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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심천 로맨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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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심천 로맨스(1)
  • 충청리뷰
  • 승인 2020.04.29 09: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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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도시들 물길 따라 랜드마크와 명소 조성, 우리는?

 

런던 하면 떠오르는 것. 국회의사당과 빅벤, 런던 아이. 테이트모던 미술관, 타워 브릿지, 여기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런던의 랜드 마크라는 것, 다른 하나는 템스강변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영국 왕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문화공간으로 일반에게 개방한 서머셋 하우스, 런던의 요새인 런던 타워,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이 열린 세인트 폴 대성당,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하여 2002년 완공한 런던시청, 모두 템스강을 따라 입지해 있다.

이 건축물들은 런던의 경관과 스카이라인을 이루며 영국의 찬란한 역사를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템스강을 따라 보행로가 연결되어 있어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다. 보행로는 다시 크고 작은 공원, 박물관과 연결되고 그 사이사이에는 카페, 레스토랑이 있어 어느 곳을 걸어도 즐겁다. 이 뿐이랴. 버킹엄궁전은 빅벤에서 세인트제임스 공원을 가로지르면 닿을 수 있고, 다시 하이드파크와 이어진다.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도 템스강에서 도보로 10분 안에 닿는다.

그럴듯한 시설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템스강을 사이에 두고 국회의사당과 마주한 요지에 세인트토마스 병원과 에벨리나 런던 어린이병원이 입지해 있고, 런던의 명문 예술대학 중 하나인 첼시 예술대학교도 있다. 워털루 브릿지 아래로는 중고책 시장이 사시사철 열린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무료로 개방하거나 무료 공연을 개최하여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런던 시민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무료 공연을 관람하거나, 템스강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에서 M&S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 수변 공간
싱가포르에는 싱가포르강이 흐른다. 강을 따라 클라크 퀘이와 보트 퀘이가 이어진다. 클라크 퀘이는 물류창고 밀집 지역이었다. 강의 오염이 심해지자 정부는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친환경 수변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강을 따라 보행로와 테라스를 설치하였고, 물류창고는 트렌디한 나이트클럽과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수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리버크루즈 등이 밀집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했다.

클라크 퀘이 옆으로는 단정한 경관의 보트 퀘이가 있다. 국회의사당, 아시아문명박물관 등이 입지해 있다. 맞은편으로는 싱가포르의 월가라고 불리는 라플스 플레이스 업무지구가 있다. 업무지구 끝에 위치한 더 플러튼호텔은 1928년 건립된 우체국을 최고급 호텔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보트 퀘이는 다시 에스플러네이드 공원을 시작으로 하여 마리나베이를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공원과 연결되어 ‘정원 속의 도시’라는 도시 정책을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다.

도시는 물길을 품고 시작되었다. 물의 범람은 땅을 비옥하게 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뱃길을 따라 교류가 일어났다. 기차와 자동차의 등장으로 잠시 잊히는 듯하였으나 현대의 도시는 수변 공간이 가진 경관과 녹지의 우수성과 역사적 건축자산을 재생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런던의 도크랜즈는 1960년대 폐쇄된 템스강변의 부두(도크) 지역을 1980년대 세계적인 업무단지로 변화시킨 세계 최초의 도시재생 사례다. 런던시청이 위치한 서더크 지역도 과거 낙후된 공장지대였으나 시청사 건립 이후 균형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싱가포르도 강 주변의 녹지와 역사적 건축물들을 재생하고 주거, 상업, 업무, 관광의 기능과 완벽하게 조합하여 세계 도시의 반열에 올랐다. 훌륭한 수변공간의 재생사례는 도처에 있다.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공간이기 때문이다. 수변공간을 어떻게 조성하는가가 발전을 견인하고, 도시의 품격을 좌우한다.

그래서 전 세계 도시들은 수변공간을 활용하여 랜드마크 건축물과 명소를 조성하고, 거대한 오픈 스페이스를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한다. 가까이 세종시도 거대한 인공호수를 조성하여 호수공원을 만들었다. 호수공원 주변으로 국립세종도서관, 대통령기록관, 컨벤션센터가 있고 수목원, 중앙공원, 빙상장, 그리고 도시건축박물관, 국가기록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디자인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등 5개 박물관이 모인 국립박물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 우리에게는 무심천이 있다.
무심천은 도심 내에서 물, 바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생태적 공간이자 청주시 중앙에 위치하여 어디에서나 접근이 용이하다. 하천변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에는 저녁 무렵부터 운동하는 시민들이 모인다. 삼삼오오 돗자리에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무심천체육공원에서는 가족과 연인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다.

녹지의 기능은 전국의 천변이 가지는 공통적 특성이다. 어떤 시설도 조성되지 않은 다리 밑에서도 시민들은 나름의 쓸모를 찾는다. 한여름 밤 제1운천교 아래에선 무명의 연주가가 첼로를 연습하고, 제2운천교 아래에선 동네 아저씨들이 족구를 한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나?

 

서문교 보행다리는 뼈다귀 다리라 불리고, 남사교 하부의 벽화는 칠이 벗겨진 채 방치되어 있다. 청주대교 무심서로에서 바라보는 천변 야경은 모텔 네온사인뿐이다. 모텔 간판이 전부인 수변경관은 참담하다. 사직동은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지역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유령 동네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로선 더 나은 전망이 없다. 모충1구역, 사직3구역, 사직4구역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 무심서로 경관은 아파트 단지로 채워질 것이다. 시민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오픈 스페이스의 로망은 영영 사라지고, 천변 경관은 소수의 아파트 거주자의 것으로 귀속될 것이다. 하늘과 바람과 노을과 별을 보고, 쉬고, 즐기고, 걷고, 달리고, 이야기 나누던 시민들은 사각형의 고층 아파트 숲에서 갈 곳을 잃게 되지 않을까.

/ 이정민 청주시 도시계획상임기획단 주무관

**무심천 로맨스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이 글은 청주시의 입장과 무관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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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남 2020-04-29 16:47:46
청주도 다른 대도시 처럼 수변 경관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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