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삿대질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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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삿대질 하지마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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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현 도안공동체 대표
   
찬란한 꽃들이 추운겨울의 매서움을 이겨내고 피어날 즈음 이면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죽어간 혼령의 넋이 함께 되살아나는 것 같다.

1980년대에 피끓는 젊은 시절을 맞이하게된 이땅의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살다시피할 때 어머니께서 하신말씀 “ 하늘을향해 삿대질하고 돌아다니지마라”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피난살이 끝에 겨우 정착하여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며 하루하루 가슴조이시면서 살아가는 서민으로 젊은 딸자식이 길거리에서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에 쫓기면서 편치않게 사는 것이 불편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너부터 바뀌면되는데. 네 생활개선은 하나도 되어지는 것없이 하늘향해 삿대질을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냐”는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민주화도 되고 인권도 복지정책도 참으로 세상이 변해도 한참변했다.

그런데도 늘 2%가 부족하다. 변해야 하고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이제는 나부터라도 살아낼수 있는 만큼 원하고 그것을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

광화문앞에서 시청앞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온갖길에서 깃발을 나부끼며 많은 군중과 하나된맘으로 외치던 구호를 접고 농촌으로 내려오면서 그어떤 누구도 그 구호처럼 살아가지 않는다면 모두가 빈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촌으로 내려와 처음으로 동네할머니들과 산으로 나물을 하러 갔을때를 잊을수 없다.

나름대로 도감을 놓고 열심히 사진도 외워두고 이름과 쓰임새등도 알아가며 시골살이를 해보겠노라고 준비하고 있었기에 할머니들과 함께 산으로 가자고 바람을 넣었다. 함께 차를 타고 산입구에 내려서자 할머니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뜯기 시작하시는 거다.

도감에서 보지 못한 낮선 풀들만 가득한 곳에 혼자 서서 뒤따라가며 “나도 좀 알려주셔야 되지 않으냐”면서 칭얼대기 시작했다. 도무지 아는 것이 있어야 뜯어보지요. 드문 드문 고개를 내민 온갖 나물을 이름을 알려주기도 전에 이할머니가 뜯어 감추시고 저할머니가 먼저 가져가시고 나는 어이가 없어지고 허탈해지기 시작했다. 도감에 있던 그 모양과는 다르게 커버린 모습이거나 아직 자라지 않아서 도감과 다른 현실앞에서 나는 무식해져 가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흰종이에 인쇄된 검은 글씨였고 그 글씨를 외워서 답안을 잘 쓴 것이 공부를 잘한것이었을뿐이지 가슴으로 손으로 눈으로 발품을 팔아 느낀 것이 아니었기에 모르고 있는 것들뿐이었다.

떡잎이 나오고 자라고 열매를 맺는 자연을 돌아보지 못한 나는 산속에서 참으로 뜯을 나물이 없었다. 쑥,냉이,취나물정도나 알고 있을까? 그마저도 아주 비슷하게 생긴 사촌들이 옆에 같이 피어있어 구분을하고 정확한 이름을 부르는데 자신이 없어지고 말았다.

이름도 모르는수많은 나물을 정말 쉼없이 담아내는 그 손길에 놀랐다. 떡벌어지게 차려진 잔치상에서 그저 젓가락만 들고 낮설어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참 희한했다. 모든 나물들이 내 눈에는 보이지않게 꼭꼭숨은 것 같았다. 멀뚱멀뚱 서있는 내가 안스러웠던 할머니가 이렇게 생긴 것을 뜯어보라면서 실물을 주셨다.

신이나서 돌아다니며 한가방을 뜯고는 자랑스러이 내려놓으며 보여드렸더니 “아이고 어찌하여 하나도 못먹는 것만 주워담았는고?”
“잘도 피해서 모았구먼!!” “이렇게 많은중에 어찌하여 쓰레기만 담았느냐”시면서 모두 버리셨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나물을 덜어 가방을 채워주시면서 위로를 해주시던 할머니들…
그래도 이번에는 작년에 눈도장찍은 것이 있어서 조금씩 수월해지고 자신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꼭꼭 숨어있던 나물들이 “나 여기 있다!“하고 모습을 보여줄 때 얼마나 감사했는 모른다. ”고맙다. 고마워 네가 내 눈에 보인 것은 나를 먹고 잘 살라는 말이지?”나는 그렇게 자연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 진다고 말이다.

작은 잎부터 시작하여 푸르름을 지나 열매를 맺고 뿌리를 챙겨 우리에게 내어주며 언제나 넉넉한 잔치상을 차려놓은 자연의 위대한 밥상앞에서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며 살아갈 이유중의 하나를 내려놓았다.
이제는 이맘때가 되면 산이 부른다.

이렇게 큰 잔치상을 차려놓았으니 찾아와 실컷 먹으라고… 그소리가 들리면 몸도 마음도 두근거리며 산으로 발길을 향한다. 인스턴트에 젖은 입과 현란한 광고에 현혹되어 분별을 잊어버린 사고는 그저 돈으로 슈퍼에서 쉽게 구입하여 먹고 입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잘산다는 것은 쉽게 구하여 얻은 것이 아니고 추운 겨울 죽은 듯이 보인 자연이 일제히 일어나 우리에게 상을 차려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땀흘려 발품을 팔며 온몸으로 함께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눈으로 손으로 가슴으로 알게된 나무와 꽃과 새와 산나물들…그리고 진리라고 믿고 있던것들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생김새와 그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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