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리스크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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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리스크는 지금부터다
  • 한덕현
  • 승인 2020.04.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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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다. 역시 국민은 현명하다. 21대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들은 많은 것을 느꼈고 또 많은 것을 자각했다. 이러한 복잡다기한 이 나라 주인들의 생각을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위무하고 풀어갈 지는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성의 동물이라는 인간이 세상의 모든 일을 이해하는 데엔 두 가지 이지적 잣대가 작용한다. 하나는 일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려는 통찰력(foresight)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이 끝나고 난 뒤의 깨달음(hindsight)이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투표함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전자가 엄청나게 넘쳐났고 막상 총선이 끝나고 나서는 후자가 연일 언론을 장식한다. 차이가 있다면 앞의 것은 향후 일어날 결과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 때문에도 폭발력을 갖지만 뒤의 것은 이미 드러난 결과에 대한 리뷰(review)의 자각이라는 점에서 쉽게 잊혀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 총선이 끝난 뒤의 깨달음이 더 절박하게 다가온 적도 없다. 여당에 승리를 안긴 국민들의 마음도 지금부터가 더 조바심난다. 총선 승리라는 전리품 뒤에서 똬리를 틀고 있을 대통령 ‘문재인 리스크’의 개연성 때문이다. 당장 기다리는 건 경제문제다. 어떠한 지표와 명분을 들이대도 ‘경제’는 지금 바닥이고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

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그렇다고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추세라며 면피하거나 안주할 수도 없다. 정부와 여야가 표를 의식해 대책없이 쏟아낸 퍼주기 공약들도 분명 나라살림을 옥죄게 된다. 여당에 승리를 안긴 국민들의 속내는 작금의 세계적 공황조짐을 의식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다. 코로나 방역의 성공과 글로벌 찬사가 국민감성을 자극했다면 앞으로 이를 국민감동으로 연결짓는 건 경제회복 밖에 없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시기가 문제이지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정치의 회복 또한 최우선 과제다. 20대 국회에서 국민들은 최악의 야당을 경험했고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얼마나 저질스러웠으면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가장 후퇴했다는 자유당 시절보다도 못했다고 한다. 그 때는 이념이나 사상으로 상징되는 정치논리라도 있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오직 증오와 혐오만 넘쳐났고 이같은 천박한 정치로 인해 국민들까지 딱 반으로 갈려 가족의 밥상머리조차 불편하게 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서도 국민들은 스스로가 이념적 무장을 달리해 정치성향의 차이를 드러냈을 뿐이지 지금처럼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원수로 대하지는 않았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소위 진보정권, 진보인사라는 사람들이 반드시 깨우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진보는 보수와 비교해 선(善)이자 도덕적이고 정의롭다는 프레임은 이제 깨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오만과 착각이라고까지 한다.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극단적인 배타성은 사실 문재인 정권과 그 핵심들의 진보 교조주의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하여 국민들한테 이루 말할 수 없는 희망을 안기고서도 그 이후는 이와는 너무도 동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정치에 있어 미운오리새끼일 수밖에 없는 야당을 진심으로 대하는 데 너무 인색했다. 적폐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업조차 광화문 촛불로 얻어진 국민적 공감을 벗어나 특정 사안의 경우 어느덧 진영논리의 의제로 변질됨으로써 이 역시 국민들을 이간질시키는데 일조했다. 그저 과거만 파헤쳐 상대를 말살시키려 한다는 보수의 집단적 공분을 사게 한 건 진보의 크나 큰 패착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온 국민들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아무리 야당의 전략적 음해라고는 하지만 총선기간에 ‘독재자’라는 막말까지 동원된 것은 몰가치의 극치로 받아들여진다. 이 또한 현 정권이 스스로의 책임을 곱씹어볼 일이다. 국민을 기망한 역대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고 현 대통령조차 반대 세력이 드러내놓고 형언할 수 없는 폄훼를 가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세계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인데도 말이다.

꼭 ‘조국’이라는 학습효과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진보는 말이나 이미지가 아닌 행동과 실천이라는 실사구시(實事求是)로 국민들한테 다가설 필요가 있고 이를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이번 총선결과의 또 다른 깨우침이다. 보수언론의 선택적(?) 먹이사냥으로 청와대 직에서 물러난 김의겸이 “몇몇 가문의 이해관계가 지면과 화면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고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면 그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는 ‘언론 정신’을 곧추세워 권력의 양지를 경계했어야 하고 적어도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나는 부동산 투기, 재테크는 하지 말았어야 진정한 진보임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정국 초기만 하더라도 위기에 몰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국민지지도를 회복하고 총선까지 승리로 이끌었다. 할 말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좌절을 오매불망하던 야당과 보수언론이 끝간데없이 현 정권을 괴롭히고 또 모든 정보와 자료들을 대책없이 헤집는 바람에 이 것이 다른 국가들에겐 방역의 투명성과 객관성으로 비쳐졌을 수도 있다. 촛불이 문재인 정권을 만들고 권력의 가장 큰 고비라는 중간평가는 코로나가 해결해 줬다고 한다면, 지나친 편견일까.

지금 지구촌의 화두는 코로나 이후에 달라질 세계질서다. 벌써부터 산업과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단하느라 난리다.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사람들은 한국을 향해 “코로나로 인해 국제적 주목을 받는 이번 기회를 헛되게 보내지 말라”고 애정어린 충고까지 한다.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많은 것들이 곧 현실로 드러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여당의 총선 승리는 문재인 정부에 무엇을 의미할까. 역시 답은 변화와 혁신이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우선 청와대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검찰 또한 현 윤석열 체제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이미 상처를 입은 그가 검찰개혁을 제대로 견인할 리도 만무하다. 한일 무역분쟁과 코로나정국을 통해 토착왜구를 자처하는 언론들이 공공연히 드러난 이상 이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겐 이 말이 딱 맞다. 하지만, 국민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줬는데도 이를 살리지 못한다면...? 이런 가설의 뉘앙스는 언제든지 살벌하다. 2년 후는 그리 멀지 않다. 그래서 문재인 리스크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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