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비블라인드로 혁명 일으킨 ‘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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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비블라인드로 혁명 일으킨 ‘윈플러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3.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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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블라인드제조사, 해외에선 ‘최고’ 지역에선 ‘누구?’
대다수 관급공사발주 참여기회조차 없어, 개선방안 시급

경제의 선순환구조 필요

외면 받는 유망중소기업3

충북지역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다. 중소기업이 잘 돌아가야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는다. 지역경제의 실핏줄을 살리려면 지방정부가 나서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 선결조건은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다. 특히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미흡하다. 이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산품 팔아주기 운동이 필요하다.

윈플러스’의 살림을 맡고 있는 김남주 부장 /육성준 기자
윈플러스’의 살림을 맡고 있는 김남주 부장 /육성준 기자

윈플러스는 업계 1위 커튼, 블라인드 제조회사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콤비블라인드를 개발해 전 세계에 한국의 기술력을 널리 알렸다. 현재 특허·디자인·상표권을 포함해 149건의 산업재산권을 갖고 있다.

변태웅 윈플러스대표는 충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한 섬유회사 품질관리 개발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1996년 만리섬유를 창업해 원단판매부터 완제품납품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2003년 본사를 음성으로 이전하면서 윈플러스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2009년 오송공장을 증축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는 2004년 개발한 콤비블라인드의 영향이 컸다. 콤비블라인드는 천장에서부터 두 갈래의 원단을 내려 조절 끈으로 각각의 길이를 바꿔 빛의 차단 정도를 다르게 할 수 있는 제품이다. 판매되는 대부분 블라인드가 콤비 방식이다.

윈플러스는 콤비블라인드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매출이 급격하게 신장했다. 2005년에는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R+T 독일 하임텍스스타일에서 콤비블라인드가 최고의 디자인상을 받았다. 그 덕에 지금까지도 해외바이어들의 발길이 계속된다. 국내에서는 한 대기업이 업계에 진출하며 특허소송을 걸어 독점적 지위는 소멸돼 후속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김남주 부장은 대표님은 품질개발에 힘쓰기 때문에, 영업, 운영 등 외부적 업무는 (제가) 주로한다우리는 원단을 제조하는데 국내산을 쓰는 등의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품질로 제조가 가능해서 후발주자의 추격에도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산 섬유로 만든 원단은 단가는 낮지만 가공할 때 매연이 많이 나오고 섬유 손실률이 커 세밀한 가공이 어렵다. 반면 국내산 섬유를 사용한 윈플러스의 제품은 섬유를 몇 번씩 꼬는 등의 고품질 작업도 가능하다. 차별화된 기술력에 힘입어 2019200억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김 부장은 “5월까지는 미리 수주해놓아서 문제없지만 해외발주가 90%이기 때문에 당장 다음달 들어오는 물량부터는 대폭 감소할 우려가 크다. 내수는 2월부터 푹 꺼진 상황이다고 전했다.

콤비블라인드 /윈플러스 제공
콤비블라인드 /윈플러스 제공

 

타지선 유망기업’, 지역선 잡상인

 

윈플러스4년 전부터 국내영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수입처 모색과 더불어 국내에 본사를 둔 업체인데 굵직한 국내 건축물에도 한번쯤 입찰해서 우리 제품을 걸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지역에서부터 회사 알리기에 신경써야 했고 지역 관공서와의 거래를 트기 위해 홍보를 시작했다. 각종 박람회,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도청, 시청에 찾아가 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책자, 팸플릿도 뿌렸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것은 잡상인 취급뿐이었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연고 없이는 영업 자체가 쉽지 않았다.

김 부장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있는 게 나라장터다. 나라장터 등록을 위해서 업체들은 많은 자본을 투여한다. 국가에서는 공기관에게 조달업체를 활용했을 때 가산점을 준다. 하지만 현실은 유명무실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나라장터에 등록된 충북의 블라인드 업체는 단 2, 전국적으로도 60여 곳 남짓이다. 그런데도 지역에서는 지역업체가 외면받고 있다. 블라인드는 건축내장재로 분류되고 있는데 직접조달보다는 주로 공사발주 등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발주처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외면받기 일쑤다.

2018년 ‘윈플러스’가 참여한 R+T 독일 하임텍스 전시회 /윈플러스 제공
2018년 ‘윈플러스’가 참여한 R+T 독일 하임텍스 전시회 /윈플러스 제공

 

 

공사발주에서는 기회조차 없어

 

현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자재를 구입하는 관급자재수요 발주와 공사발주로 나뉜다. 블라인드 등 내장재의 90%는 공사발주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외지업체든 관내업체든 선정되면 세부적인 물품수급은 업체 자율에 맡긴다. 액수가 큰 규모의 물품구입은 조달청의 기준에 따르라는 등의 세부사항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블라인드의 경우에는 그럴 일이 별로 없다. 공사업체에게 견적서라도 한번 넣어 경쟁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조차 없다.

김 부장은 공사업체들은 대부분 본인 거래처를 끌고 들어온다. 블라인드 업체는 주로 2~5명이 운영하는 가족기업들로 영세한 곳이 많다. 소규모다보니 우리 같은 회사에서 원단을 떼어다가 조립만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마진도 적은 편이다. 결국 지자체 관급공사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대부분 원청에서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고 주장했다.

시장규모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끔 지역물품을 팔아줘야겠다는 뜻 있는 공무원들이 제품을 사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숫자는 적은 편. 김 부장은 고마운 일이지만 간헐적인 한 두 건만으로는 업체 운영의 안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이런 관행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비단 블라인드, 커튼 업체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이 많다. 공공발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사에서부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지역 공사를 진행하는 데에 지역 업체의 물품을 일정부분 팔아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중견기업이든, 새로운 기업이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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