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불가능한 법인은 정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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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불가능한 법인은 정리돼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5.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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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희망원 시설 폐쇄·법인 취소는 오히려 늦은 판단
시설장·교사 모두 아동들 방치, 아동간 학대·성폭력 만연
충북희망원 대책위는 3월 3일 청주시청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폐쇄와 법인 취소를 요구했다.
충북희망원 대책위는 3월 3일 청주시청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폐쇄와 법인 취소를 요구했다.

사라져야 할 운명 ‘충북희망원’
시설 폐쇄 되기까지

 

올해로 72년 역사를 가진 사회복지법인 충북희망원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 때는 청주지역의 대표적인 아동양육시설로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이제는 ‘사건의 온상’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간혹 시설 폐쇄와 법인 취소라는 강경책에 대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회생 불가능한 법인은 없애는 게 답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충북도는 5월 중 이 법인을 취소할 예정으로 있다. 시설 폐쇄는 청주시 권한이지만, 법인 취소는 충북도에서 한다. 도는 현재 행정절차법에 따라 당사자 의견청취를 마쳤다. 청주시는 지난 3월 31일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 위반을 들어 시설 폐쇄를 단행했다. 시는 시설 거주자에 대한 학대·성폭력 등 중대한 불법행위로 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건으로 점철된 충북희망원

이 곳에서는 최근 5년간 아동학대 7건, 성범죄 5건 등 총 12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화된 것만 그렇지 유야무야 넘어간 것도 부지기수라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아이들의 나이는 만 13~17세다. 충북도내에서 사회복지시설이 폐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희망원은 지난 2010년 10월에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노조가 시설 책임자에게 투명한 운영을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하자 법인 측은 시설 폐쇄로 맞섰다. 한 동안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다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청주시,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 노사 중재를 주선했다. 이로써 시설 폐쇄는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불·탈법을 일삼은 행위는 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는 2016~2017년 후원금 관리 부적정 개선명령을 했고, 보조금의 목적외 사용에 반납 처분을 내렸다.

모 씨는 “2010년 당시 터져나온 문제를 개선하고 조직을 제대로 정비했다면 충북희망원은 새로운 시설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사측이 보조금과 후원금 등을 투명하지 않게 써온 것에 대해 노조로부터 지적을 받자 시설 폐쇄를 들고 나왔다. 시설 폐쇄만 막았지 운영상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2011년 시설 정상화를 촉구했던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번에 ‘충북희망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설 폐쇄와 법인 취소를 줄곧 주장했다.

이들은 “충북희망원은 성범죄 미신고, 아동간 성폭력, 후원금 관리 부적정, 시설운영위원회 부적절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아 이미 위반행위가 4종 이상이다. 또 2015년 이후 외부로 드러난 사건만 10건이 넘는다. 사회복지사업법이 정한 시설폐쇄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주시가 이런 사건을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벌써 폐쇄됐을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충북희망원의 문제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던 모 씨는 “법인이사장 가족들은 희망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겼고, 교사들은 무능과 방임으로 아이들을 방치했다. 선교사로부터 물려받은 아동복지시설을 사유재산처럼 3대째 세습하며 각종 비리와 추문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또 교사들은 수많은 사건이 발생해도 대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설 운영자와 교사 모두 눈감고 생활했다는 얘기다.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는 단계

청주시가 시설을 폐쇄하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시설에 있던 일부 아이들이 현재 충북희망원 앞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이 아이들을 고아권익연대에서 도왔다. 청주시는 시설 폐쇄전 전체 아동 32명을 시내 다른 아동양육시설로 보냈다. 그러나 이 중 15명이 가지 않았다. 후에 1명은 가정으로 복귀했고 2명은 시내 그룹홈으로 들어가 최종 12명이 천막에 있다.

이들은 ‘충북희망원을 살려달라’며 다시 이 곳에서 생활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몇 몇 언론들은 아이들이 거리에 방치돼 있다며 희망원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의 바람을 전했다. 또 함께 자란 가족들을 잃게 됐다고 온정적으로 그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충북희망원에서는 그동안 아동간 학대나 성폭력사건이 상당히 많이 일어났다. 아이들 사이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청주시나 충북희망원대책위 TF 위원들은 폐쇄전 정해준 시설이나 그룹홈 중 선택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청주시가 조직한 충북희망원대책위 TF는 변호사, 성폭력상담소장, 정신과 의사, 경찰서 정보관, 청주시의원 등 16명이 참여하며 희망원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유영경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은 “지난 6일 3차 회의를 열고 다른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범법행위를 저지른 아이들은 법적 처분을 받게 할 것, 아동간 성폭력사건은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다시 수사할 것, 천막 생활하는 아이들은 시설이나 그룹홈으로 들어가도록 할 것, 향후 심리상담 등을 통해 아이들을 치료할 것 등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효윤 충북참여연대 국장은 “아이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주고 원하는 거주시설이 무엇인지 조사했어야 하는데 잘 안됐다. 몇 몇 사람들이 거짓 정보를 제공해 일이 확대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천막농성이 법인 취소를 막기 위한 시도 혹은 농수산물시장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충북희망원의 농수산물시장 부지 편입설은 터무니 없다는 게 청주시 말이다. 뒤에서 이 아이들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 때문에 충북도의 법인 취소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모 씨는 “법인 취소 한 다음 원점에서 아이들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각종 사건의 피해자들은 옮긴 시설이나 그룹홈에서 잘 적응하도록 돕고, 가해자는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 뒤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가르쳐주는 재사회화과정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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