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제2의 쓰레기대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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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제2의 쓰레기대란 조짐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4.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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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는 재활용품수거업체들, 수거 못하면 최종책임은 청주시
업계 “수익악화된 품목은 공공수거나 위탁수거 필요” 주장
/육성준 기자
/육성준 기자

 

20184쓰레기대란이 발생했다. 쓰레기대란은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민간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로 수거를 거부하면서 재활용품들이 처치곤란 상황에 빠지면서 발생한 사태다. 당시 쓰레기대란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수익성의 악화였다. 보통 재활용 쓰레기는 업체들이 수거해서 중간 판매상에게 넘기고 이들이 가공해서 수출하는데, 외부요인으로 수출길이 막히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생활폐기물의 최종적 처리의무를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지우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재활용품선별업자는 “IMF이후 일정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상가로 나눠서 공동주택은 민간영역에서 처리하고, 나머지는 공공영역에서 재활용품을 처리하도록 시스템을 짰다이후 지속적으로 오를 것만 같았던 원유가격이 요동쳤고 원자재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유를 기반으로 한 신규 자재가격이 하락했다. 자연스레 재활용자재 가격도 떨어졌지만 인건비, 물류비 등의 생산비용이 늘었고 채산성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보복, 코로나19 같은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면 감춰졌던 취약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까지 kg50원 남짓에 거래되던 미선별 폐플라스틱은 0원으로 떨어졌고, 80원에 거래되던 폐지는 60원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제2쓰레기 대란에 대한 우려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한때 대처 잘했던 청주시

 

청주시는 제 1차 쓰레기 대란을 피했다. 2017년부터 업체들이 이대로는 망한다며 끊임없이 주장하자, 일종의 수거보조금을 편성해서 민간수거업체들의 손실을 보전했다. 한 관계자는 “20184월에는 청주시에서 300세대 이상의 단지에서 수거하는 업체들에게도 지원금을 줬다. 당시 3개 권역으로 나눠 3개 업체가 수거하면 보조금을 주는 형태였다고 밝혔다.

현행 <공동주택법>에서는 생활쓰레기, 재활용품 등의 수거에 대해 일정세대 이상의 대규모 단지를 의무화단지로 규정하고 관리사무소, 수거업체가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했다. 보통 300세대의 공동주택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민간이, 이하는 지자체가 쓰레기를 수거한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제도는 5개월 만에 사라졌다. 사인 간에 수익이 오고가는 거래에서 청주시가 지원금을 주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청주시는 의무화단지라도 수익성이 악화되어 일괄포기서를 작성할 경우 시에서 수거하고 있다.

청주시가 일괄포기서를 받는 이면에는 일괄수거방침이 있다. ‘일괄수거는 공동주택단지에서 발생한 재활용품은 계약한 한 업체가 모두 수거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한 품목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품목에서 수익을 내어 비용을 상계해 이익을 취하라는 취지다.

청주시 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지침이 이렇다보니 업계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에 대해서 아파트나 업체가 서로 금액을 조율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있다. 이마저도 안 되어서 일괄포기서를 낼 경우에는 시에서 수거한다현재까지 시에서 보조금을 직접 지급할 명목이 없고, 환경부에서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통해 인가받은 업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괄처리가 아니라 구분지어서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활용품수거업체 대표 A씨는 “2018년에는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구분해서 지원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환경부도 사안을 구분하라고 지침을 세웠다최종수거책임은 청주시에 있기 때문에 정 안되면 수익성이 없는 폐플라스틱, 폐비닐은 공공영역에서 수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정비 필요

 

청주시공동주택재활용품수집운반협의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현행 계약단가의 70%를 인하해줄 것을 주장했다. 청주시는 곧바로 개별 아파트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발송해서 단가를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환경부도 12일 재활용품 처리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활용시장 안정화대책을 내놓았다. 업체가 공동주택에 지불하는 대가에 가격하락이 반영되도록 가격연동제실 시를 유도하고, 이후 환경부가 재활용품 인하요율을 제시하면 지자체가 나서서 업체와 공동주택 사이에서 단가조정을 하도록 권장했다. 그럼에도 정상수거가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지자체에서 공공수거체계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공동주택 규모에 따라 구분 짓던 이분법적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폐비닐처리처럼 결국 다 태워버리는 방안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84, 당시 청주시는 폐비닐 처리문제에 대한 업체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대다수 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다. 이후 시민들은 폐비닐을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했고 전체 비닐쓰레기 비중은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공동주택에서 나오는 종량제봉투의 50%이상이 비닐쓰레기라고 추산한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현재 청주시 소재 공동주택 주민이 한 달에 버리는 비닐쓰레기의 양은 약 2kg, 청주시 전체로 확대하면 한 달에 약 400톤의 비닐쓰레기가 소각되는 셈이다.

이는 결국 소각량의 증가를 가져왔고, 역설적으로 소각장 증설의 필요성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고 업계에서는 주장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환경부에서는 폐비닐도 재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개인 간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시가 강제적으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불거지는 문제를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덮는다면 피해는 주민 몫이다. 이제는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문 닫는 기업들은 불과 한 두달을 버티지 못했다. 재활용품처리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이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일이 터지고 업체들이 줄도산한다면 그 많은 재활용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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