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언어로 쓴 타인을 향한 열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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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언어로 쓴 타인을 향한 열린 시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5.1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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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시집 『말도 안 되는』 펴낸 류정환 시인

[충청리뷰_박소영 기자] 류정환 시인이 9년 만에 시집을 펴냈다. 류정환 시집 말도 안 되는은 지난 상처를 만지다이후 발표한 작품 80편을 가려 묶었다. 시인은 말도 안 되는 시집을 왜 취재하느냐며 웃어보였다.

말도 안 되는이란 수식어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말도 안 되는 질문과 말도 안 되는 답변들이 오갔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쓴다.

저 바다 속 어딘가에 용궁이 있을 거라고/심청이를 꽃잎에 태워 지상으로 띄워 보내주던/용왕님이 계실거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말도 안 되는 세월이었다. (말도 안 되는중략)

류정환 시인
류정환 시인

소설가 연규상 씨는 이번 시집에 대해 검이불루(儉而不陋),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은 글들이라고 평했다. 시인의 선배인 그는 그의 글은 그의 삶과 나란해 보인다. 글이 삶을 초과하지도, 삶이 글에 미달하지도 않는 달까. 류정환의 삶은 글을 건너지 않고, 그의 글은 삶을 넘지 않는다고 해야겠다고 말한다.

글쓰는 이는 문장을 끝맺는 종결어미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얹는데 이런 서법이 시인의 문체가 되기도 한다는 것. “류정환이 사용하는 종결어미는 대부분 평서문이다. 간결한 평서문으로 문장을 종결함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백하게 드러낸다. 의문, 감탄, 명령, 청유 따위의 어미로 호들갑을 떨지 않고도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천천히 사는 게 삶에 대한 저항이라고 밝히는 류 시인. 그는 2001년부터 1인 출판사인 고두미 출판사를 운영해왔다. 줄곧 자기만의 방에서 혼자 작업하고 사색하는 게 일이었다.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한 줄도 쓸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지역에서 문인들의 글을 엮고 자신의 글을 써오는 일을 반복해왔다.

시집 '말도 안 되는'
시집 '말도 안 되는'

그럼에도 9년 만에 새 시집이 나온 셈이니 이번엔 시간이 꽤 걸렸다. “시집을 냈으니 친구들과 술 먹을 일이 생겼고, 또 술 한 잔 걸치고 시를 읽는 이벤트도 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시집을 내니까 해야 할 거리들이 생겼다. 친구들과 같이 시 읽는 맛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경험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고 한다.”

그는 원고지에 글을 쓴다. 아직 세상에 꺼내지 못한 동화도 소설도 있다. 기회가 되면 친구들과 류정환 문집을 엮고 싶다고.

코로나19에 대해 시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인간이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인간 자체가 바이러스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진화한 게 아니라 적응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시를 써왔던 시간들과 태도들이 값진 것이나 시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늘 말을 툭툭 내뱉어도 흐트러진 생각은 없다. 더군다나 이번 그의 말도 안 되는 시집은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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