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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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
  • 충청리뷰
  • 승인 2020.04.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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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순 충북도 여성정책관
박현순 충북도 여성정책관

 

이전세대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은 교육을 받을 수 없었기에 삶에 대한 이야기가 역사의 장에서 거의 빠져있다. 그래서 공공기록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내면의 생각과 의견은 추측을 통해서만 그려 볼 수 있다. 다만 그 시대 여성들에게 허용된 태교, 육아나 가사에 대한 기록이 일부 남아있다.

‘여기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가 있다’로 시작하는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스테퍼니 스탈)>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돌보던 시기가 생각났다. 익숙한 이야기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이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 몸이 되어 방에 누워 있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익숙하지만 어떻게보면 어리둥절하고 낯설었다. 아내와 어머니가 되기 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한편으로는 우울한 생각이 들었고 왠지 모를 소외감이 드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이주한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내 주변에는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내 고민이 삶이 편안해서 복에 겨워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삶의 방식이었고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했다.

시간이 지나서 서로 돌봄을 부탁할 사람들도 생기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어 시간 조율이 가능해지면서 하던 일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다. 그 후에 일을 하면서 자주 어느 지점에서나 그 사이에 걸쳐진 경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애들 잘 지내냐고 묻는다.

스테퍼니 스탈은 시간과 공간과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여성은 자기 정체성의 경계를 타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경험들은 여성들에게 어떤 범주 내에서는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주도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경계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타인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도 주어진 과업은 온힘을 다해 성취해 내야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경계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쳐있다는 느낌이 불편하게 한다.

빠른 사회의 변화로 세계관이 다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한 세대가 부모세대가 되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타자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희생을 한다고 여긴다면, 자기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가게 된다면,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이 세계에 대한 사랑은 집착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왜곡된다고 말한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과 문화를 일시 멈추게 했고 특히 맞물려 돌아가던 영역에서 장점과 어려움이 부각되어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여러 나라의 대응을 비교해 보면서 잘 만들어진 제도가 우리를 공존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유연근무, 가족돌봄휴가 등의 노동정책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무상급식, 방과후 돌봄, 공공서비스로서의 돌봄정책은 일과 가정을 함께하는 부모들에게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었다. 돌봄 및 가사노동은 가족이 함께 역할을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고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고 작동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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