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성적 노리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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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성적 노리개가 아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4.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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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결국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됐다. 오 전 시장 피해자는 4월 23일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일이 상식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상식적으로. 그러나 상식은 이미 벗어났다. 정치권은 이 사건을 총선 전에 알았는지 몰랐는지를 가지고 싸우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오 전 시장 사퇴를 증명하는 공증서를 ‘법무법인 부산’에서 했다고 해서 더 시끄럽다. 이 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법무법인이자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이 한 때 몸담았기 때문이다. 물론 총선 전에 이 사건이 터졌으면 상당히 심각한 정치쟁점이 됐을 것이다. 오 전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지라 더불어민주당이 최소 10석 이상 잃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본질이 흐려진다. 이것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시를 이끌어가는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다. 그것도 업무를 핑계로 여성 공무원을 시장실로 불러서 못할 짓을 했다. 그러니 오 전 시장은 이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오 전 시장을 제명했고, 부산경찰청은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또 다른 성추행 의혹 사건에 연루됐는지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기억한다. 지난 2018년 3월 5일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는 방송에 나와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다. 당시 ‘미투운동’이 활활 타오르던 시점이었고 안 전 지사가 대권에 도전했던 경력이 있어 전국민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항간에는 두 사람이 사귄 것 아니냐,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서 쫓아다닌 것 아니냐는 등 순수성을 의심하는 뒷말들이 나왔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 2심에서는 징역 3년 6개월을 받고 지난해 2월 1일 결국 법정 구속됐다.

이러한 때 울산의 한 초등학교 남성 교사는 1학년 담임반 여학생 사진에 ‘매력적이고 섹시하다’는 댓글을 달아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는 효행숙제로 속옷빨래 숙제를 내준 뒤 ‘이쁜 속옷, 부끄부끄’ ‘분홍색 속옷, 이뻐여’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 교사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경찰에 성희롱 의심신고를 했다. 하물며 교사가 이런 행동을 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많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여성을 여전히 성적 노리개로 생각한다. N번방 사건부터 오 전 시장 사건까지 훑어보면 여성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성폭력사건은 또 얼마나 많은가. 방송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에서는 오늘도 다수의 출연자들이 나와 여성의 몸에 대해 평가하고 조롱한다. 여기서 성평등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성적 농담, 불법촬영, 성추행 등의 성폭력사건이 만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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