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게릴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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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게릴라전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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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진 분평 박학천 논술전문학원장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은데. 정말 다들 모르는 걸까, 눈만 뜨면 보이는데. 그렇다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한다?

청주에서는 매일 삶의 게릴라전(?)이 전개된다. 바로 홍보 현수막을 놓고 벌이는 동사무소 직원과 자영업자 간 숨바꼭질이다. 학부모설명회, 삼겹살집 개업, 할인점 폭탄세일, 아파트 모델 하우스 개장 등등. 다소 살풍경한 표현 같지만 홍보 현수막을 놓고 벌어지는 광경은 게릴라전을 방불케 한다. 오죽하면 업계에서 ‘게릴라 현수막’이라고 할까.

‘혹시나’ 하고 내거는 현수막은 이틀이 되지 않아 ‘역시나’ 수거된다. 그 현수막을 내걸기 위해 자영업자들은 몇 만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거하는 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하는 것 같지도 않다. 괜스레 살기 팍팍한 사람들 눈초리를 의식하게 되고 몰인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무슨 장사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홍보의 중요성을 다 안다. 길거리에 좌판만 깔아놓는다고 사람이 드나. 구깃한 현수막이라도 하나 걸어야지. 떡밥도 뿌리지 않은 낚시꾼이 무슨 짜릿한 손맛을 기대해. 떡밥은 물론이거니와 집어제라도 써야한다. 게릴라 현수막은 걸리지만 않는다면 적은 돈으로 제법 짭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떡밥이다.

문제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너도나도 내거는 게 현실이지만.
어찌 보면 장난 같다. 사는 게 다 그런 숨바꼭질 아닌가도 싶다. 자영업자들은 하룻밤 자고 나면 사라질 줄 뻔히 알면서도 버젓이 내걸고, 동사무소 직원들은 일수 찍듯이 날름날름 걷어간다. 약간 삐딱하게 보니, 사자가 먹잇감 잡아 놓고 이리저리 핥고 굴리며 식사기도(say grace)하는 것이나 강아지가 뼈다귀 놓고 공놀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틀이 채 내걸리지 않는 시한부 현수막을 위해 매번 몇 만원을 버려야 하는 업자들에게나, 마지 못해 가로수 가지치기 하듯 걷어가는 공무원 모두에게 소모전이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시청에서 운영하는 게시대에 걸리는 것 빼고는 모두 불법이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합법적인 현수막보다 불법 현수막이 훨씬 많은 도시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불법 현수막을 내거는 범법자들이 하루에도 몇 명이나 생겨나는지 모르겠다. 범법자들 세상 같으니.

당연히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도 문제고, 공무원들을 그렇게 방만하게 운용하는 것도 문제고, 도로며 골목길을 모두 헝겊조각으로 도배질하는 것도 그렇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를 하는 나라에서 이런 생활대안 하나 마련하지 못한데서야 말이 안 된다. 시청이나 구청이 나서도 되고,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도 된다. 무슨 무슨 단체나 관리공사 만들기 좋아하는 선거 선수들에게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문제의식이 있고, 해결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더욱 많은 게시대를 운용해야 한다고 본다. 넘치는 수요에 공급이 절대 부족이다. 몇 개 되지 않는 시청 게시대에 2주 동안 게시하려고 한 달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불편을 생각하면 그렇다. 너덜너덜하고 난잡한 우리의 도시미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품위 있는 게시대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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