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희망원, 법인 취소됐다고 끝난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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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희망원, 법인 취소됐다고 끝난 게 아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5.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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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사건 재조사, 각종 처분 이행, 아이들 시설복귀 등 남아
향후 청산절차는 법원에서 진행, 법인 잔여재산은 법에 따라 처분
충북희망원은 시설 폐쇄와 법인 취소로 사라지게 됐다. 그럼에도 일부 아이들은 희망원 복귀를 주장하며 천막에 머물고 있다. 나무들 사이로 천막이 보인다.  /사진 육성준 기자
충북희망원은 시설 폐쇄와 법인 취소로 사라지게 됐다. 그럼에도 일부 아이들은 희망원 복귀를 주장하며 천막에 머물고 있다. 나무들 사이로 천막이 보인다. /사진 육성준 기자

 

사회복지법인 충북희망원이 영원히 사라지게 됐으나 법인이 이행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희망원은 지난 3월 31일 청주시로부터 시설 폐쇄를 당했다. 이어 충북도는 이 달 15일 법인을 취소해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됐다. 향후 충북희망원의 청산절차는 법원에서 진행한다. 법인의 잔여재산은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된다.

이번에 청주시와 충북도는 충북희망원에 대해 극약처방을 내렸다. 해당 시설 및 법인 관계자들의 반발과 도내 사회복지계의 반대 등을 무릅쓰고 단호하게 잘라낸 것은 늦었지만 잘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이 곳이 이 지경이 되도록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은 크나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는 것이다.

충북도는 법인 취소를 단행하면서 “충북희망원이 최근 5년간 법인 운영 시설에서 아동학대와 성폭력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법인이나 시설 차원의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이 전무했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지도점검에서도 후원금 용도외 사용, 보조금 목적외 사용 등 회계부정 관련 위반사항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사건 재조사해서 가해자 처벌해야”

이 곳은 영원히 문을 닫지만 그러기 전에 크게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원내에서 그간 일어난 사건 재조사, 법인이 행정기관으로부터 받은 각종 처분 이행, 현재 천막농성 중인 아이들을 다른 시설 혹은 그룹홈 등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이 곳에서는 아동학대 7건, 성범죄 5건 등 12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교사-아동, 아동-아동간 일어났다. 그러나 사건화된 것만 그렇지 쉬쉬하며 덮은 것은 부지기수라는 게 관련자들의 말이다.

청주시가 조직한 충북희망원대책위 TF 위원들은 지난 6일 3차 회의를 열고 범법행위를 저지른 아이들은 법적 처분을 받게 할 것과 아동간 성폭력사건은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 곳의 사정을 잘 아는 모 병원 의사 A씨도 “2014년의 아동 의문사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사건들이 은폐됐다고 들었다. ‘충북판 도가니’라는 말까지 있다. 이런 것을 재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곳의 커다란 문제점 중 하나는 회계부정이다. 충북희망원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청주시로부터 매년 10억원 이상 받았다. 시에 따르면 2019년에 12억여원, 올해는 14억여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법인은 개인 돈 안 들이고 시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방만한 경영을 하거나 공금을 개인적인 일에 쓰는 경우가 많다. 이들도 행정기관으로부터 여러 번 적발당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보조금과 후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반납해야 한다. 충북희망원은 2019년 결산보고서, 2020년 보조금 및 후원금 집행 정산보고서 등의 서류를 아직도 제출하지 않았다. 3차에 걸쳐 독촉했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고발조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법인 한 개에 시설이 한 개다. 그런데도 법인과 시설 후원금이 따로따로다. 시에 따르면 충북희망원 측은 예산서에 올해 법인 후원금을 3600만원, 시설 후원금을 2000만원으로 잡았다. 시설에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후원하지만 법인을 후원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자 김경해-김인련-김성수 씨 3대가 70여년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공금을 얼마나 어떻게 사적 용도로 썼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오직 김씨 일가만이 법인과 시설을 운영한 만큼 또 다른 회계부정이 나올 개연성이 큰 게 사실이다.
 

강력하게 법적 대응한 청주시

아울러 천막농성 중인 아이들을 다른 시설이나 그룹홈으로 가도록 하는 과제가 있다. 지금 10여명의 아이들이 충북희망원 앞에 천막을 치고 희망원으로 돌아가겠다며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희망원대책위 TF나 청주시는 충북희망원 폐쇄 전 아이들이 가기로 했던 시설 혹은 그룹홈으로 가는 방법 중 선택하라고 한다.

충북희망원대책위 TF는 변호사, 정신과 의사. 청주시의원, 시민단체, 성폭력상담소장, 경찰서 정보관 등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청주시 편에서 일 하는게 아니고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가 주장하는 충북희망원의 청주농수산물시장 이전 부지 편입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희망원이 농수산물시장 이전 부지에 편입되면 토지보상비를 아이들에게 줘야 한다는 게 조 대표의 주장이다.

충북희망원 문제는 고소, 고발전으로 확대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신문고 등에는 충북희망원과 관련된 글들이 여러 건 올라가 있다. 그러나 허황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이미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주시청이 충북희망원 고아들에게 벌인 짓을 처벌해주세요’ 라는 글 작성자를 허위사실 명예훼손과 업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리고 조윤환 대표가 충북희망원의 농수산물시장 이전 부지 편입설을 주장한 것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아이들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일 동안 노숙시키고 모금행위를 하도록 한 것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와 별도로 조 대표는 4월 24일 이시종 도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4월 17일부터 아이들이 희망원 앞에 나와 있는데도 방문하거나 상담, 조사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문제가 있어 조치했다는 것이다.

한편 충북희망원 사태에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들은 제2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기관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민간인들과 함께 시설 점검을 나가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명예사회복지감사관제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공무원들끼리만 하고 인력이 없어 자주 나가지 못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복지시설과 법인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 방안 마련이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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