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장렬하게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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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장렬하게 죽어라!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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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덕 현 편집국장
   
지난해 2월 20일의 일이다. 이날 열린우리당 당권에 도전한 문희상의원의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이용희 홍재형의원이 배석한 모습이 보였다.

새파란 국회의원들과 함께 충북을 대표하는 원로 정치인들이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은 첫 눈에도 영 자연스럽지가 못했다. 당시 이용희 홍재형의원은 문희상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내심 바랐고, 이날 기자회견 배석도 이런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때를 맞춰 충북에선 엉뚱하게도 보도 자료 파문이 일었다.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이 홍재형의원의 문희상캠프 선대위원장 수락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낸 것인데, 뒤늦게 이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의 전화에 불이 난 것이다. 홍의원의 선대위원장 낙점은 결국 오보였다.

홍재형-이용희의원이 서로 이 자리를 탐내며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서 특정인이 벌인 언론플레이로 밝혀진 것이다. 두 의원은 당시 지명직 중앙상임위원을 염두에 두고 선대위원장을 노렸고, 또 문희상에게 애절한(?) 눈도장을 찍었지만 결국 아무 것도 꿰차지 못했다.

당시 이들의 행위는 충북을 위한 ‘노병들의 처절한 몸부림’ 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지만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겐 큰 상실감으로 다가 왔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꼭 그런 식으로 당직을 얻어야 하느냐는 비애감이 엄습했고, 중앙에서 차지하는 ‘충북의 입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만약 문제의 기자회견장에 소위 잘 나가는 영호남 맹주들까지 동석했었다면 꼭 이런 식으로 해석하지는 안 했을 것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충북은 모두 열린우리당 후보들을 택했다. 비례까지 합하면 무려 9명이나 된다. 과거 자민련과 지금의 국민중심당을 보면 이 정도의 숫자는 자체적으로 정당을 하나 운영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아홉명이나 되는 충북 국회의원들이 중앙무대에서 과연 얼마만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통 알 수가 없다. 대부분 초선이라고 하더라도 4선의 이용희의원에 재선의 홍재형의원이 버티고 있는 한 세몰이는 언제든지 가능할텐데도 말이다.

지난 17일 홍재형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 추병직장관의 사과문을 대신 읽었다가 일부 언론으로부터 치도곤을 당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국가라는 국회의원이 일개 장관의 사과문을 대독한 것은 분명 상식을 벗어났다. 때문에 추장관이 충북 대표들에게 보인 무례함도 기분 나쁘지만 도내 국회의원들의 저자세가 더 눈총을 받는 것이다.

호남고속철 공주역 때문에 아무리 5월 지방선거가 걱정되더라도 그렇게 어설프게 여론을 유도해서야 되겠는가. 차라리 국회의원 9명이 핏대를 잔뜩 올리며 장관의 목을 치겠다고 떼를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장수는 전장에서 쓰러져도 장렬하게 죽어야 인정받는다.

지금 청주에선 ‘매직’ 쇼 때문에 정신이 혼미스럽다. 개업을 앞둔 나이트클럽이 강력본드를 이용해 청주시내 곳곳을 자체 홍보물로 떡칠한 ‘사건’을 놓고 시민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색이 잘 된 남의 집 벽이나 문짝에까지 강력본드를 칠할 정도의 배짱이 놀랍기도 하지만 문제는 시민들의 반응이다.

외지인 사업주가 충북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런 행위를 했겠느냐는, 이른바 자학(自虐)이 만연하는 것이다. 거리에 나붙는 하찮은 광고지에까지 피해의식을 보이는 지금의 기형적 지역정서를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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