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페이로 지역경제에 돈 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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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페이로 지역경제에 돈 돌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4.3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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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청주페이 확대, 타지로 떠나는 돈 적잖아 효과는 미지수
세금 들여 마련한 제도로 대기업만 배 불리지 않게 보완책 시급

지역화폐는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의미한다. 지역화폐는 경제위기에 따라 지역 자본이 고갈되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서는 ‘아이러니하게 일하고 싶은 인력은 남는데 자본이 없어서 사람들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화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충북도에서는 제천, 괴산, 진천, 음성 등에서 지역화폐를 운영하고 있다. 호응도 좋은 편이다. 음성 행복페이는 목표액 30억을 조기 달성했고, 제천지역화페 ‘모아’는 인센티브 비율은 확대했다.

 

청주시도 지역화폐 청주페이(청주사랑상품권)를 2019년 12월 출시했다.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나 청주시내 농협 5곳과 신협 25곳의 판매대행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용처는 신용카드사용이 가능한 청주시 소재 편의점과 학원, 미용실, 카페, 병원, 주유소, 전통시장 등의 점포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유흥업소, 사행업소, 상품권판매소 등은 제외된다.

 

청주시민들은 지난 3개월간 청주페이 할당액 103억원 중 81억원을 발급받았다. 이에 지난달 30일 청주시는 청주페이를 확대 발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급랭하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발행액을 당초 900억원으로 확대하고, 인센티브 확대 폭도 늘렸다. 이중 일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2만3216가구에 생활지원금으로 지급했다.

대상자는 지난 24일부터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분증 확인 후 청주페이 카드를 수급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154억원 규모의 청주페이는 8월31일까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유흥주점, 온라인구매를 제외한 청주지역 각종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청주페이 개선 필요하다

 

청주시는 청주페이를 확대발행해서 코로나19로 침체된 자영업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청주페이가 확대 발행되면 소상공인이 내야할 신용카드 결제수수료가 감소되는 효과가 커진다.

하지만 자영업 현장에서는 청주페이 시스템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인 최은심 씨는 “나이에 관계없이 청주페이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수수료매장이나 일부 프랜차이즈 등에서 청주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점은 고민할 문제다. 이로 인해 청주페이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페이는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역에 사업장을 둔 자영업자들은 가맹점주를 포함해 지역상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운영하는 점포에서는 청주페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인들은 지역에 사업장 주소가 등록됐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타지 사람들이 운영하는 수수료매장도 많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S업체는 청주에 주소지를 두고 운영하며 청주페이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서울 본사다. 운영은 본사에서 파견한 중간관리자가 매출에 대한 수수료 12% 남짓을 받고 맡는다. 부가세 등 영업으로 인한 수익은 청주시에 납부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본사가 가져간다.

지역 상인들은 청주시내 의류, 잡화 매장 중 30% 이상은 수수료 매장으로 운영된다고 말한다. 비율도 점차 느는 추세다. 청주시상점가상인회 관계자는 “점주들은 본인이 대표자로 영업하는데도 대리점(가맹점)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수수료 매장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형몰과 온라인으로 소비의 쏠림현상이 가중되면서 점차 초기 투자비용 등이 큰 대리점보다 수수료 매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직영점을 선호하지만 지역에서 운영하다보면 인력수급 등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수수료 매장을 선택한다. 점주들도 투자가 큰 대리점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구분없이 청주페이가 확대 사용되면 결국 세금을 사용해 돈이 타지로 나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세금낭비 막으려면...

 

청주페이에 앞서 시행한 제로페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됐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에서 실험을 거쳐 2019년 8월 전국으로 확대됐다. 제로페이는 연매출이 8억원 이하인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소비자가 제로페이앱을 활용해 결제하면 수수료를 0%로 낮춰주는 시스템이다.

앱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먼저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보다 청주 등 지역에서는 편의점 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일각에서 세금으로 영세 소상공인이 아닌 대기업을 배불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초 서울시에서 실험할 때는 이 문제에 대해 논란이 별로 없었다. 편의점에서 발생한 수익은 서울본사로 가서 세금, 고용 등으로 환원돼 서울지역에서 고루 쓰였기 때문이다.

지금 청주페이가 확산되면서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세금을 들여 수수료를 낮춰주는데, 만약 돈이 청주에서 돌지 않는다면 효과는 미흡하다. 이를 두고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지자체마다 지역사랑상품권 판매 실적이 좋다고 보도자료를 낸다”며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할인율은 10%~20%다. 신용카드 피킹률(카드 사용액 대비 실제로 받은 혜택의 비율)이 1~3% 남짓인데, 할인율을 그렇게 높게 쳐주면 사람들은 상품권을 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한 효과가 10%에 미치지 못하면 지자체에게도 엄청난 재정부담이다”고 지적했다.

청주페이의 확대로 기대하는 것은 지역에 돈이 돌아 경제가 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는 돈이 은행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불과 두 달 만에 50조원의 돈이 은행 등에 저축성 예금, 요구불예금, 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이 부동자금으로 묶였다.

김은석 경제칼럼리스트는 “통계자료는 나왔지만 예금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 하루살기 바쁜 사람들은 소비가 우선이다. 지자체들이 청주페이 같은 통화정책을 벌이는 목적은 이런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돈을 쓰고 경제에 훈기를 돌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지역에서 돈이 도는 시스템을 촘촘하게 짜야한다. 애써 풀어 놓은 돈이 지역에서 머물지 않고 다시 타지로 나간다면 결국 지역화폐 발행은 세금낭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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