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심판! 왜, 무엇 때문에…
상태바
4.15 심판! 왜, 무엇 때문에…
  • 한덕현
  • 승인 2020.04.08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오는 총선을 전망하면서 가장 스릴을 느낄 때는 완벽하진 않지만 예측한대로 판세가 전개되는 경우다. 앞서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과 윤석열의 검찰총장 내정 당시 “그런 선택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이 지면을 통해 지적한 나로서는 어쨌든 4.15총선을 향한 최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조·윤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 무슨 대단한 예지와 논리를 근거한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한 상식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조국은 민정수석에서 내려오는 순간, 설령 그가 법무장관 자리에 욕심이 있더라도 일정기간 이른바 ‘텀term’(기간)을 갖는 게 좋겠다고 여겼다. 이유는, 그는 이미 학자로서 그리고 각종 저서로 대중들로부터 누릴만큼 인기를 구가했지만 막상 청와대의 핵심참모로는 논리와 이미지 이상의 실천적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런 캐릭터의 최대 약점을 떠올린 것이다. 참모에서 리더가 되려는 순간, 자칫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말이다.

윤석열에 대해선 권력이라는 것의 ‘통념’을 염두에 뒀다. 어떤 조직이든 그 책임자는 말발이나 행동에 있어 강한 성격의 인물을 쉬이 곁에 두는 게 아니다. 그러한 인물은 언젠가는 본인의 영역, 본인의 명분을 먼저 중시하게 마련이다.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은 없다는 권력의 불문율만 생각해봐도 답은 금방 나온다. 권력의 핵심이나 2인자를 자처하던 사람들의 말로가 어때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해 왔다. 윤석열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살아있는 권력에까지 추상같은 검찰권을 행사하라”고 주문할 때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신임하고서도 당하는 오늘의 기형적 상황을 자초했다.

가정이지만 조국을 전격 기소했을 때 윤석열이 용퇴했다면 그는 스스로가 의도하고 국민들이 기대했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영원한 검사’ ‘영원한 소신’의 화신으로 남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권력에 굴종하는 검찰상을 바란다는 건 아니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까지 각을 세우며 맞섰다면 어느 순간에라도 ‘인간적 신의’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그 시기가 조국 기소 시점이라고 봤다. 이 정도의 ‘책임감’과 ‘진정성’은 보통 사람들한테도 기본이 된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장모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가족문제까지 불거지며 여론의 퇴진압력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유시민의 말 “윤석열은 원초적으로 대통령을 존중할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은 듣지 말았어야 했다.

4.15 총선의 결과가 이젠 어느 정도 그려진다. 여야가 서로 앞장서 심판을 부르짖지만 안 그래도 이번 총선은 그 어떤 세력에게는 아주 냉혹한 심판이 될 공산이 크다. 아무리 선거라고 하지만 이번 총선만큼 개념없고 원칙없는 경우도 없었다. 기껏 소수 정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 정치개혁의 동력을 마련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놓고선 온갖 편법으로 오히려 거대 양 당의 독무대를 만들어 놨다. 결국 비례대표 투표용지만 ‘듣보잡’ 리스트로 변질시켰다. 그래도 과거에는 국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형식적이나마 정책선거의 구색이라도 갖췄는데 지금은 반드시 죽여여할 불구대천지 ‘원수’만을 서로 앞에 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기본소득이라는 단어만 입에 올려도 사회주의니 빨갱이니 하며 난리를 피웠던 사람들인데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정부와 정당, 후보들이 입만 열면 돈부터 주겠다고 진흙탕 경쟁을 벌인다. 기본소득, 재난소득, 긴급재난지원금, 긴급생활안전자금 등등...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의 성찬에 국민들은 어느덧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됐다. 총선이 끝나면 경제문제가 쓰나미로 덮치고, 코로나는 한 세기를 기고만장하며 세계를 지배하던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시장 및 글로벌경제에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가 된다는 경고가 내려지고 있건만 우리의 4.15총선은 오로지 모든 것에 만사 OK다.

 

정치는 어차피 정직하지도 인간적이지도 않다. 다만, 정직을 가장하고 인간됨을 포장할 뿐이다. 직업 신뢰도 조사에서 정치인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을 보면 국민들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권력과 정치는 늘 양육강식의 논리로 지배되어 왔고 사람들은 이의 진수를 정리한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라고 통상 알아 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며 인간은 변덕스럽고, 고마워할 줄 모르고, 거짓말을 잘하고, 남을 잘 속이고, 위험을 피하려 하고, 자기이익만 찾는다고 봤다. 하여 군주는 백성들의 안정과 평화로운 삶을 위해 필요할 땐 능숙한 사기꾼이나 위선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에 으레 붙어다니던 이같은 프레임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우리나라에선 김상근 교수가 대표적으로 주창하는 마키아벨리즘의 재해석으로, 악마의 책이라는 ‘군주론’은 군주라는 강자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라 백성과 인민으로 상징되는 약자들의 생존을 위한 교훈서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 스스로가 삶을 관통하는 정치적 탄압과 핍박을 받은 입장에서 성찰한 결과물로,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군주가 권모술수의 야비한 관리능력을 구사할 것을 유혹한 게 아니라 군주라는 강자들의 이러한 지속가능한(?) 술책을 약자인 백성들이 제대로 알고 대응하라는 의미의 속내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4.15총선의 선택은 분명해졌다. 일단 당선만 되면 힘있고 가진 강자로 사는 게 관성이 된 정치인들의 간교한 위선을 이번에는 반드시 심판해야 하고 이로써 군주가 연대해야 할 세력은 귀족이 아니라 인민인 것처럼 후보자가 의식해야 할 대상은 어리석은 백성, 우민(愚民)이 아니라 깨어있는 유권자임을 꼭 가르쳐야 한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지난번 한일 무역분쟁과 근자의 코로나 정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뼈속까지 토착왜구·친일세력과,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이고 당선되고 나선 권력의 단맛만 빨아먹는 기생충들에겐 이번 총선이 반드시 코로나 지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찬란한 결과물이 가슴 벅차게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