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지혜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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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지혜로울 수 없다
  • 충청리뷰
  • 승인 2020.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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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순 충북도 여성정책관
박현순 충북도 여성정책관

 

청소년들과 일할 때는 세대변화의 흐름을 귀동냥이라도 해서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공간에서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다들 나와 유사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세대 차이를 확 느끼게 되는 때는 온라인상에서 미지의 언어와 콘텐츠들을 발견했을 때다.

내가 그것들을 소비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른 방식의 삶이 있구나’가 아니라 ‘아하~ 이제 나도 나이들었구나’라고 자각하게 된다. ‘Latte is a horse’가 ‘나 때는 말이야’이고 ‘라떼’라는 단어가 ‘나 때는’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발한 언어적 유희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기성세대들이 예전 경험으로 현재의 삶을 설명하고 기준을 제시하려는 것에 대한 소극적 저항(?)으로 보여진다. 이런 단어를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들을 우리는 ‘꼰대’, 외국에서는 베이이부머를 줄여서 ‘부머’라고 한다는 기사도 보았다.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에서 90년대 생의 특징을 간단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고, 정직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주변의 90년대 생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책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았는데 90년대생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으려고 애썼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한 세대를 너무 단순하게 규정지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386세대. X세대, 밀레니얼세대 등으로 부르면서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세대를 규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이렇게 세대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자가 격리(self-quarantine)’와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라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이 한 국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된지 오래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정치-경제적 영향은 개인과 국가가 지닌 부와 권력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쳐 일자리에 따른 생존 문제의 격차, 의료를 포함한 복지제도의 불평등 등 다양한 문제들도 드러났다. 이를 위험의 외주화, 재난의 계층화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사람 차별을 모르는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은 집중 조명되고 우선순위에 밀려서 미루어 두었던 것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생각하게 하고 실행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일상규칙이 바뀌고 혹은 사람들의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동물들이 도로를 활보하고 있는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이사를 하게 되면 모두 정리하여 버리기도 하고, 재배치하기도 하면서 내게 ‘꼭 필요한 것들’과 ‘없어도 되는 것들’의 경계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서 ‘다른 물건’과 ‘다른 공간’확보를 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에 달라지는 것을 ‘가치관의 액상화’라고 송길영 다음소프트부사장은 명명했다.
당연시 했던 것들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의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때에 가치를 논하는 것은 사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사치’들이 열정을 되살리게 하고, 살아있음의 의미를 창출할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세대와 모든 세계가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다. 누구도 혼자서 지혜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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