람’ 꿈꾸는 ‘대운엘엔씨’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3.19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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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최초 조명 우수조달업체로 타지에서는 기술 1위, 지역에선 뒷전
기술 인정받은 지역 업체가 우리 지역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필요

충북지역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다. 중소기업이 잘 돌아가야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는다. 지역경제의 실핏줄을 살리려면 지방정부가 나서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 선결조건은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다. 특히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미흡하다. 이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산품 팔아주기 운동이 필요하다.

 

송재운 대운엘엔씨 대표 /육성준 기자
송재운 대운엘엔씨 대표 /육성준 기자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서 LED가로등, LED실내조명, LED투광등 등 각종 LED조명을 연구·제작하는 대운엘엔씨는 우수조달업체다. 조달청의 우수제품지정제도인 우수조달은 조달물자의 품질향상을 위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기술이 뛰어난 물품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선정되면 액수에 관계없이 국가계약법령에 따른 수의계약이 허용된다. 또한 우수조달업체와 거래하면 지자체는 각종 감사에서도 가점 또는 면제대상이 된다.

상당수 업체들이 우수조달등록을 첫 번째 목표로 꼽는다. 하지만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이 전체 조달업체 중에 약 10% 내외만이 우수조달의 영예를 안는다. 이마저도 서울, 대구, 부산에 밀집돼 있다. 그래서 대운엘엔씨 같은 우수조달업체가 지역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더구나 이곳은 2020년 청주시가 선정한 6개의 유망 중소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하지만 유망 중소기업이라는 상장 하나 받았을 뿐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이 업체들을 홀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 지역에선 우수조달에 선정되면 지자체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편이다. 충남에서 창호를 취급하는 A업체의 경우 우수조달업체면서 관내에 있다는 이유로 지자체 발주 물량의 40% 가까이를 수주 받는다. 원래대로라면 감사 지적사항이지만 우수조달업체기 때문에 면책대상으로 분류됐다.

송재운 대운엘엔씨 대표는 충북에 18개 경쟁 조명업체들이 있다. 이중에서 우수조달을 인정받은 곳은 청주에서는 유일하고 충북 향토기업 중에서는 최초다지역에서 약 10%정도 수주를 받고 있긴 한데,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충북은 조명·전기 쪽에서는 한두 업체에 몰아주기를 한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는 영업부를 따로 운영하면서 노력을 해봤지만 별 소용없었다. 그래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지금은 매출의 5~7%는 꼭 연구개발비로 책정한다우리 회사에는 제품시험기관에서나 볼 수 있는 연구 장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대운엘엔씨 본사에 설치된 실험장치 적분구에서 시험운영중인 신제품 장비
대운엘엔씨 본사에 설치된 실험장치 적분구에서 시험운영중인 신제품 장비

 

연구는 직접’, 설치는 협력

 

대운엘엔씨의 지난해 매출은 약 10억 원대다. 재작년 25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대외경제 악화로 매출이 감소했다. 직원들 수는 8명으로 매출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직원들은 주로 연구·개발 등 업무에 매진하고 수주 받은 제품은 외부 공사팀에 위탁 운영하거나 분리발주를 통해 개별 입찰한다.

2012년 창업한 대운엘엔씨는 2017년 처음 흑자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 연구, 개발에 힘을 쏟았다. 엔지니어출신으로 일본계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근무했던 송 대표는 퇴사 후 농협을 거쳐 2004년경 정보통신공사업을 하는 회사를 차렸다. 이후 공사현장 쪽 일만 해왔다. 하지만 경기에 따라 매출의 등락폭이 컸고, 결국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미래 먹거리를 물색했다. 그는 심사숙고 끝에 조명을 선택했다. 당시 공사 현장에서는 3파장, 백열전구를 주로 사용했다. 송 대표는 앞으로는 LED시장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운엘엔씨는 창업과정에서 모 업체랑 교류하며 5년 정도 제품 연구개발에 시간을 보냈다. 이후 11개 특허를 취득했고 현재 1개 특허를 진행 중이다. 특허는 가로등의 빛 공해 방지에 관련된 장치들이고, 횡단보도 투광등에 대한 특허도 출원중에 있다. 조달기준인 NEP(신기술·제품인증) 관련 인증도 도전할 수 있는 특허를 취득해 항간에는 대운엘엔씨의 특허를 구입하겠다는 중견업체들도 꽤 있다.

하지만 송 대표의 뜻은 단호하다. 좀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서 더 인정받기를 원한다. 늘 퇴근도 미뤄가며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내수에 위치한 대운엘엔씨 본사에는 우리나라 조명 제조사에는 몇 대 없는 적분구 장비도 있다. 적분구는 신제품의 품질을 담보하는 광량 등을 측정하는 장비로 상당수 업체들은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의 기술연구기관에 의뢰해 장비를 운영한다.

송 대표는 적분구 가격만 8000만원이다. 여기에 1000만 원 이상인 분광기 등의 측정 장비까지를 운영하는 것은 기업입장에서는 연구개발에 올인하는 셈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대운엘엔씨 적분구 안에는 2019815일부터 켜진 전구에 대한 품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대운엘엔씨는 연구개발한 LED모듈에 새로운 금형을 입혀 각종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기술력 덕분에 해외 바이어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을 이 업체의 이점으로 꼽는다.

대운엘엔씨 LED조명 제품들
대운엘엔씨 LED조명 제품들

 

 

청주보다 베트남에서 더 호응

 

대운엘엔씨는 베트남에서 DLC라는 브랜드로 영업한다. 지난해 9월 이후부터는 분기마다 조명업체로는 처음으로 하노이 박람회에서 단독 전시회를 열고 있다. 대운엘엔씨의 기술력을 알아본 베트남 현지 업체의 적극적인 구애 덕분이다. 전시회에 힘입어 베트남 현지 공장에 LED모듈 2만개를 납품하는 계약도 성사시켰다.

송 대표는 올해부터 현지에 LED조명 생산공장을 세우고 생산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단 모두 멈췄다. 4월마다 크게 진행하는 사업설명회도 미뤘다. 그쪽기업도 시간에 맞춰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데 서로 코로나19에 물려 있어 피해가 적잖은 편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운엘엔씨의 거래처는 확고한 편이다. 현지 유통업체와 손잡고 향후 몇 년 안에 하노이, 호치민을 중심으로 베트남 전체 시장의 5%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액수로는 약 1000억원 규모이다. 하지만 송 대표는 아직 미지수라며 김칫국은 마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밖에서 먼저 알아봐준 사례다. 지역업체가 지역에서 성장하면 세수, 일자리 창출면에서 유리하다. 그리고 수익은 결국 지역으로 돌아온다.

송 대표는 지자체에서 우리 같은 기업을 좀 더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청주만 하더라도 불과 8, 그중 우수조달은 우리뿐인데도 우리와 한 번도 거래하지 않은 구청도 있다우리는 좀 더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영업비용을 아껴서 제품을 개발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송 대표의 목표는 3년 내에 지역사회에 1억을 기부하는 것이다. 그는 지역 업체들은 지역에서 성장한다. (저도) 청주가 고향이고 사업을 해도 여기서, 늙어도 여기서 살아간다. 외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노이 박람회에 마련된 대운엘엔씨 단독 설명회장 /대운엘엔씨 제공
지난해 하노이 박람회에 마련된 대운엘엔씨 단독 설명회장 /대운엘엔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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