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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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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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명 주 원불교 서청주 교당 주임교무
   
정원을 손질했다. 쌓아둔 나무토막들과 떨어진 꽃잎들을 치우는데, 벽돌과 돌들이 손놀림을 방해한다. 돌을 골랐다. 벽돌들은 같은 모양대로 빈터에 가지런히 놓고, 좀 큼직한 돌들은 한 곳에 모았다.

돌들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빗물에 흙이 씻겨가는 것을 막아 줄 것이다. 그렇다. 걸림돌과 디딤돌은 같은 돌이었다!

살아가면서 숱한 대상(더 엄밀히 말하면 사람)을 만난다.
이 몸이 존재케 하신 부모님을 시작으로 활동영역에 따라 그 때 그 때 만났던 인연들... 어떤 인연은 영적인 성장을 가져오기도 했고, 어떤 인연은 두고두고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만났느냐’였다. 이 물음은 지금 이 순간도 유효하다.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이 물음을 던지고 마음을 살피면, 우리 인생에 절대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은 없다. 더구나 스스로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모든 만남들이 필연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한발 더 나가 어쩌면 우리는 절실한 수행을 통해 변화하고 전진해야할 소중한 계기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서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고, 디딤돌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만남에 진급을 꿈꾼다.

우리는 누구를(혹은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간에 그 대상에 대한 나의 마음이 변화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에 아니면 20년 전에 내가 줄기차게 좋아했던 것은 현재 흔적도 없는데, 지금 죽자 살자 매달리는 것이 10년, 20년 아니면 50년 100년 후에도 그럴까. 모든 관계는 영원하지 않다. 단지 갈망과 욕구, 필요의 끈으로 잠시 혹은 이생을 이렇게 저렇게 이런 모습으로 저런 모습으로 얽매여 있을 뿐이다.

내 생에 모든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지금의 나(성, 나이, 학력, 직위 등등...)’를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의 나’로 볼 수 있는가.
‘흐르는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고 설파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투스. 그는 변화를 만물의 본질로 보았다. 두 번 발 담글 수 없는 것은 강물뿐이 아니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만이 불변’한 이 사실 속에서 내 몸 내 마음 또한 흐르는 강물인 것이다. 인간에게 이 말은 사실 매우 역동적이다. 강물은 낮은 곳으로 밖에 흘러갈 수 없으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삼세 업을 돌파하며 상승할 수가 있기 때문이며, 식물은 한 가지 꽃밖에 피울 수 없으나 인간은 천 가지 만 가지 꽃을 덕으로 피워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생활을 지금 이 순간, 한 마음의 작용으로 모두가 가능한 생활로 변화시킬 수가 있다는 것! 이것은 확실한 나의 권능이며 우리 인간에게 부여된 최고의 여의주이기도 하다. 감사하다.

어두웠던 과거를 업고, 욕망을 향해 정신없이 질주하는 순간 순간 멈추고 나를 지켜본다. 그렇다. 내가 하고 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는 일. 그리고 힘들지만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어 놓는 일. 그 순간만이 내 마음의 뜨락은 기적처럼 평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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