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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학교육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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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학교육의 모순
  • 충청리뷰
  • 승인 2020.04.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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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대학이라는 제도 자체에 의문 생겨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의 유행이 계속되면서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전방위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물론 이것이 일상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찌 되었든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이 끝났다기보다는, 과거의 일상이 ‘새로운 일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직 대학생인 나 또한 그러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대학의 운영 방식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교가 개강을 미루고 대면 수업을 무기한 중단하면서 대다수 수업은 온라인을 통해서 원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졸업 못 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학교를 너무 오래 다녔다.’ 같은 농담 반 한탄 반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통합형 대학의 등장
하지만 대학의 원격화는 이처럼 농담이나 몇몇 웃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가 단순히 코로나가 유행할 동안에만 유지될 임시조치, 비상조치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이 조치들은 그 이전부터 수면 밑에서 커지고 있던 고등교육과 그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며, 대학 교육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다.

대학은 과거 유럽 중세의 볼로냐, 옥스퍼드, 파리와 같은 곳에서 기원했다고는 하지만 그 시절 대학들은 요즘 대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로 신학, 법학, 의학 등의 제한적 전공만을 가르치고 사회의 극소수 엘리트를 위한 교양 교육을 하는 것이 과거 중세 대학의 핵심적 기능이었다. 대학의 기능은 오늘날처럼 다양하지도 않았고, 대중들이 접근할 수도 없었다.

대학 교육은 1860년대가 되어서야 미국에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유명 대학들은 대서양 건너편 유럽의 전통적 대학 모델을 기초로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 무렵 중요한 변화들이 미국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대학은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먼저, 독일에서 발전한 연구 중심 대학의 모델이 미국으로 유입되었다. 이제 대학은 가장 최신의 지식을 선도적으로, 체계적으로 생산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했다. 다음으로,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 경제가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발전하는 근대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 필요해지게 되었다. 대학은 의학, 법학뿐 아니라 공학을 비롯한 각종 실용적인 전문 지식을 공급하는 최적의 기관으로 선택되었고 자연스레 대학은 대중들에게 더 문호를 열게 되었다. 끝으로, 과거 엘리트 교육 기관의 유산으로 대학은 기초적인 교양 교육을 젊은 학생들에게 제공해 책임 있는 시민으로 키워낼 수 있어야 했다.

 

따라서 근대적 대학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특화된 기관과는 거리가 멀었고, 연관이 있지만 같지는 않은 세 가지 목표를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 여러 기능을 통합하면서 성립된 것이다. 미국의 교육 정책 전문가 케빈 캐리는 이를 두고 ‘통합형 대학’이라고 명명했다. 통합형 대학 체제 하에서 교수는 연구 성과를 내고 학생들에게 전공과 교양 지식을 가르쳐 사회에 배출해야만 했다. 이 시스템은 놀라운 성공을 거둬 세계로 확대되었고, 한국 대학들도 따라서 통합형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설 온라인 플랫폼이 교육 맡는다면?
그러나 통합형 대학은 어떤 면에서는 임시변통에 가깝기도 했다. 사실 연구와 교육은 굉장히 다른 일이다. 없던 지식을 새로이 만들어내는 능력과 이미 잘 정립된 지식을 남들에게 가르쳐주는 일은 같을 수가 없다. 문제는 대학이 기본적으로 연구 능력에 기초하여 교수를 채용한다는 데 있었다.

이 같은 구조에서 교육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받고 하였다. 여기에 빠른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조직 구조로 인해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적절한 수준으로 가르치는 본연의 역할 중 하나를 수행하기 힘들어졌다.

코로나19로 확대된 온라인 수업은 이미 이처럼 불거지고 있던 대학 교육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표했다. 이렇게 할 거면 대체 왜 그렇게 비싼 등록금을 내야만 하냐는 것이다. 이 불만은 정곡을 찌른 면이 있었다. 만약 EBS나 메가스터디처럼 표준화된 온라인 교육을 대학의 학과가 제공해줄 수 있다면 막대한 부지를 차지하는 대형 강의동도 필요 없고 교수가 상시적으로 수업을 할 필요도 없다.

그 대신 해당 학문에 대해 가장 좋은 강의력(연구 역량이 아니라)을 가진 강사가 녹화한 강의를 제공해주면 된다. 이 시스템이 정착한다면 사실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게 굳이 대학일 필요도 없어진다. 사설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해 교육과 평가 시스템을 제공하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즉, 대학 교육의 온라인화는 단순히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을 넘어 대학이라는 제도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연구와 교육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 현행 체제라면 교육이 전혀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갔을 때 대학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물론 대학의 교육 기능이 하루아침에 상실되지는 않을 것이며 온라인화가 더욱 진전되어도 여전히 많은 교육 분야들은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가 대학의 ‘새로운 일상’이 된 지금, 대학은 앞으로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문을 계속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럴 거면 인강 틀어주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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