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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다시 화창한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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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다시 화창한 봄이 찾아왔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4.29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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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11명 발생했던 마을, 지금은 평화 되찾아
완치자 이영호·유해순·유재용·윤순자 씨 “의료진·괴산군에 감사”
사진 왼쪽부터 이영호, 유해순, 유재용, 윤순자 씨
사진 왼쪽부터 이영호, 유해순, 유재용, 윤순자 씨/ 육성준 기자

 

충북도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45명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0시 현재 전국 확진자는 1만752명이다. 이 중 8854명이 완치됐고 244명이 사망했다. 충북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제주(13명)-전남(15)-전북(18)-광주(30)-울산(43) 다음으로 적다. 나름 선방했다는 여론이다.

도내 첫 확진자는 2월 20일 증평군에서 나왔고 4월 2일 충주시에서 45번째가 발생했다. 이후 다행스럽게도 잠잠하다. 해외입국자를 빼면 3월 22일 이후 확진자가 없다.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 병원에 입원중인 확진자는 5명이고 40명이 퇴원했다. 충북대병원과 청주·충주의료원 의료진, 충북도를 비롯한 11개 시·군 공무원, 각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 등이 고생한 덕분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회고할 때 괴산군의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두 개 마을에서 확진자가 한꺼번에 11명이나 발생했기 때문. 3월 이른 봄에 초비상이 걸렸던 충북 괴산군은 지금 과거의 평화를 되찾았다. 전국적으로 오는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어디서 뚫릴지 몰라 긴장상태를 완전히 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완치자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시골마을에 코로나19라니

괴산군에는 11개 읍·면이 있다. 그 중 장연면 오가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오가리에는 오가·거문·우령·신촌마을 등 4개의 마을이 있는데 오가마을에서 9명, 거문마을에서 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장연면 얘기를 좀 하자면 대학 찰옥수수, 절임배추, 사과가 유명한 곳이다. 특히 대학 찰옥수수는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다. 장연면은 이 옥수수로 소득을 많이 올리고 있다. 면단위 중에서는 가장 인구가 적다. 지난 2월말 현재 주민등록상 인구는 1933명이다. 오가마을은 168명.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코로나19라니. 전국민이 다 놀랐다. 괴산의 1번 확진자는 3월 4일 검체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김 모(여·82)씨 였고, 이후 6일에 최 모(여·77) 서 모(여·77) 임 모(여·67) 이 모(여·78) 이 모(여·84)씨가 확진을 받았다. 또 7일에 권 모(여·91) 이 모(남·75) 유 모(남·64)씨가 양성, 8일에 윤 모(여·58)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10일에 유 모(여·71)씨가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 중 안타깝게도 이 모(여·84)씨는 완치돼 4월 3일 퇴원했으나 보름만인 18일 사망했다.

7일 동안 이렇게 확진자가 우수수 나오자 괴산군은 환자파악, 방역, 접촉자 관리, 주민 능동감시 등에 돌입했다. 군 공무원들이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다. 이차영 군수는 담화문을 발표했고 마침내 오가리 마을통제를 단행했다. 대구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일종의 코호트격리였다. 또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장연면 일대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했다.

감염원은 끝내 못 찾아

김금희 괴산군보건소장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뒤에 우리는 중국 혹은 대구를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 특정종교 신도나 이와 관련이 있는 사람 등 총 1200명을 조사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이렇게 했는데 갑자기 장연면에서 다수 확진자가 나와 한동안 죄진 느낌이 들었다. 대처를 잘못했는가 싶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확진자들이 그나마 두 개 마을에서만 발생한 게 천만다행이었다”며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유증상자를 관리하고 접촉자를 자가격리 시키는 등 대처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고령인데다 기저질환이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도 모두 완치돼 퇴원하셨다”고 강조했다.

그 중 권 모(91)씨는 38일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해 화제가 됐다. 그는 국민들에게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최근 세상을 떠난 이 씨는 코로나 입원 후 검체 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 후에도 음성으로 나왔다고 한다. 또 지병으로 다시 입원했을 때도 음성 판정을 받아 코로나19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건소는 보고 있다.

보건소는 현재 완치자들에게 매일 안부전화를 하며 관리한다. 혼자사는 어르신들이 많은 편이나 보건 행정에 협조를 잘해주고 있다는 것. 김 소장은 “이번에 코로나19로 몸은 정말 힘들었으나 정신적으로는 위안을 많이 받았다. 주민들이 고맙다고 한 마디씩 해주고, 고생한다며 먹을 것을 갖다 주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과 일체감을 느끼며 일했다”고 회고했다.

다만 이 시골마을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킨 감염원은 아직 찾지 못했다. 경찰로부터 CCTV와 GPS 자료를 받았으나 의미있는 자료는 없어 조사도 중단된 상태다. 접촉자 관리를 위해 감염원 찾기에 나섰던 것이었고 현재는 시간이 지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전파했는지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오리무중인 상태로 끝났다. 중요한 것은 괴산군민들이 다시 봄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오가마을 풍경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오가마을 풍경

“어서 오셔요.” 한 때 코로나19로 고생했으나 지금은 완치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만나러 4월 23일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오가마을로 갔다. 장연초등학교 건너편에는 이영호(75)씨와 유해순(71)씨네 집이 있다. 두 부부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충주의료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퇴원해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초면인 기자에게 어서오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의 집에는 옆 동네 거문마을에 사는 처남 유재용(64)씨와 부인 윤순자(58) 씨도 함께 있었다. 이들도 한 때는 확진자였다. 역시 충주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4명은 오가리 전수조사 과정에서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7명의 확진자들은 오가리 오가경로당에서 매일 밥을 해먹고 지난 2월 24일에도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무더기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괴산군은 정부 조치에 따라 하루 뒤인 25일부터 경로당 등 주민 다중시설을 폐쇄했다.

자주 어울렸던 4명 모두 확진

그러나 이들 4명은 평소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고 이 씨네 집에서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유재용 씨는 경기도 시흥시에 살다가 3년전 누나와 매형이 있는 이 곳으로 귀촌했다. 그 만큼 사이가 돈독하다. 그럼 오가경로당을 이용하지 않은 이들은 왜 걸렸을까? 경로당과 이 씨네 집 양쪽을 들락날락한 또 한 명의 주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인터뷰 하는 중 이 주민은 이 씨네 집으로 와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민 또한 피해자다.

어쨌든 완치되자 이 씨 등은 그간의 과정을 들려줬다. 이들은 “코로나가 뭔지도 몰랐고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보건소에서 검사받으니 양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두 번 다시는 못할 짓이다. 겪어본 사람만 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입원한 후 처음에는 치료약이 강한지 설사를 했고 많이 토했다.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증세는 점차 나아졌으나 하체에 힘이 없어 고생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증세가 가벼운 편이라 이들은 입원한지 13~19일만에 퇴원했다. 입원 중에는 검체 채취 결과 연속해서 두 번 음성이 나와야 퇴원할 수 있고, 퇴원 후에도 재검에서 음성이 나와야 한다. 퇴원 후 재검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도내에서도 이런 사람이 2명 있었다.

이 씨와 처남 유 씨는 3월 7일 같은 날 입원해 3월 26일 같이 퇴원했다. 병실도 2인실 같은 방을 썼다. 이 씨는 “평소 폐가 좋지 않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다. 코로나로 입원할 때는 살아 돌아올 줄 몰랐다. 집에 올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로부터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유 씨는 “오가마을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 몸살기가 있었고 병원에 가니 목이 부었다고 했다. 괴산 성모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미열이 있었으나 입원해 치료받고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오가리에서 왔다고 하면 싫어해”

이들이 입원한 다음 날인 8일 유 씨의 부인 윤순자 씨가 입원했다. 괴산 확진자 중 가장 젊은 그는 기저질환도 없었다. 윤 씨는 “열이 조금 났을 뿐 다른 증상이 없었다. 대구에서 온 사람과 방을 같이 썼다. 약을 며칠 먹고 나았다”고 전했다.

이 씨의 부인 유해순 씨는 3월 10일 검체 채취 결과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 그는 “평소에 당뇨, 고지혈증이 있었다. 그런데 남편과 동생네 가족 등 3명이 모두 코로나로 입원해 무척 놀랐다. 그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열과 기침 같은 증세는 없었으나 입원 후 많이 토하고 밥을 못 먹어 기운이 없었다. 나도 다리에 힘이 빠져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료진들의 정성어린 치료에 감동했고 정말 고마웠다고 강조했다. 식사 때마다 나오는 도시락과 과일, 빵, 요구르트 등 간식도 맛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괴산군 공무원들의 노고에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이·유씨는 입원해 있는 동안 자녀들이 날마다 전화해 목소리를 들려주고 완치될 것이라고 용기를 준 것이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외로운 투병일 수 있는데 가족들이 힘을 줬다는 것이다.

이 씨는 “청정지역 괴산에 코로나19가 웬말이냐. 왜 그런 감염병이 왔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번 일로 인해 동네사람들끼리 갈등하고 싸우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감염원을 추측해서 말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잘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동네사람들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밖에 나가 장연면 오가리에서 왔다고 하면 벌레취급 하더라는 한 주민의 말에는 모두 속상해 했다. 실제 이들도 피해자인데 코로나19 한 번 걸렸다고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된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누구나 전파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단결해 극복하고 향후 사태를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이차영 군수는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오가리를 전면 통제했다. 시내버스를 운행하지 않았고 주민들은 자연스레 외부와 격리됐다. 외지인들도 마을에 들어갈 수 없었다.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에는 지난 20일부터 버스가 다니고 있다. 주민들은 농사 일을 시작했다. 곧 장연초에는 어린이들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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