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배스’를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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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배스’를 어찌할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5.0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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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반 배스반 청주 명암지, 천적 없어 해마다 개체 수 폭증
지자체마다 배스처리에 골머리, 선순환 방안 모색 시급
배스로 가득 찬 명암지 전경 /육성준 기자
배스로 가득 찬 명암지 전경 /육성준 기자

 

최근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 명암저수지(이하 명암지)에서 오리배를 타면 물속에 가득찬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물고기에게 밥을 준다며 이것저것 던져주지만 사실 현재 명암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생태교란종인 배스다. 배스는 미국에서 건너온 육식민물어종으로 불루길, 황소개구리와 더불어 토종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의 3인방으로 손꼽힌다.

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는 모두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국내로 반입됐다. 배스는 1973년 경기도 가평에 시험 방류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순자붕어로 불리는 블루길은 1980년 대청호에 다량의 치어를 방류하며 퍼져나갔다.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들여왔지만 수익성이 떨어지자 농가에서 무단으로 방류하면서 골칫덩이가 됐다.

정부는 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의 개체수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1998년 이들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다. 이후 정부는 포상금 제도를 운영해 개체수를 조정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각 시·군을 대상으로 매년 한 두 번씩 외래 생태계교란종을 잡아오면 kg3200원 내외로 수매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생태교란종의 개체 수 감소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문제의 3인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종은 배스다. 배스는 낚시꾼들이 손맛 좋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로 영리한 편이다. 더구나 육식성에 천적도 마땅히 없어 토종어종을 모두 잡아먹고 있다.

 

배스의 천국, 명암지

 

낚시꾼들이 자주 쓰는 스마트폰 앱 물반고기반에서는 명암지를 주요 배스 서식지로 소개한다. 언제부터 명암지를 배스가 점령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명암지는 도심 속에 수온이 높고 먹이가 풍부해 배스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청주에서 낚시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김승범 씨는 명암지는 이미 배스로 가득하다. 생태계를 위해서도 배스를 한번 솎아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명암지에서는 낚시를 할 수 없다.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명암지는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낚시금지구역은 상수원수 보호 혹은 수질 보전을 위해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장이 지정할 수 있다.

보통 민물낚시는 저수지처럼 고인물에서는 수질오염의 직격탄이다. 민물낚시를 위해 주로 떡밥을 사용하는데 이중 물고기가 먹는 양은 극소수고 나머지 떡밥은 바닥으로 가라앉아 수질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명암지를 비롯한 대부분 저수지는 낚시금지구역이다.

명암지는 현재 청주시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오리배를 타는 등 유원지 기능을 하고 있다. 놀러 온 관람객들이 물고기를 보고 선의로 먹이를 던져주는 경우가 많아 배스가 더욱 번성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여하튼 일부 통제 하에 낚시를 허용해 개체수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민물낚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떡밥의 사용인데, 배스의 경우에는 루어낚시를 하기 때문에 저수지 수질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루어낚시는 가짜미끼인 루어를 사용하여 고기를 낚는 방법이다. 플라스틱 등의 소재로 만든 루어를 캐스팅(낚시 미끼를 던져 물에 잠기게 하는 행위)한 뒤 흔들어 작은 물고기 움직임처럼 보이게 하는 게 주요 기술이다.

별다른 미끼가 필요하지 않지만 성공적인 루어낚시를 위해서는 낚시꾼이 물에 일부 들어가거나 배를 타고 낚시를 해야 한다. 이에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배스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저수지에 배를 띄우기도 한다. 충북에서는 충주시와 제천시에서 주기적으로 루어낚시대회를 개최한다.

2016 충주 호암지 배스낚시 대회 /뉴시스
2016 충주 호암지 배스낚시 대회 /뉴시스

 

 

배스 액체비료 만들면 12

 

제천시는 제천의림지에서 배스 낚시대회를 열어 배스를 솎아내고 토종 어족자원을 살리고 있다. 특히 제천의림지에서만 서식하는 특산물 공어(空魚)를 보호할 목적도 있다. 공어는 전국 댐과 저수지에 서식하는 빙어의 원조로 1920년대부터 제천의림지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제천시에서 진행한 제천의림지 낚시대회는 지역의 낚시꾼들을 불러 모아 외래어종을 많이 낚은 개체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제천사랑상품권을 차등 수여했다. 또한 잡아 올린 배스로 요리를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배스가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산다는 이유로 요리를 기피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인식 때문에 충북의 다른 지자체에서는 수매하는 배스를 대부분 소각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속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충북에서 최초로 배스를 원료로 만드는 액체비료회사와 손잡고 포획한 배스로 친환경 비료를 제조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에서 배스로 액체비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는 단 두 곳으로 그 중 한 곳이 청주시 가덕면에 위치한 ‘()아미노베스이다.

한승규 ‘()아미노베스상무는 배스로 만든 친환경 비료는 자원순환 기능이 있다. 저수지 인근 농지에 화학비료, 축분퇴비의 사용을 줄여 수질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제천에서 추진했던 배스 낚시대회를 접목해 청주시도 배스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배스를 활용해 2차 생산물을 제작할 수 있는 회사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이 대안을 마련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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