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아파트 보러 다니는 서울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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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아파트 보러 다니는 서울 직장인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5.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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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인의 점심시간 화두는 단연 아파트 매매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은 이미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은 지 오래다. 이들의 욕구는 지방시장에 뛰어 들어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에 쏠려 있다. 최근 서울에 사는 한 지인은 황금연휴를 맞아 구미, 군산, 청주를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이 지역들은 특정 아파트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격이 붙어 집을 못 구하기로 소문난 곳들이다.

더구나 이곳들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은 이른바 갭투자 가능 지역들이다. 특히 미분양이 많았던 청주시는 집값이 보합내지 하락해 전세가와 맞닿으면서 갭투자에 취약한 구조로 소문났다. 청주시에 사는 사람들은 변화에 둔감한 편이지만 외지인들은 전세가와 매매가 차액이 3000만원 안팎인 곳을 눈독 들이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모충동, 산남동, 가경동 등 지역에 현재 많은 문의가 오가고 있다.

외지인들은 특히 청주시가 주택보급률 100%를 넘겼음에도 자가주택보유비율이 55% 남짓인 점에 주목한다. 주택보급률은 인구대비 아파트 보급률을 나타낸 지표이다. 주택보급률에 비해 자가주택보유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동안 청주시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아 주민들이 자산으로써 아파트 가치를 잘 모르고 살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지인들은 지금 청주시의 상황이 2~3년 전 대전시의 사례와 비슷하다며 청주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는 것에 돈을 걸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던 상황에서 2~3년 사이 전국적인 부동산 붐을 타고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들도 가격이 2000~3000만원씩 동반상승했다. 당시 대전시는 지금의 청주시와 마찬가지로 주택보급률은 높았지만 자가주택비율이 약 50%대에 머물렀고, 별다른 호재도 없었다.

이런 상황을 외지인들은 투자의 청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주시에는 갭투자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가경동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한 사람이 수십 채의 집을 구매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식으로 소수의 사람이 집값을 조정할 힘을 가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피해는 결국 실거주자의 몫이 된다. 또한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악화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이 커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만약 아파트매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주택보유자들이 매도 타이밍을 잡고 지역에서 자본을 회수하면 소액으로 투자한 외지직장인 투자자들은 덩달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외지인들의 청주를 향한 부동산 재테크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청주시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져 자금 마련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 효용성이 더욱 커지는 것도 그들에게는 호재의 신호다. 그 이면에는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고, 더 늦기 전에 시세차익을 남겨야 한다는 심리도 크게 작동하고 있다. 정부도 그 누구도 이들의 불타는 마음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러기에 지금 실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찾는 청주사람이라면 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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