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사람들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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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사람들과 나누자
  • 충청리뷰
  • 승인 2020.04.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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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길동무작은도서관장
홍승표 길동무작은도서관장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혼란과 두려움에 빠뜨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 가운데는 완치 받고 새 삶을 찾은 사람들도 많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잘 대처하고 있는 편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몇몇 나라는 실로 많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죽었고, 그로인해 어떤 나라에서는 집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때려서 이를 막아 보겠다는 안간힘을 쓰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 절실함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강제력으로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은 역시 마음에 감동이 있어야 무엇이든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법이다. 급할수록 숨을 고르고 사태를 있는 그대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이니 살림살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나라마다 경제적 사정이 다르겠기에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이 땅 대한민국은 그 피해가 심각하다. 정규직이야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이다. 하긴 모두들 조심하느라고 잔뜩 움츠리고 있으니 경제도 잘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런데 더욱 갑갑한 건 이런 형국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숙하고 잘 아는 것에 대해서는 대처하기가 쉽지만 익숙하지 않아 낯설고 잘 모르는 것은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이렇게 뒤흔들어 놓고 두렵게 하는 것인가 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어떤 이는 세계 제2차 대전보다 더 많이 세계의 틀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상이 무엇인가.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사람 만나고 일하는 등 반복해서 하는 보통의 행위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일상이 무너졌다.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조심스러워 가능하면 배달해서 먹고, 퇴근 후에는 일찍 집에 들어가서 직접 밥을 해 먹는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서 오랜만에 냉장고가 휑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는다.

또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일찌감치 다 취소되었다. 일하는 모양도 많이 바뀌었거나 바뀌어 가고 있으니 평범한 사람들도 이제는 화상회의를 시도하는 모양이다.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이들은 변화에 적응을 못해 손 놓고 일을 쉬고 있다.

이럴 때 우린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얼 해야 할까? 무엇보다 앞서 조금 넉넉한 이들은 그것이 마음이든 물질이든 부족해서 고통 받는 이들과 나눠야 한다. 정부든 사람이든 그게 마땅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볼 일은 일상의 회복이다. 일상이 무너졌고 다시 세워야 한다면 그 새로운 일상은 지금껏 살았던 일상일까, 그게 가능은 한가? 아닐 것이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은 지나친 부분이 있었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너무 크게 일을 벌여 왔다. 그래서일까. 요즘 경제적으로 조금 힘들고 낯설긴 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찾았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이웃과 자잘한 대화를 나누면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껏 아등바등 살아오면서 혹 행복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그 누구의 탓보다도 먼저 내 탓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시인 릴케는 말한다. “너의 일상이 초라해 보인다고 탓하지 말라. 풍요를 불러낼 만한 힘이 없는 너 자신을 탓하라.” 그러고 보면 어느 수행자의 말처럼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그 기적을 행하면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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